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부커상은 1960년 대 후반 부커 그룹의 주관으로 시행된 반 세기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문학상입니다. 2002년 전에는 부커상이었지만, 이후 맨 그룹이 상금 후원에 참여하면서 맨 부커상으로 이름을 바꿨죠. 노벨문학상, 콩쿠르 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989년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 있는 나날>, 1997년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1998년 이언 매큐언 <암스테르담>, 2000년 마가렛 애트우드 <눈 먼 암살자>, 2002년 얀 마텔 <파이 이야기>, 2011년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등이 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도 많이 겹치네요.
맨 부커상 소개 페이지에는 어쩌면 노골적일 수 있는 ‘드라마틱한 판매 부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을 소개에 적고 있는데, 주최측이 맨 부커상 권위에 느끼는 자부심을 짐작할 만하죠. 매년 10월에 발표하며, 수상자에게는 50,000파운드를 최종 후보 6명에게는 2,500 파운드를 상금으로 수여합니다.
02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2005년에 신설됐습니다. 영국 등 몇 개국 작품에 한정하는 맨 부커상과 달리 다양한 언어로 쓰였지만,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 출간된 작품을 2년마다 선정해 수상한 거죠. 2016년부터는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고,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국에서도 맨 부커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맨 부커상과 맨 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을 함께 적는데, 둘은 별개로써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매년 5월에 발표합니다. 상금은 맨 부커상과 동일하게 50,000파운드로 2018년 5월 기준 7,285만원 정도입니다. 작가와 번역가의 공동 수상으로 상금은 반반씩 공평하게 나눕니다. 최종 후보에게는 작가와 역자 각각 1,000파운드의 상금을 수여합니다. 번역이 필요 없는 영어권 작가의 경우에는 번역자가 없기에 상금을 혼자 가져가겠네요.
대표 수상자로 2005년 이스마일 카다레 <부서진 사월>, 2007년 치누아 아체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2011년 필립 로스 <에브리 맨>, 2015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사탄탱고>, 2016년 한강 <채식주의자> 등이 있습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탱고>의 경우 7시간이 넘는 동명의 영화가 존재합니다. 책 읽기가 오래 걸리고 힘들어서 영화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이 쉽지 않겠네요.
03 2018년에는 어떤 작품들이
최종 후보에 남았나?
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2018 Shortlist
| 1 | Frankenstein in Baghdad / Ahmed Saadawi
미국의 잔해가 남은 점령지 바그다드의 거리에 괴짜 청소부가 있습니다. 인체 부위를 꿰매어 하나의 사체를 만드는 하디. 그의 목표는 자신이 만든 사체를 정부가 한 사람으로 인정해 적당한 곳에 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사체가 사라지고 도시에는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총으로 쏴도 죽일 수 없는 범죄자가 있다는 보고가 뒤를 따르죠. 하디는 자신이 생존을 위해 인간의 살을 필요로 하는 괴물을 만들어냈음을 깨닫습니다.
현대 이라크의 현실을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섬뜩한 유머를 담아 그린 소설.
| 2 | Like a Fading Shadow / Antonio Muñoz Molina, Camilo A. Ramirez
1968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암살 사건이 발생합니다. 범인은 제임스 얼 레이. 제임스는 캐나다를 거쳐, 위조 여권으로 런던으로 날아가 두 달에 걸쳐 도망칩니다. 마침내 리스본에 도착해서 앙골라 비자 발급을 기다리지만 비자는 오지 않죠. 역사, 회고, 희미한 그림자처럼 정체성의 구축에서 상상의 과거와 기록, 경험 사이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소설입니다.
| 3 | The World Goes On / Krasznahorkai László, George Szirtes 외 2인
생각에 몰입시킴으로써 현재의 세계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합니다. 상하이의 혼란스러운 거리를 방황하는 통역사, 바라나시의 소음에서 벗어난 갠지스 강 둑에서 물 한 방울 속에 담긴 자연의 거대함과 마주한 여행자, 포르투갈의 대리석 채석장에서 언젠가 매일의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상상을 하는 어린 노동자, 작가가 들려주는 잊히지 않을 열한 가지 이야기.
| 4 | THE WHITE BOOK / 한강, Deborah Smith
흰 사물의 목록으로 시작해 색상을 명상하게 하는 이야기, 애도, 중생, 인간 정신의 끈기에 관한 책, 아름답지만 이상하기만 한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
| 5 | FLIGHTS / Olga Tokarczuk, Jennifer Croft
21세기의 여행과 인류 해부학에 관한 소설, 자신의 다리를 절단하고 해부도를 그린 17세기 네덜란드 해부학자, 아프리카 북부에서 태어나 사후 오스트리아 궁에 전시된 18세기 노예, 쇼팽의 심장을 따라 파리에서 바르샤바로 여행하는 19세기, 그리고 현재. 21세기의 여행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인간의 신체에 대한 탐구와 깊은 통찰로 독자를 이끄는 작품.
| 6 | VERNON SUBUTEX 1 / Virginie Despentes, Frank Wynne
“마지막 음반은 버논이 갖고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하나가 인터넷에 폭풍을 몰고 옵니다. 마약 과다 복용으로 동반 사망한 유명 음악가와 버논의 후원자의 마지막 기록을 버논이 갖고 있다는 거였죠. 같은 시간 프랑스 바스티유에서 악기점을 하던 버논은 연속된 불운으로 추락 중이었습니다. 마침내 길에 나앉게 된 불운의 끝에서 처음으로 구걸을 위해 손을 벌릴 때 인터넷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죠. 버논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버논을 찾기 시작합니다.
04 2018년에는 누가 수상하게 될까?
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FinestFiction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은 영국 시간으로 오늘, 5월 22일에 발표됩니다.
생소한 작가, 설명조차 찾기 힘든 작품들이라 어떤 작품이 수상하게 될지 도무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아마존, 굿 리즈에서도 평을 찾기 힘든 작품들이더군요. 2016년에 이어 한강 작가가 또 한 번 수상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지만 유명 문학상은 어딘가 읽기 힘들고 재미 없다는 편견을 깨뜨려줄 작품이 선정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아흐메드 사다위의 <Frankeinstein in Baghdad>가 수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