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더무비

[블랙머니,2019]

감독:정지영

출연:조진웅,이하늬,이경영,강신일

줄거리

일명 서울지검 ‘막프로’! 검찰 내에서 거침없이 막 나가는 문제적 검사로 이름을 날리는 ‘양민혁’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벼랑 끝에 내몰린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던 그는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근거는 의문의 팩스 5장!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 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 앞에서 ‘양민혁’ 검사는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한국영화계의 거장이자 진실을 향한 거침없는 행보를 마다하지 않는 정지영 감독이 이번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사건을 소재로 한 신작을 내놓았다. 전작 <부러진 화살>에서 사법부의 부패한 현실을 폭로했던 그의 표적은 이제 이보다 더 큰 권력 기관과 그 배후에 숨겨진 경제 권력자들의 집단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를 정조준한다.

정지영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 투박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하는 뚝심있는 연출력과 이야기의 초점을 벗어나지 않는 담백한 이야기 구성은 여전하다. 조금은 전형적인 방식일 수도 있지만 추적 물에서 흔히 볼수 있는 이야기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너무나 교과서같은 방식이지만, 주인공 양민혁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외압을 경험하고, 배후를 찾기위해 일반적인 수사가 아닌 불법과 대안언론(뉴스타파를 연상케하는 매체가 나옴)을 통해 정보를 얻는 과정은 일반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도 보기힘든 설정이다. 이는 마치 PD 수첩,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추적, 취재 형태의 구성을 장르영화에 녹여낸 설정으로 <블랙머니>에서만 느낄수 잇는 흥미로운 구성이자 이 영화에서 느낄수 있는 재미요소다.

여기에 정지영 감독은 <부러진 화살>에서도 선보였던 독특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어려울수도 있는 경제 사건을 일반 관객이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식으로 만들어 재미있는 영화라는 인식을 강조하려 한다. 경제전문은 아니지만 검찰 조직의 '괴짜'이자 라인도 없는 조진웅의 양민혁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일반적인 자살 사건을 추적한 검사가 배후에 숨은 큰 음모를 마주하는 과정을 무난하게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블랙머니>는 대한은행(외환은행의 영화속 이름) 인수 작업에 참여하는 여러 인간군상 캐릭터를 드러내 경제적 이득에 따른 윤리적 갈등과 이익을 우선시한 인간의 추악한 내면이 충돌하는 과정을 이경영, 문성근을 필두로 한 관록의 배우들을 통해 긴장감있께 표현한다. 너무나 거대한 권력의 실체를 마주한 양민혁과 권력의 편에서 섰지만 자신의 행동에 갈등하는 김나리 변호사(이하늬)의 만남은 추악한 사건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상징하며 이를통해 현실속 '외환은행 사태'의 다양한 이면을 그려낸다.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맞지만, 한편으로는 잠시 악을 추구해 이후에 선한일을 실천하면 되지않을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해 볼법한 정의에 관한 딜레마를 바탕으로 두 인간의 모습을 통해 무엇이 론스타와 모피아라는 괴물을 키웠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끔 한다. 하지만 감독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한것은 모티브가 된 '론스타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괴물과 같은 해외 금융기관의 역습에 맥없이 무너지는 국가 경제의 현실과 이를 지켜야 했던 경제 관료들의 부패함,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혀야 했던 검찰기관의 부정 이러한 피해를 입게된 서민 등 양민혁과 김나리의 시선에서 그려진 당시 사태의 진실은 우리가 외면했던 이 사태가 지금의 우리 현실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생각해 보게끔 한다. 

근래들어 각종 경제사건과 검찰개혁과 관련한 뉴스를 접해본 이라면 이 영화가 나온 지금의 시점에 놀라게 될 테지만, 지금보다 한참 전인 시대에 발생했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다시금 놀랄수밖에 없다. 만약 그 시대 아니 지금도 양민혁과 같은 저돌적인 검사와 김나리 같은 일말의 양심이 잇는 변호사와 관료가 있었다면 이같은 사태는 막을수 있지 않았을까?

걸작의 반열은 아니지만 <블랙머니>는 오랜만에 보기드문 무난한 완성도와 높은 대중적 재미를 전해준 좋은 대중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 작품이며 <부러진 화살>에 이어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이면과 정의를 생각하게 만든 좋은 방향성을 지닌 영화였다.

무엇보다 대중들이 바라왔던 열정적이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 조진웅의 캐릭터가 영화 속 양민혁에 너무나 잘 녹아내려 졌기에 그만의 개성적인 연기를 좋아한 팬이라면 <블랙머니>를 그의 인생작으로 생각하게 될것이다. 한동안 흥행작이 없어 고민하던 그에게 이 영화는 올해의 아쉬움을 덜 수있 는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남을 것이다.

<블랙머니>는 11월 13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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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