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없다! - 레가 Elex-R 인티앰프
지난번 풀레인지에 레가(Rega) 인티앰프 ‘Brio’ 리뷰를 썼다. 50W 출력이 선사하는 똘똘한 구동력과 찰진 음색, 그리고 기대 이상의 MM 포노단 성능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개인적으로는 하프 사이즈 앰프에 대한 로망이나 아련한 추억도 있어 ‘Brio’는 보면 볼수록 매력덩어리였다.
이번 시청기는 ‘Brio’의 바로 윗급인 ‘Elex-R’이다. 출력은 72.5W(이하 8옴 기준)로 늘어났고 덩치 역시 풀 사이즈로 커졌다. 외관만 놓고 보면 보다 상위라인인 ‘Elicit-R’에 가깝다. 레가 CD플레이어 ‘Saturn-R’과 턴테이블 ‘RP6’에 물려 들어봤는데, 무엇보다 ‘Brio’ 때보다 훨씬 여유롭고 넉넉한 구동력이 눈에 띈다. 내장 MM 포노단의 성능도 몇 수 위였다.
역시 형만한 아우는 없는 것일까. ‘Brio’에 있던 헤드폰 앰프 기능까지 빼버리면서 ‘음질’에 보다 올인한 ‘Elex-R’을 탐미하는 일은 그래서 즐겁고 설렜다.
레가의 인티앰프
1973년 설립된 레가의 현행 인티앰프는 모두 4종이다. 플래그쉽 ‘Osiris’(162W)부터 시작해서 ‘Elicit-R’(105W), ‘Elex-R’(72.5W), ‘Brio’(50W) 순이다. 회사 설립 이후 턴테이블, 톤암, 카트리지 등 아날로그 데크 시스템에만 주력하던 레가가 인티앰프를 내놓은 것은 1990년 ‘Elicit’가 처음이었다. 프리앰프(HAL 1995, Cursa 1998)나 파워앰프(EXS 1995, EXON 1995)에 앞서 인티앰프부터 내놓았다는 것만 봐도 레가의 ‘실용주의 노선’이 그대로 읽혀진다.
레가 인티앰프의 출시연도를 간략히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번 시청기인 ‘Elex-R’을 비롯해 일부 모델명에 들어간 ‘R’은 리모컨, 즉 ‘Remote Control’의 약자다.
출시연도 | 모델명 |
1990 | Elicit |
1991 | Brio, Elex |
1996 | Brio2 |
2000 | Brio 2000 |
2006 | Brio3 |
2008 | Elicit2 |
2009 | Osiris |
2011 | Brio-R |
2013 | Elicit-R |
2014 | Elex-R |
2017 | Brio |
필자가 보기에 레가 인티앰프를 관통하는 특징 몇가지는 1) 일체 증폭이 이뤄지지 않는 패시브 타입의 프리앰프단, 2) 일본 산켄(Sanken)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로 구성한 파워앰프 출력단, 3) 극히 보수적으로 발표한 출력 수치 등이다. 그리고 플래그십 ‘Osiris’를 제외한 다른 3형제가 모두 MM 포노단을 갖춘 점도 아날로그 데크 시스템에서 시작한 레가의 위대한 전통이다.
‘ Elex-R ’ 외관과 스펙
‘Elex-R’은 2014년 등장 때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1991년 출시됐던 오리지널 ‘Elex’ 이후 무려 23년만에 풀 체인지된 이 ‘Elex-R’에 영국 오디오전문지 왓하이파이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베스트 스테레오 앰프’ 어워드를 안길 정도로 열광했다.
필자가 보기에 ‘Elex-R’은 오리지널에는 없던 리모컨을 갖추면서 앰프 안팎을 대대적으로 손본 모델이다. 그러면서 앞서 출시한 상위 모델들의 기술을 트리클 다운시켰다. ‘Elex-R’에 대해 레가는 “‘Brio-R’에 ‘Elicit-R’의 파워앰프 회로와 포노단을 결합시킨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외관을 보면, 전면 가운데 부분이 대략 ‘1대 4대 1’ 비율로 안쪽으로 들어간 점이 ‘Elicit-R’과 유사하다. 하지만 버튼 개수와 배치가 다르고, ‘Elicit-R’에서 보였던 상판 가장자리의 방열 구멍이 없다. 어쨌든 ‘Brio’와는 풍모가 완전 다른 풀사이즈 외관으로, 폭은 43cm, 안길이는 32cm, 높이는 8cm를 보인다. 무게는 11kg.
