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이상 웃기지 않는 이동휘의 영화..그런데 너무좋다

조회수 2020. 6. 1. 11:54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영화 <국도극장> 리뷰

감독:전지희

출연:이동휘,이한위,신신애,이상희


줄거리

만년 고시생 기태가 고향 벌교로 돌아왔다. 사법고시가 폐지되어 고시생이라는 그 서글픈 타이틀마저 이제는 쓸 수 없게 되었다. 유배지로 향하듯 돌아온 고향엔 그다지 반가운 사람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다. 생계를 위해 낡은 재개봉 영화관 ‘국도극장’에서 일을 시작하는 기태. 간판장이 겸 극장 관리인 오 씨는 ‘급하시다 해서 잠깐 도와주러’ 왔다는 기태가 못마땅하다. 우연히 만나게 된 동창생이자 가수 지망생 영은은 기태와 달리 24시간을 쪼개 쓰며 여러 일을 전전하고, 밤낮없이 술에 취해 있는 오 씨는 기태의 말동무가 되어준다. 자식들을 위해 몸 아픈 것도 돌보지 않는 엄마는 여전히 안쓰럽다. 기태는 왠지 이 사람들과, 다시 돌아온 고향이 싫지만은 않다. 괜찮아요. 나의 지금이 그리 영화 같진 않더라도.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감초 캐릭터로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있는 이동휘지만 사실 그는 코믹 연기외에도 다양한 개성의 연기를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는 재능있는 연기자다. 영화제를 통해서 소개된 단편영화 <라이트 마이 파이어>,<출국심사>에 등장한 그의 모습은 방송과 영화에서 소비된 유머러스한 면모와는 다소 거리가 먼 진중하면서도 휴머니즘적 성향이 강한 그만의 새로운 면모였다. 이전 작품 <어린 의뢰인>에서 웃음기를 내려놓고 다소 민감한 아동 폭력에 맞서 싸우는 변호사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그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점에서 볼 때 <국도극장>은 이동휘만의 또 다른 신선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렇게 표현해서 마치 그가 이 작품에서 너무나 대단한 연기를 펼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 그가 이 작품에서 선보인 연기는 너무나 소박하고 진중한 모습이다. 배우의 멋을 내기 보다는 작품의 분위기와 정서를 잘 이해하고 그 분위기에 발맞춰 나가려는 그의 모습을 통해 욕심내지 않고 작품 일부가 되려는 그의 노력이 진중한 '멋'을 완성해 오랫동안 마음껏 보고 싶은 휴식 같은 영화를 완성해 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러한 모습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진다.


영화의 배경이 된 벌교는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 한 동네로 그려진다. 이러한 정서가 말해주듯이 <국도극장>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에 등장한 모든 인물들이 조용히 지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법고시 폐지로 고시생이라는 타이틀을 쓸 수 없게 된 주인공 기태, 치매기가 오기 시작한 어머니, 과거에 잘 나가는 간판장이였으나 이제는 너무나 오래된 재개봉 영화관 '국도극장'을 지키고 있는 오씨 등 새로운 꿈을 꾸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나마 이상희가 연기하는 왕영은이 이런 부정적 상황에서도 꿈을 키우려는 유쾌한 존재로 그려지지만 그녀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야 한다.


더이상 꿈과 희망을 키우기에 어려운 사람들이 모인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암울하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영화로 생각되겠지만, 영화는 의외로 이들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힐링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아무런 자극적 정서, 설정이 없는데도 이 영화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관조적인 이 영화의 시선이 마치 모든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공감 어린 정서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멈춰진 도시, 재개봉 영화만 트는 고전 영화관,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한 사람들…공간과 사람들이 모두 일치된 정서를 지녔다는 점에서 <국도극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용하다. 유쾌한 설정은 아니지만 이들 모두를 슬프게 그리고 웃기게 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에서 자극적이지 않은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불러오게 만든다. 마치 현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극장'을 보는 기분을 전해주는데, 이것이 이 영화만이 지니고 있는 흥미요소이자 보게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큰 사건과 전개 없이 짧게 흘러가는 이 영화만의 흐름또한 묘한 공감과 재미를 전해주는 요인이다. 각 캐릭터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듯이 대화하는 대목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인데 식당,카페,흡연 장소,공원 벤치 같은 공간에서 일상에서 이야기 할 법한 대화를 나누며 그 안에 인간만의 정을 나누려는 모습이 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이러한 일상적인 모습을 재조명하는데 재미가 있음을 알게 한다.


또한 이러한 일상적 모습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과 그들의 감정을 표현하며 막막한 현실을 다양한 시점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국도극장>이 추구하는 디테일한 연출미와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조용함과 소소함이 담긴 공간과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이야기란 점에서 이 영화는 오래두고 편안함을 느끼고 싶을때 아무때나 볼 수있는 묘한 자극을 전해준다.


이 영화의 줄거리에 나온 '괜찮아요. 나의 지금이 그리 영화 같진 않더라도.'라는 문구가 말해주듯이 화려하지 않은 우리의 인생에 어깨를 토닥이며 언제든지 오라며 위로하는 친구,가족 같은 느낌이 이 영화에 담겨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친근한 영화를 완성하고 개봉시켜준 제작진,출연진 그리고 모든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이 절로 느껴진다.


<국도극장>은 현재 극장과 VOD로 절찬리 상영 중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우리 영화 볼래?: <국도극장> 예고편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사진=명필름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