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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망작 취급받다가 올해 명예 회복해 걸작이 된 이 영화

조회수 2021. 3.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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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간략한 후기

원래 감독인 잭 스나이더가 연출했던 작품이자, 일명 '스나이더 컷'으로 불리었던 <저스티스 리그>가 원조가 되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도시전설처럼 소문만 무성했던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아쉽지만 VOD를 통해 감상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2017년 조스 웨던이 만든 버전이 지녔던 아쉬움을 완벽하게 덜어낸 걸작이 되어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대로 잭 스나이더 버전의 이번 영화는 이전에 제작된 <맨 오브 스틸>, <배트맨 V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같은 강렬한 묵직함이 우선시 되었다. 조스 웨던 버전의 <저스티스 리그>가 마블 <어벤져스>의 짝퉁 느낌이 강했던 것과 달리, 잭 스나이더는 한편의 장엄한 영웅 서사시로 이 시리즈를 탄생시키려 했다. 마치 스나이더의 또 다른 범작 <왓치맨>의 히어로 액션 버전에 더 가깝다고 봐야겠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2017년 버전이 추구했던 유머스러운 버전 대신 묵직하고 둔탁한 느낌의 대사와 시종일관 어두운 영상미가 더 눈에 들어온다. 두 버전의 차이를 한눈에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은 영화 초반부 브루스 웨인이 아쿠아맨을 설득하러 온 장면이었다. 

조스 웨던 버전에서 이 장면은 배트맨이 

이봐 아서 커리(아쿠아맨의 인간이름) 네가 물고기랑 대화할 줄 안다며?"

라는 식으로 농담과 조롱이 우선이었다면, 스나이더 컷의 배트맨(벤 애플렉)은 특유의 진지한 말투로 아쿠아맨을 설득하려 하는 식이다. 이 장면에서는 어떤 가벼운 유머도 없다. 이러한 진중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 러닝타임인 4시간 2분 동안 지속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벼움을 잃었지만 잭 스나이더가 추구하는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한 분위기는 DC 히어로들이 지닌 인간적인 면과 그들의 고뇌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내는 효과로 이어진다. 그만큼 그들이 걱정하는 요소들이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시켜주고 있으며, 좌절과 고민 속에 빠진 그들이 다시 깨어나는데 극적인 장치가 된다. 

특히나 이번 시리즈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사이보그(레이 피셔)와 플래시(에즈라 밀러)의 가족사, 심리가 드러난 대목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이전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풍부한 에피소드를 볼 수 있어 매우 좋았으며, DC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원래 추구하려 했던 세계관과 정서가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아쿠아맨> 솔로 영화가 나오기 전 주인공과 세계관을 정리했던 아쿠아맨 이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들 중 사이보그의 사연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졌으며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중요한 축이 된다. 

베일에 싸인 끝판왕 다크사이드를 부각하는 방식과 영화의 메인 악역 스테판 울프를 이전 버전의 모습과 달리 강력한 악당으로 그려낸 것 역시 성공적이다. 2017년 버전의 스테판 울프는 사실상 당하기만 한 바보 같은 존재였다면, 이번 영화 속 모습은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은 신화 속 괴물, 악당을 보는 것 같았다. 강력한 악역의 존재가 있기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다시금 새로워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유머를 100% 잃은 것은 아니다. 에즈라 밀러의 플래시가 히어로 캐릭터 중 웃음을 전해주는 감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다행히 극의 정서를 해칠만한 요인들이 아니어서 더 좋았으며, 플래시의 모습 또한 이 이야기의 중요한 정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압권은 4:3 화면비로 그려진 거대한 스케일과 강력한 액션이다. 익숙지 않은 4:3 화면비지만, 잭 스나이더가 추구했던 의도대로 이 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요소가 되었고, 대서사시를 추구하는 영화에서 그려진 묵직한 액션과 영상미가 진지하게 묘사된다. 


인간, 신, 아마존, 아틀란티스, 그린랜턴 연합군이 다크사이드와 벌인 최초의 전쟁, 테미스키라에서의 마더박스 수호 전투, 완성체가 된 저스티스 리그의 첫 전투, 그리고 마지막 전투까지 잭 스나이더는 이 영화의 액션씬들을 모두 한 편의 이야기이자 영화로 완성했다. 이 영화는 액션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소름을 전해주며, 웅장한 음악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처럼 모든 면에서 새롭게 재탄생된 영화여서, 망한 작품으로 불린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점에서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볼 때 '이 영화가 4시간짜리가 아닌 본래대로 2시간 내의 이야기로 편집되었다면 지금 이대로의 모습 그대로 나올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번 영화가 4시간 길이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에는 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그로 인해 재조명된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연출관 덕분이다. 잭 스나이더가 하고 싶은 대로 다할 수 있었던 전권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냉정한 시각에서 그러한 파격적인 전권이 없는 상태의 영화라면 많은 부분에서 편집이 이뤄졌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영화가 재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에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자체가 스트리밍과 히어로 코믹스, 영화 팬층에게 최적화로 맞춰진 작품이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비록 팬서비스 형태의 성향이 강한 작품이지만 좋은 결과물로 재탄생돼 기존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보기 힘든 정서를 성공적으로 완성해 냈다는 점에서 큰 만족감이 든다.


안타깝게도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후속 편 없이 이번 영화로 사실상 끝난다. 잘 만든 영화인 만큼 더 이상 이런 정서의 후속 편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DC 히어로의 등장과 예고 떡밥을 남긴 게 무의미해 보일 따름이다.(사실상 희망고문과 같다) 


그럼에도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전 세계 히어로 영화 팬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워너와 DC가 오랜만에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이후에 비슷한 형태의 영화 혹은 DC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면 마블과 다른 성향의 히어로 작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가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변화의 파급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P.S: 워너 브라더스는 원래 <저스티스 리그>를 파트 1, 파트 2로 나누어 제작할 예정이었는데, 그 계획은 전면 수정된 상태다. 비록 후속 편이 나오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지만…<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HBO 맥스와 스트리밍에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만큼 지금의 방식처럼 후속 편을 다시 부활시켜보는 것이 어떨까? 


아마 영화를 본다면 본 기자와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해외 SNS 상에서는 <저스티스 리그> 후속 편 제작과 잭 스나이더 유니버스(일명 스나이더버스)를 계속 이어나가라는 팬들의 청원이 빗발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그 일이 실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잭 형 바로 이거야! 나이스샷!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필더무비의 반응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사진=IMDB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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