섀시는 레가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2.5mm 두께의 스틸 재질이다. 전면 패널의 경우 왼쪽부터 파워 온오프 버튼, 입력버튼, 볼륨 노브가 달렸다. 후면은 왼쪽부터 톤암 접지단자, MM포노 입력단, 라인입력단(RCA 4조), 레코드 아웃단, 프리 아웃단, 스피커케이블 체결용 바인딩 포스트, 전원 인렛 순이다. 역시 MM포노 입력단과 프리앰프 출력단이 눈길을 끈다.
출력 스펙은 8옴에서 72.5W, 6옴에서 90W, 4옴에서 113W를 낸다. 왜율은 0.007%에 머문다. MM 포노단(임피던스 47k옴) 입력감도는 7mV, 라인단(임피던스 30k옴~50k옴) 입력감도는 164mV. 프리앰프 출력 레벨은 625mV, 출력 임피던스는 600옴에 달한다.
‘Elex-R’ 증폭 및 출력 메카니즘
‘Elex-R’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유심히 살펴본 부분은 파워앰프 입출력단 설계다. 프리앰프부와 파워앰프부가 사이좋게 게인을 나누는 일반 인티앰프와 달리, 레가 인티앰프의 프리앰프부는 볼륨 컨트롤까지 포함해서 일절 증폭 메카니즘에 관여하지 않는다. 증폭단수를 최소화함으로써 음의 순도를 그만큼 높이려는 설계방식이다.
파워앰프 입력단, 그러니까 인티앰프의 게인을 결정짓는 전압증폭단은 ‘Brio’와 마찬가지로 고정밀 ‘MUSES’ OP앰프를 쓴다. 이에 비해 ‘Elicit-R’은 디스크리트 FET 소자를 에미터 팔로워 방식으로 투입했고, ‘Osiris’는 캐스코드 차동증폭 방식을 썼다.
스피커를 실제적으로 구동하는 출력단은 ‘Brio’나 ‘Elicit-R’과 마찬가지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채널당 총 4개를 투입, 푸쉬풀로 구동하는 클래스AB 설계다. 즉, NPN(드라이빙)-NPN(출력) 트랜지스터 1쌍과 PNP(드라이빙)-PNP(출력) 트랜지스터 1쌍이 푸쉬풀로 구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부 사진을 보면 채널당 2개의 트랜지스터밖에 안보인다. 이것은 드라이빙과 출력 트랜지스터가 한 칩셋에 담겼기 때문이다. 어쨌든 각각의 드라이빙 트랜지스터와 출력 트랜지스터는 달링턴 페어(Darlington Pair)를 이루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푸쉬와 풀이 서로 보완해 작동하는 ‘컴플리멘터리(complimentary) 달링턴 출력 회로’가 된다.
