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서울에서 만난 작은 스페인, 스페인책방🇪🇸

조회수 2020. 7. 19.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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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 스페인책방
한국에서 만나는 작은 스페인
동네책방 ㅣ 스페인책방
서울 충무로역 근처, 화창한 날이면 큰 창으로 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스페인책방이 있다. 빽빽한 건물들 사이를 뚫고 찾아간 그곳은 주변과는 다른 작고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것 같은 이색적인 분위기를 뽐낸다.

알록달록한 조명과 탁 트인 시야에 그림처럼 보이는 남산과 남산타워를 보고 있으면 이 공간 안에 있는 것 만으로도 휴양지에서 보내는 순간들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

스페인책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페인과 관련된 책은 물론, 풍기는 분위기가 스페인에 있는 작은 책방이다. 한국에서 작은 스페인을 만든 책방지기님은 어떻게 이런 책방을 만들게 되었을까?

"처음에는 책방이 아니라 독립 출판을 먼저 시작했어요. 책을 만들면서 많은 책방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책방을 운영하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책방’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페인을 메인 테마로 하고 있어요. 스페인을 테마로 잡은 건 제가 스페인을 너무 좋아해서였어요. 스페인에 가서 살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어 ‘내가 있는 곳을 스페인으로 만들자!’라고 해서 만든 책방입니다."
- 스페인책방 책방지기 에바님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없으니 내가 있는 이곳을 내가 원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신선하고 새삼 대단한 것 같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스페인의 어떤 매력들이 그런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을까?

"스페인은 고등학생 때 ‘안토니 가우디’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좋아졌어요. 그 책에서 가우디와 스페인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는데, 가우디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우디 건축물이 가득한 바르셀로나를 좋아하게 되고, 스페인을 좋아하게 된거죠. "
- 스페인책방 책방지기 에바님


책을 통해 가우디를 만나고, 스페인을 꿈꾸던 고등학생 소녀는, 커서 책을 만들고 책방까지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책방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페인을 가득 담았다. 책방지기님과 인터뷰를 하며 나의 삶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서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에너지가 넘치고 다채로운 느낌의 스페인책방과 많이 닮았다.

"공간을 구성할 때는 ‘스페인스러움’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을 했어요. 그중에서도 스페인이 주는 색깔이 있는 소품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있어요. 저희 책방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는 붉은 스테인드글라스 등도 사실 한국에서 제작한 등인데 여기에 걸어두니까 사람들이 스페인에서 가지고 왔냐고 많이 물어보셨어요. 아무래도 스페인이 떠오르는 화려한 색감의 아이템이 많은 것 같아요.

책방의 모든 공간이 처음부터 생각한 대로 만든 공간은 아니에요. 하나씩 모으다 보니 지금의 공간이 완성되었어요. 그중에 피아노는 올해 5월 초에 고향집에서 쓰던 피아노를 옮겨왔어요. 마침 집에는 둘 곳이 마땅하지 않았고, 피아노가 주는 분위기가 책방에 어울릴 것 같았어요.

또 짝꿍이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저도 음악을 좋아해서 LP판, 기타, CD도 가져다 놓았어요. 항상 노래를 틀어놓는데, 주로 스페인어로 된 곡이나 스페인, 중남미 뮤지션들의 음악을 틀고 있습니다."
- 스페인책방 책방지기 에바님





스페인에서 직접 가져온 소품들과 스페인어로 된 책들도 눈에 띈다. 책장은 다른 독립 책방들처럼 다양한 책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책방지기님은 어떤 책들을 선택하고 진열하고 있을까?

"스페인 관련된 책이 메인이지만 스페인 여행책이나, 스페인어에 관련된 책들만 또 놓을 수는 없었어요. 방문해 주시는 분들 중에서도 스페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외에도 다양한 책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다만 독립 출판물 같은 경우에는 스페인과 중남미에 관련된 책들만 받고 있습니다.

책 표지가 보이게 놓을 수 있는 책장은 직접 만든 책장이에요. 그리고 아래에 와인병들은 책방에서 모임이 있을 때 손님들이 사 오시거나 저희가 준비했던 와인이에요. 이렇게 책장 아래에 두니까 예쁘더라고요."
- 스페인책방 책방지기 에바님





요즘에는 직접 만나는 모임을 진행할 수 없겠지만, 책방 곳곳에 있는 보드게임이나 예쁜 라벨의 와인병을 보면 이곳에서는 종종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임들이 진행된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많은 클래스를 열었어요. 핸드 드로잉, 디지털 드로잉, 글쓰기 모임, 스페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스페인 이야기하는 모임, 함께 모여서 보드게임을 하는 모임도 만들었었어요.

사실 올해 진행하고 싶었던 프로젝트와 클래스가 참 많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는 모임을 하기가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고 싶어서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 시기에도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모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 스페인책방 책방지기 에바님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이곳에는 꾸준히 손님들이 방문했다. 스페인책방만의 매력을 좋아하는 마니아 층이 분명하고, 근처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들리는 것 같았다. 건물들로 빼곡한 골목의 1층도 아닌 5층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렇게 꾸준히 찾아주시는 사람들은 어떤 분들일지 궁금했다.

"스페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오시는 것 같아요. 스페인에서 사셨던 분들이나,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여행 전에 들리시는 것 같아요. 단골손님들 중에선 스페인을 다녀와서 그 매력을 그리워하다가 저희 책방을 알게 되고, 클래스에도 참가하시면서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주변에 회사들이 많다 보니 직장인분들도 많이 방문하시고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어요. 스페인어에 관심이 많으신 중년의 남성분이셨어요.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어요. 와이프 분께서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셔서 책을 구매하지는 않으셨지만 답례로 스페인 국가를 불러주고 가셨어요. 지금 스페인 국가에는 가사가 없거든요. 아마 그분이 알고 계신 가사는 이전에 독재정권일 때 붙인 가사인 것 같은데 그걸 불러주고 가셨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이세요.

손님들이 스페인 책방에 오셨을 때, 이 공간이 구석구석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고 여행 온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덕분에 정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 스페인책방 책방지기 에바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한 스페인책방은 ‘스페인’처럼 열정으로 가득하다. 앞으로의 스페인책방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저는 즉흥적인 편이라,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면서 운영하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즉흥적으로 많이 하고 싶어요. 공연과 모임을 많이 기획하고 있었는데 시기상 조심스럽긴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온라인 모임이나 온라인에서의 책 소개에 더욱 힘쓸 예정입니다."
- 스페인책방 책방지기 에바님




<스페인책방 책방지기 책 추천>

이 책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난 이야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여행을 목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결혼을 하면 신혼부부 대출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대출을 위해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 대신에 클럽을 빌려서 파티를 하고, 신혼여행 대신 순례길을 다녀온 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최대한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고 재미있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플라이북 에디터
한예지
dpwl10004@flyb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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