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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무비

배우가 아니면 어떤일을? 천우희의 놀라운 답변

영화 <버티고> 주연배우 천우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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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멜로는 체질>로 대중에게 더 친숙해진 배우가 된 천우희. 이번 주 개봉하는 신작 <버티고>와 관련해 짧은 인터뷰를 나누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GV를 통해 <버티고>가 관객에게 처음 공개되었다. 반응은 어땠나?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서 반가웠다. 관객들도 영화 끝나고 우리를 보니 좋아했는데, 영화를 보고 좋아하신 건지, 아니면 우리를 보고 좋아하신 건지 햇갈렸다. (웃음) 5년 만에 온 부산국제영화제였는데, 시사회와 영화 홍보외에는 서울 외곽을 나간 적이 없어서 부산에서 본 관객들이 너무 반가웠다.


-배우들의 행동 비유와 표현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버티고>는 서사 중심이라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따라가야 하는 영화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톤 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면서도 어떤 것을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지금의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썼다. 영화 속 주인공 처엄 압박을 느끼는 감정을 갖고 가되 견뎌내는 것 또한 중요했다. 한마디로 그 상황에 놓여 있는 인물의 감정만 생각했다.


-서사 중심이 아닌 표현중심이라 각본의 묘사가 어려웠을 것 같았는데, 어렵지 않았나?


사실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 느낌과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감독님과 호흡한 작업의 차이가 너무 컸다. 시나리오는 담담한 회색의 느낌이라면, 현장은 감각적, 즉흥적인 느낌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더욱 극적인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내가 뭐든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서…(웃음) 작년에 <우상> 작업을 7개월간 했는데, 그래서인지 에너지 소모가 심했다. 힘들었지만 <우상>에 대한 욕심이 너무 컸다. 연변 대사를 하는 것도 있지만, <한공주>에서 함께 작업한 이수진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촬영 후 차기작을 하지 못할 정도로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왔고, 어떤 의욕도 갖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너무 힘든 상태에서 연기한다는 것은 내 부족한 모습만 보여주는 거라서 고민이 컸는데, <버티고>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극 중 인물과 당시의 내 상황이 너무나 공감되는 거였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위안을 받게 되면서 한 번 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갖게 되었다. 대부분 사람이 나에게 "너무 힘든 역할만 해서 실제로도 힘들지 않아요?"라고 묻던데 나는 데뷔 때부터 힘든 역할만 해왔다.(웃음) 심적으로도 우울한 적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연기를 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감정들이 해소가 되었다고 할까? 아무래도 나는 현장 체질인 것 같다. 돌이켜보니 그 힘든 시절에 여러 작품들에 대한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그중에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 있었다. 그러다 <버티고> 작업을 완료하고 동기부여가 오면서 감사하게도 또다시 제안이 들어왔고 그때서야 그 작품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버티고>는 흥행 여부를 떠나 나의 연기적 의욕을 되살려 준 고마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인천 송도의 바다가 보이는 사무실은 어쩌면 대부분 직장인이 부러워하는 공간이지만, 영화는 이를 갑갑한 공간으로 표현했다. 때문에 주인공이 외부로 나갔을 때 깊은 의미를 전해주게 되었는데, 잠시나마 갑갑한 공간에 갇힌 사람이 되었을 때의 심경은 어땠나?


물론 내가 회사원이 아니기에 직접적으로 그런 갑갑한 감정은 느껴보지 못했지만, 그런 순간의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정말 많은 타인들에게 둘러 쌓여있어서 고립돼있고 갑갑한 순간이 있는데 그런 상황이 절로 이해되었다. 공간이 주는 물리적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서영이는 이 갑갑한 공간에서 직장인으로서 매일 매일 똑같은 생활을 견뎌야 하고 어려움을 느껴야만 한다. 감독님이 요구한 것도 고층빌딩의 기에 눌린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셨다. 나도 배우 생활을 통해 사회 생활이란 것을 하고 있기에 그 기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주인공처럼 어려운 상황과 슬럼프가 오던 시기가 있으신지?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이겨내셨나?


