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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

조회수 2018. 6. 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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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는 어때요?
나는 고양이가 없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바꿔 적으면 ‘나만 고양이 없어’ 신세다.
순간순간 냥줍(길고양이 새끼를 데려오는 일)의 유혹에 시달리고, 귀여움을 넘어 심장을 마구 폭행하는 마력을 흘리는 아기 고양이들의 사진을 돌리며 입양할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전하는 지인도 종종 만난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만 고양이 없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살아있는 거라면 선인장도 3개월을 못 넘기는 몹쓸 돌봄력 탓이다. 일단 키우기 시작하면 키울 수 있게 된다며 도전을 부추기는 지인도 있지만 지금의 적당한 거리에 머무는 게 아직은 마음이 편하다.
나와 비슷한 마음인 사람이 많아서인지, 그저 우연의 일치인지 고양이를 담은 책이 점점 더 많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온다. 길고양이, 집고양이, 해외에서 만난 고양이, 만화, 웹툰, 사진집, 출신도 종류도 많고도 많다.
결국 고양이를 기르지 못하는 공허함을 책으로 채우기 시작했고, 실제 고양이를 보며 배운 것보다 책으로 배운 게 더 많아져 버렸다.
고양이에 대해 1도 몰랐던 내가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3년이 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책에서 였고, 유난히 귀가 잘린 고양이(에고 불쌍해라)가 자주 눈에 띈 이유가 TNR(Trap, Neuter, Return)의 증명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책에서 였다.
조금씩 고양이를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 쓰레기 봉투를 찢고 뒤져 지저분하게 만드는 미운 존재에 소름끼치는 울음 소리로 깜짝 놀라게 하는 불길한 동물로 멀리 하고 싶던 길고양이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 거다.
중세에는 마녀의 변신으로, 불길함의 상징이기도 했던 검은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도 고양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성립하고 존속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고양이의 매력을 잘 알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지낸 이들이 있었으니, 고양이의 매력, 사유, 이야기를 담은 책 몇 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솔 프램튼 지음 | 책읽는수요일 펴냄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은 보통 ‘집사’로 불린다. 귀족 혹은 부유한 집에서 온갖 수발을 드는 그 집사가 맞다. 고양이는 자신이 사람에게 길러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신을 모시고 사는 거라고 생각한단다.
일례로 고양이가 침대 한 가운데서 잠들었다면 사람은 고양이를 치우고 넓은 자리를 차지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깨지 않도록 가장 자리에서 불편한 잠자리에 드는 걸 택한다. 고양이를 기르는 집의 서열 1위는 고양이가 차지하게 된다는 거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고양이와 놀아줄 때도 사람이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사람을 데리고 노는 상황이 된다. 사람은 놀아주고 싶지 않아도, 고양이가 놀고 싶어하면 놀아’드려야’한다는 것.

이 책은 <수상록>의 저자 몽테뉴의 12가지 고민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 왜 엉뚱하게 고양이가 등장하는가 하면 몽테뉴는 고양이를 좋아해서 기르곤 했는데, 몽테뉴가 심각한 고민에 답을 찾는데 고양이가 좋은 대화 상대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철학적 사유에서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기를. 몽테뉴의 매력을 알게 되는 건 덤.


고양이 그림일기
이새벽 지음 | 책공장더불어 펴냄
눈도 뜨기 전부터 키운 집고양이와 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길고양이를 동시에 키우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려서부터 키운 집고양이는 어느 날 갑자기 굴러들어온 길고양이보다 살갑고 고분고분할까?
곱게 자란 집고양이와 영역 싸움에 익숙한 싸움꾼 길고양이가 만났을 때 누가 갑이 되고, 누가 을이 될까?

<고양이 그림일기>는 집고양이 장군이와 길고양이 흰둥이를 모시고 지내는 힘없는 인간 집사가 적고 그린 그림일기다. 눈뜨기 전부터 키운 장군이는 집사를 아랫것처럼 대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흰둥이는 인간 집사를 살갑게 따른다. 더욱 놀라운 건 싸움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집고양이 장군이가 싸움꾼 흰둥이를 구박하고 때린다는 거다. 그런 까칠함과 구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흰둥이는 장군이를 따라다니며 친해지기 위해 애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주말, 조용한 카페에서 느긋이 들춰 보면 좋은 이야기다. 더하여 눈물이 훅 치고 들어올 수 있으니 조심하기를 권한다.


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지음 | 민음사 펴냄
공포문학, 환상문학의 세계를 연 것으로 알려진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중에서도 비교적 널리 알려진 작품이 바로 <검은 고양이>다.
검은 고양이에 얽힌 미신, 검은 고양이는 영물이며 불길한 존재라는 믿음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에 어두움을 보탠다. 짧은 이야기 속에 담긴 인간의 광기와 긴장감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순하고 착했던 한 사람이 술을 찾기 시작하면서 폭력성을 보이기 시작하고 급기야 기르던 검은 고양이의 한쪽 눈을 도려내는 일이 벌어지고, 마침내는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미신적인 믿음보다 인간의 광기와 포악한 폭력성이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몸은 고양이야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창비 펴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알려진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창비에서 새롭게 번역하며 붙인 제목이 <이 몸은 고양이야>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제목이 오역이라기보다 소세키의 억센 문체의 맛을 살리는데 중점을 둔 해석이라고 한다.
교사로 재직하던 시기 부업 삼아 친구의 추천으로 잡지에 연재한 소설인데, 처음부터 장편으로 쓸 생각이 아니었으나 장편소설이 되었고, 마침내는 교사 생활을 접고 소설가로의 삶을 택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이름이 없는 고양이 ‘나’가 자신이 머무는 선생 구샤미와 그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과 세상을 고양이의 시각에서 풍자하는 내용이다. 고양이의 습성이나 생태, 행동에 대한 묘사가 생생한 걸로 봐서 나쓰메 소세키도 고양이를 길렀거나, 좋아했을 거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나쁜 고양이는 없다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펴냄
‘미운 고양이는 있어도 나쁜 고양이는 없다’
저자는 그렇게 믿고 있다. 이제는 나도 그렇게 믿고 있다.
이 책은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로 시작해 <명랑하라 고양이>로 이어진 ‘안녕, 고양이’ 시리즈의 마지막 에세이다. 자주 만나지만 잘 알지 못하는 길고양이의 치열한 하루하루의 삶을 담았다.

세계 최초로 길고양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의 원작이기도 하다고.
작가는 길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2년 반에 불과하며, 늘 명랑해보이고 태평해 보이기까지 하는 길고양이들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치열하고 위태로운지 알려준다. 크고 작은 위험들과 불결하다거나 밉다는 이유로 사료에 약을 타거나 쥐약을 놓아 희생되는 길고양이들의 사연도 들려준다.

다시 한 번 적지만 저자의 말처럼 세상에 나쁜 고양이는 없다. 10분이라도 고양이와 함께 놀아본 사람은 그 사실을 깨닫게 될 텐데, 강아지풀 하나로도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존재가 어떻게 악의와 저주의 근원일 수 있겠는가.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기왕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고양이를 대하며, 고양이들이 누리는 행복의 비결을 배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콩고양이
네코마키 지음 | 비채 펴냄
고양이는 언제나 옳다.
두 마리 아기 고양이 팥알이와 콩알이가 선사하는 휴식 시간. 팔자에 없던 고양이 입덕을 부추기는 심쿵사주의 꽁냥꽁냥 라이프.
글 | 플라이북 에디터  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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