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보이는 해방촌 책방, 별책부록

조회수 2020. 2. 22.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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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는 어때요?
뜻밖의 별책부록을 발견할 것 같은 곳
남산이 보이는 해방촌 골목에서 발견한
동네책방 | 별책부록
남산이 보이는 골목에서 발견한 작고 하얗던 서점을 발견했다.
겨울에 유난히 하얗게 보이던 서점, 별책부록

서점을 처음 봤을 때부터 눈길이 갔던 것은 별책부록 간판이다. 깨끗하고 소박한 느낌마저 주는 심플함이다.




"별책부록은 책을 파는 곳이에요. 대형 서점과는 다르게 소규모 출판 책, 문화 예술과 관련된 책과 단행본 위주의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 별책부록 매니저 차승현님


별책부록 차승현 대표는 별책부록을 시작하기 전,
작은 서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 1세대 독립 출판 업계에서 몸담았던 경험이 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책도 문화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곳 같은 ‘독립 서점’의 모습이 기존의 ‘책’에서 기능과 폭을 넓힌 곳이라고 생각해요. 독립 서점을 찾아오는 분들에게는 대형 서점같은 브랜드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차이들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 별책부록 대표 차승현님





책 뿐 아니라 곳곳의 손때 묻은 LP판까지 더해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이 공간은 책방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별책부록’처럼 우연히 발견한 기분 좋음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별책부록이 되었다고 한다.

“책방을 열기 전, 이름으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요즘은 많이 쓰지 않는 단어지만 예전엔 패션, 음악 잡지를 구매하면 사은품이 아닌 작은 별책부록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는데, 잡지나 책보다도 별책부록 때문에 구입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별책부록은 많은 책을 수용할 수 없는 작은 책방이기에, 책을 고를 때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 무엇에 대해 오랜 시간 탐구한 경험이 담긴 책,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콘텐츠가 있는 책을 위주로 찾고 있습니다. 그러면 저도 좋고 독자들도 재미를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또 독립 출판물이라는 것도 ‘독립’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편집, 디자인, 교정 등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는 비슷하기 때문에 별책부록에서는 독립/일반을 나누고 있지는 않습니다.”
- 별책부록 대표 차승현님





책장에 꽂힌 책들 사이사이에는 일러스트가 담긴 엽서와 포스터, 이곳저곳에 붙이고 싶은 마스킹 테이프, 에코백 같은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별책부록의 모든 상품에는 차승현 대표를 비롯한 별책부록 직원들의 취향이 깃들어있다. 이런 아기자기한 취향 덕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2-30대 여성분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차승현 대표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손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하더라도, 특별히 별책부록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적극적으로 소통한다고 한다.

“별책부록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 대부분은 저희의 관심사나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고려해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궁금할 수 있겠다’하는 것들요. 간혹 먼저 커리큘럼을 제안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 별책부록 대표 차승현님



별책부록의 워크샵이 다양한 주제를 담고있는 것 만큼,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차승현 대표는 그 중에서도 유독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별)‘모양이 들어간 별책부록의 로고 디자인이나 잡지에서 튀어나온 정말 별책부록같은 간판 디자인에서도 그의 관심이 묻어난다.


“평소에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는데, 일을 하다보니 점점 더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책부록 디자이너 만큼은 좋은 대우를 해주고 싶어요. 책방에서 진행한 워크숍의 디자인 관련 기획들도 평소에 이런 생각들이 있다보니 무의식 중에 드러난 것 같아요.

인테리어 디자인도 기본적인 공사 외에는 직접 진행했어요. 간결하고 심플한 서점이 되길 원했습니다. 이 곳에 머무르는 동안은 편안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밝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바닥에는 하얀 타일을 깔고, 환하게 빛이 들어오는 큰 창을 선택했습니다.”
- 별책부록 대표 차승현님





튀지 않는, 도드라지지 않는, 자세히 보면 내실 있는, 별책부록이 바라는 모습이다.


“욕심이나 계획은 딱히 없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서점 일이라는 게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많이 바빠요. 그동안에는 하루하루 닥치는 일들을 했다면, 요즘은 생각하는 시간을 꼭 우선순위에 두려고 해요. 현재를 유지하는 것이 1차적 목표예요. 지금은 별책부록이 추구하는 방향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생각하지만, 멀리서 이 곳에 오시는 분들도 영감을 얻어갈 수 있도록 큐레이션에 더 관심을 쏟을 거 같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하고요.”
- 별책부록 대표 차승현님

앞으로 별책부록은 큐레이션과 더불어 출판에 에너지를 쓰겠다고 한다.


“더 많을 책을 소개할 수 있는 확장형 서점보다 별책부록이 소개하고 판매했을 때 어울리는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또 컴팩트한 영화 실용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별책부록에서 직접 출간한 독립 출판물 ‘CAST’가 11월에 5번째 호가 나왔습니다. 이번 주제는 공포영화인데, 앞으로는 출판 쪽으로도 더 신경을 쓰려고요.”
- 별책부록 대표 차승현님


조용히 걷고 싶은 어느 날, 기분 좋은 바람이 그립다면 해방촌의 길목에서 당신에게 즐거움이 될 별책부록을 만나길 바란다. 해방촌의 신선한 바람이 어쩌면 건조해진 당신의 공기를 촉촉하게 적셔줄테니까.
<별책부록 차승현 대표가 추천하는 책>
“저는 글을 믿지 않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더라도 행동과 글이 다를 수 있거든요. 글 자체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연기자가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좋은 역할을 연기할 수 있잖아요. 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그 글을 읽는 누군가에 영향을 미치고, 잘못하면 누군가는 다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데, 내가 잘 모르는 작가가 쓴 글을 좋아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 같아요.”

별책부록에서 베스트셀러인 이 책의 작가는 별책부록 차승현 대표와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책 추천의 기준에 작가의 인성과 가치관이 중요하다고 한 만큼, 그가 인정하는 괜찮은 작가의 괜찮은 에세이. 차승현 대표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인 것은 확실하다.


플라이북 에디터
이윤진
yjlee@flyb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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