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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째 대학로에 있는 책방 투어

동네책방 |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
플라이북 작성일자2019.02.09. | 953  view
맑고 밝은 세상을 꿈꾸는 그곳,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
33년째 성균관 대학교 앞을 지키고 있는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린 대학가의 인문사회과학서점 중 현재 명맥을 잇고 있는 이곳을 찾아가보았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진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푸근한 미소를 머금은 책방 아저씨와 작지만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책방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형서점에서는 잘 만나볼 수 없는 인문사회과학 책들이 가득한 이곳은 1985년, 2월 민주화운동의 열기 속에서 문을 연 서점이다.
그 시절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꿈꾸는 청년들이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대학가에는 인문사회과학 서점이 많이 생겨났고, 서울에서만 해도 스무 개 가까이는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 ‘풀무질'과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 두 곳만이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그때 그 시절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뜻을 품은 사람들은 세 가지 일을 했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글을 쓰거나, 출판사를 만들거나, 또 대학 앞에 인문사회과학 책방을 내는 일이었다. 이곳의 네 번째 주인 은종복씨 역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책방 이름이 풀무질이잖아요. 책방 이름에도 그 시절의 정신을 담았어요. 원래 ‘풀무질'이란 뜻은 대장간에서 낫이나 칼을 만들 때 센 바람을 불어넣는 것을 일컫는 말인데요. '군사독재 정권에서 맞서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라는 저항 인문학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학회지의 명칭을 빌린 것이기도 하고요.”
그곳에는 그 이름에도 담겨 있듯 세상을 좀 더 맑고 밝게 만들고자 우리의 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문 사화과학 서적으로 가득하다. 전성기를 누렸던 그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성균관대 학생들뿐 아니라 인문사회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인문사회 서적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함께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도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어쩌면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골동품인지도 모르겠지만, 풀무질만큼은 그 많은 시간들을 버텨내며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예전만큼 저항의 인문학 정신이라던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던 청년들의 지하 비트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지는 못하지만요. 이곳에는 이 땅의 청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로 채워두고 있어요. 또 가끔은 아무리 안 팔리는 책일지라도 읽어봤으면 하는 책들은 책방을 찾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기도 하고, 독서모임을 통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최근 이곳은 폐업할 위기를 넘겼다고 했다. 어쩌면 종종 들려오는 오래된 동네 서점의 폐업 소식과 다르지 않다 여겨질 수 있겠지만 이곳의 폐업 위기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곳 또한 역사의, 아니 어떤 이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책방이라는 곳이 단지 책을 팔아 수익을 내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동네에 자리 잡아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오아시스가 되어야 어린아이들이 내일로 나아가는데 웃음이 더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책을 많이 사보며, 책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자는 그런 힘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예전보다는 덜한 것 같아요. 특히나 안타까운 것은 앞서 말한 동네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동네분들은 많이 오지 않으세요. (하하)”

어쩌면 그는 파리에 있는 작은 동네 서점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매주 주말 아침이면 작은 서점에 책을 들고 모여 나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또 함께 책을 읽어나가는 공간을 말이다. 동네 책방을 열면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프랑스와는 달라 재정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동네 서점에서는 그런 일이 참 꿈같은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Q. 그러면 앞으로 풀무질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A. 책방 일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여유로운 일 같지만 참으로 고된 일들이 많아요. 재고를 정리하고 책을 발송하는 일, 그리고 책을 선별해서 주문하는 일까지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없죠. 젊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제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거기다 재정적 문제가 있다 보니 풀무질의 문을 닫을 생각을 하고 다음 주인을 찾고 있었습니다. 폐업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던 분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쉽사리 다음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전범선과 양반들’이라는 젊은 친구들이 이곳을 인수하게 되었어요. 이곳이 사라지지 않는 것만으로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책방의 새로운 주인을 찾을 때 세 가지의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중노동을 할 수 있을 것,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있을 것, 성실할 것. 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 탓도 있겠지만 오래도록 남았으면 하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조건들이었다. 록밴드를 이끌고 있는 전범선씨는 물론 함께 책방을 운영할 두 친구의 패기와 인문학적 관심을 보고 그는 인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특히나 록밴드의 리더인 전범선씨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운영하는 헌 책방을 보며 자라왔고, 영국 유학시절 유서 깊은 헌책방들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서점을 만나오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서점을 꿈꾸었다고 하니 그들이 꾸려가는 책방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들은 6월부터 시작되는 책방 운영을 위해 은종복씨에게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A. 이제 풀무질도 새로운 주인을 만났고, 저는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로 가서 새롭게 시작해볼 계획입니다. 그곳에서도 작은 책방을 해보려고 합니다. 풀무질의 정신을 이어가고도 싶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어요. 이번에는 운영을 잘해서 서점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책방 운영으로 미뤄두었던 글을 쓰는 일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하고요.
Q.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책을 그냥 읽지 마세요. 책을 읽기 전에 꼭 바깥나들이를 많이 하세요. 밖으로 나가 자연을 느끼고 그 속에서 스스로 사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책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개념화시킨 것이잖아요. 내가 막연히 상상했던 것들이 언어라는 것을 통해 드러내는 일인데, 마음 밭이 자본주의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아무리 책을 읽어도 똑같이 읽게 됩니다. 일단 마음 밭에 큰 자연처럼 그 어떤 것에도 편견을 가지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고 스스로 사유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읽기 전에 바깥나들이가 꼭 필요하죠. 책방 풀무질에 오시는 것도 좋지만 오시기 전에 명륜동의 길을 잠시 걸었다가 오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없을 뻔했던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 우리의 역사 그 한가운데 있었던 그곳에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길, 지금처럼 변함없는 따스하고 밝고 맑은 바람이 가득한 곳으로 나아가길 바라본다.


책방 풀무질
위치 |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19 지하1층
전화번호 | 02-745-8891
SNS | www.facebook.com/pulmuzil
플라이북 에디터
황수빈
imbluebird@flyb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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