부연설명을 하면, 달링턴 회로는 드라이빙 트랜지스터의 에미터에 출력 트랜지스터의 베이스를 연결시키는 ‘에미터 팔로워’(emitter-follower) 방식을 쓴다. 에미터 팔로워 방식은 컬렉터가 아닌 에미터에서 출력을 꺼내기 때문에 게인이 1이 안되지만 높은 입력 임피던스와 낮은 임피던스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레가는 그런데 이 ‘컴플리멘터리 달링턴 출력 회로’ 앞단에 다시 클래스A로 동작하는 1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에미터 팔로워 형태로 붙인 독특한 설계구조를 택했다. 레가에 따르면 이 ‘싱글 에미터 팔로워’ 트랜지스터는 클래스A로 작동하는데 입력 임피던스는 높고 출력 임피던스는 낮은 일종의 버퍼 역할을 한다. 따라서 출력단의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을 더욱 키우는 동시에, 앞단(전압증폭단)의 부하를 줄여 전체적인 리니어리티도 높이는 1석2조의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레가 인티앰프 출력단에 투입된 모든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일본 산켄(Sanken) 제품이라는 것. 산켄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의 개당 최대 출력이 150W여서 산술적으로 따지면 이 산켄 트랜지스터를 달링턴 페어로 구축한 레가 인티앰프는 스펙상 최대 300W까지 가능하다(실제로 레가는 ‘만약 일제 앰프였다면 300W 출력이라고 표기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레가가 실제로 표기한 출력은 ‘Brio’가 8옴에서 50W, ‘Elex-R’이 8옴에서 72.5W, ‘Elicit-R’이 8옴에서 105W에 그치고 있다. 레가가 스펙상 출력수치를 지나치게 겸손하게 잡았다는 명백한 증거다. 동일한 트랜지스터에 동일한 설계방식인데도 각 인티앰프 출력이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전원부 설계에서 기인한다. ‘Elicit-R’ 내부 사진을 보면 ‘Brio’보다 훨신 큰 토로이달 전원트랜스와 필터링 커패시터를 투입했음을 알 수 있다.
시청
시청에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 대로 레가의 CD플레이어 ‘Saturn-R’, 턴테이블 ‘RP6’(톤암 RB303, MM카트리지 Exact)를 동원했다. LP 재생의 경우 ‘Elex-R’의 내장 MM 포노단을 활용했다. 스피커 역시 레가의 ‘RX3’를 물렸다. ‘RX3’는 감도 89dB, 임피던스 6옴의 2.5웨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측면에 베이스 드라이버가 장착된 점이 특징이다.
총평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여주인공 아스카가 그랬다. “엄빌리컬 케이블이 없어도 괜찮아. 이쪽엔 1만2000장의 특수장갑과 AT필드가 있으니까!” 그녀가 조종하는 생체병기 에반게리온 2호기의 전력케이블(엄빌리컬 케이블)이 끊어졌지만, 2호기 전신을 뒤덮은 특수장갑과 강력한 방어막(AT필드)만 있으면 자신은 괜찮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Elex-R’을 시청하는 내내 아스카의 이 대사가 계속해서 아른거렸다. “72.5W여도 괜찮아. 이쪽엔 (두 채널 합산) 8개의 산켄 트랜지스터와 초강력 MM포노단이 있으니까!” 그만큼 ’Elex-R’의 출중한 구동력과 순도 높은 증폭, 단품 포노스테이지가 부럽지 않은 MM포노단이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돋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전에 들은 ‘Brio’도 당차고 똘똘한 앰프였다. 하지만 ‘Elex-R’은 넉넉한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과, 편안한 소릿결, 좀더 풍부해진 표현력에서 몇걸음 앞서 있었다.
글 : 김편
Key Features | · Rega custom full width case with improved heat dissipation · Combined feedback & passive volume control pre-amp · 90 watts per channel into 6 Ohms / 72 watts into 8ohms · High specification integrated phono stage · New multi-lingual user manual · Enhanced power supplies for the driver stage · Hybrid of the Brio-R and Elicit-R design · Dedicated mini remote handset included · Pre-amp out / Record out / 4 line inputs · New custom transformer |
Specifications | · Power Supply · Voltage: 230v · Frequency: 50Hz · Power Consumption: 250 Watts · 230v Fuse: T3.15AL 20mm |
Output Power | · 72.5W 8Ω both channels driven - Design centre rating · 90W 6Ω both channels driven - Rega speaker impedance rating · 113W 4Ω both channels driven |
Phono Input | · Sensitivity (72.5W 8Ω1.7mV (Load 47K in parallel with 220pF) · Maximum input level: 100mV |
Line Input | · Sensitivity (72.5W 8Ω 164mv (Load 30-50K) · Maximum input level: 10v |
Tape Output | · Level: 164mV with rated input · Output impedance: 470 |
Line Output | · Level: 625mV with rated input · Output impedance: 600 |
수입사 | 다빈월드 (02-780-3116 / 2060~2063) |
가격 | 20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