붉은 배플에 새긴 라이프 - 올드스쿨 LIFE
붉은색 배플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 잰 채하며 청취자를 압도하는 모양이 아니라 그저 수수하게 과거 궤짝 스피커의 포름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타임머신에 태워 보낸 듯했다. 올드스쿨이라는, 최근 점점 트랜디해지고 어떻게 하면 더 세련된 디자인과 마케팅을 펼칠지 고민하는 하이파이 메이커를 볼 때 올드스쿨은 허를 찔렀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은 과거 디자인을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재규합했다. 올드스쿨을 집에 들여다 놓고 마치 JBL의 (구) 소베에트 연방 버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청춘을 오디오와 함께 보낸 많은 오디오파일에게 푸른 배플과 붉은 배플의 대조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은유를 낳는다. 푸르른 배플은 거칠고 무겁게 수레바퀴를 굴려온 역사에 대한 기백을 연상시킨다. 386세대에게 JBL의 푸른 배플은 그냥 푸른색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붉은 배플은 끓는 듯한 열정이다.
억압되고 표출되지 못해 끝내 사그라든 가슴 속 불구덩이에 남은 잔불처럼 여전히 가슴 한구석을 뜨겁게 달구는 젊은이다.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을 등지는 우리 젊은 날의 우상들. 음악과 함께한 젊음에 대한 대가로 그들의 영면을 마주하는 것은 슬프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이 붉은 배플의 올드스쿨 스피커는 당시 음악을 너무도 선명하고 뜨겁게 되살려놓고 있었다.
새로운 올드스쿨은 우리 젊은 날의 삶(LIFE)을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1989년 8월 모스크바 평화음악 축제에서 스콜피온스가 ‘Wind of change’를 불렀을 때를 기억하면서 말이다. 데이빗 보위가 살아 있었다면 남북 평화를 위해 한 곡 멋지게 뽑아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니 아직 핑크 플로이드도 건재하고 밥 딜런도 있으니 미리 실망할 필요까진 없다.
라이프
올드스쿨에서 출시한 새로운 스피커 라이프는 이름만큼이나 길지 않은 올드스쿨 스피커 메이커의 삶은 모두 대변하고 있다. 기존에 2웨이, 3웨이 북셀프까지 확장하던 그들은 결국 3웨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출시를 통해 스피커 제조사로서 완연한 라인업 하나를 완성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면면은 기존 올드스쿨 스피커의 특성을 담으면서 스탠드 없이 도도히 설 수 있는 중형 플로어스탠딩으로 출발했다. 아마 이것은 올드스쿨 플로어스탠딩의 작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설계를 통해 라이프를 조망해보자. 일단 이 스피커는 채널당 초 네 개의 유닛을 사용해 주파수를 나누었다.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 한 개, 중역을 담당하는 미드레인지 유닛 한 발 그리고 저역은 미드레인지 담당 유닛에서 꽤 떨어뜨려 위치시켰다. 우퍼는 총 두 개를 장착해 저역 하한점을 40Hz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즉,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지만 초저역 재생까지는 어렵고 중간 저역부터 재생 가능한 스피커다.
사실 M2 같은 스피커를 보았을 때 생각난 것은 하베스나 스펜더 등 브리시티 레전드의 동구 유럽 버전 같다는 인상이 강했다. 따라서 사위 모델이 나온다면 마치 하베스 모니터 40.1이나 스펜더 SP100R2 같은 모습을 연상했다. 그러나 이런 구성은 M2에서 끝내고 라이프에서는 변신을 시도했다. 좀 더 늘씬한 인클로저에 깊이를 확장하고 커다란 구경 우퍼 한발이 아닌 작은 우퍼 두발을 적용해 약간 느리고 푸근한 저역보다는 빠르고 명쾌한 저역을 구사하기 위한 설계를 보이고 있다.
제조사에서 발표한 스펙은 아주 간단한 기본 사양만 말해주고 있다. 3웨이 4스피커에 트위터는 모렐이다. 워낙 많은 제조사에 유닛을 제공하던 모렐에서 특주 형태로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가히 이스라엘의 보석이라고 부를 만큼 상당히 고품질에 특유의 음색을 가지고 있는 유닛이다. 모렐 자체 스피커는 물론 이글스턴웍스 같은 미국 스피커메이커도 자주 사용했던 유닛인데 라이프에 채용된 것은 헥사테크 보이스코일에 최신 기술이 투입된 유닛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총평
담배 연기 자욱한 어느 오래된 재즈클럽이 될 수도 있다. 또는 넓은 홀을 메운 관중들 사이에서 스탠딩으로 펼쳐지는 공연 한가운데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골목 어귀에 자리잡은 젊은 아마추어 음악인의 버스킹 공연을 떠올릴 수도 있다. 올드스쿨 라이프는 세밀하게 다듬은 마스터 음원의 해상력보다는 음악의 현장을 풍부하고 웅장한 톤으로 재현해는데 주저함이 없다.
라이프 스피커는 클래식보다는 팝과 재즈 그리고 재즈 중에서 굳이 꼽으라면 50년대 황금기를 수놓은 하드밥 재즈맨들의 연주를 기막히게 연주한다. 그리고 재즈바 한 귀퉁이를 몇십 년째 묵묵히 지키고 있는 빈티지 스피커를 떠올려보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첨예한 레이어링과 충격적인 다이내믹스, 광대역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오디오를 잊고 음악의 심연으로 끌어들이는 중독성을 지녔다. 올드스쿨 라이프는 붉은 배플처럼 음악과 함께 걸어온 젊은 정념의 시간으로 기어코 우리를 끌고 간다.
Type | 3-way, bass reflex |
Drivers | 3 |
Tweeter | Custom made by Morel |
Midwoofer | 1 x 133 mm with paper and fiberglass cone, bullet shaped plug, Balanced Drive >> motor, coil diameter : 31.8 |
Frequency response | 40 - 25000 Hz |
Sensitivity | 86 dB / 1 m / 2.83 V |
Impedance | 6 ohms |
Recommand amplifier power | 25 - 100 W |
Binding posts | 1 pair WBT |
수입사 | 헤이스(HEIS) |
가격 | 45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