<버티고> 속 서영은 슬럼프 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찾아온 난관을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봐야 한다. 인생의 슬럼프라기보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상황을 맞이했다고 봐야 할까? 실제 나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냥 휩쓸리려 한다. 인생의 슬럼프가 오던 시기는 <한공주>를 만나기 전과 작년의 상황이라 생각된다. 어떤 의지로 극복하기보다는 그 순간을 받아들이려 할 따름이다. 그런 순간을 이겨내면 좋은 게 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안 좋은 상황이 오면 또 어떤 게 오게 될까 생각하는 편이라 나는 그냥 그 상황에 몸을 맡기려 한다. 


-최근 <82년생 김지영>이 시사회를 통해 공개되었다. 영화는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심리, 사회적 위치를 세밀하게 담아냈다. 배우님이 앞서 출연하신 드라마 <멜로는 체질>과 이번 영화 <버티고>도 어느정도 그러한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두 캐릭터를 연이어서 해본 소감은?


우선 드라마와 영화 속 내가 소화한 두 캐릭터는 결 자체가 다르다. 상황과 처한 상황 자체가 다른 여성 캐릭터들이다. 그런데 배우 입장에서 서로 다른 상황에 부닥친 두 인물을 연달아 연기해서 흥미로웠다. 두 인물 모두 나쁘다, 옳다는 위치에 놓여있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놓여있는 인물들이라고 할까? 물론 최근 추세는 주체적이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옳은 것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주어진 상황 때문에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들이 다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면 히어로로 비치는데, 가장 우선인 것은 공감이라 생각한다. 진주와 서영 모두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 캐릭터의 일부라 생각한다. 두 캐릭터 모두 내 나이 때와 비슷하고, 현실의 나와도 비슷한 모습이 있어서 더욱 정감이 간다.


-극 중 로프공인 관우는 서영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누군가는 이러한 캐릭터를 로맨틱하다고 하지만 달리 보면 스토킹 같다는 의견도 있다.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웃음) 그것도 참 재미있는 관점이다. 게다가 여러 사람의 시각도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관우의 경우 불순한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두 캐릭터 모두 결핍을 지니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다 두 사람이 겨우 손을 잡는 것은 교감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의 말처럼 누군가 혼자라고 생각할 때 서로 손을 잡아준다면 더 좋은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힘겨운 상황에서 본인과 전혀 상관없는 타인이 마음을 알아줄 때가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못할 때가 있는데 우연히 마주한 사람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잘할 때가 있듯이 그 설정은 그런 부분들이 녹아져 내려온 거라 생각한다.


-만약 반대로 천우희의 역할이 서영이 아니라 로프공 캐릭터였다면? 관심이 가는 이성의 주변을 맴도는 캐릭터라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웃음) 근데 사실 영화 속 나는 관우를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둘의 관계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연민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이 시나리오를 구성한 계기도 본인의 이야기를 성별만 바꿔서 구상한 거라고 하셨다. 장르상 이 영화를 로맨스라 하고 있지만, 나는 <버티고>를 인간의 연대 의식이라 생각했다. 만약 내가 반대 입장에서 연기를 한다면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영화와 같은 로맨스적 분위기 보다는 수호천사 혹은 구원자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최근의 활발한 활동과 달리 흥행, 시청률면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배우님의 연기는 호평을 받는 중이며, 대중들에게도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다. <앵커>같은 만만치 않은 차기작에도 캐스팅 될 정도로 흥미진진한 도전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아야 하는 위치인데 어떤 게 가장 큰 고민인가?


(한숨 쉬고 웃으며) 글쎄…흥행도 욕심이지만 그것은 배우 자신의 몫이라 본다. 예전에는 내가 노력하거나 충분히 잘해내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노력 여하와 상관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내가 노력한 만큼 나온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내 몫을 해내는 것이다. 물론 대중적 기호에도 시선을 맞춰야 하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문근영 배우에게 커피차를 쏘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친한 배우들과 어떤 이야기와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으신지?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인복이 많아서라고 할까? 그동안 함께 작품활동을 해온 분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셨고, 스태프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내가 살갑게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지만 너무 감사해서 어느 정도는 내가 먼저 인사하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같이 작품 하는 분들은 꼭 만나 뵙고 또래들과도 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이분들과도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내 또래 배우들이 연락이 뜸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이다.


-개인 유튜브 채널 '희희낙낙'을 통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소감은? 2개월 동안 업데이트가 안 되었는데 언제 재개되나? 유튜브서 선보인 여러 경험중 영화로 만나고 싶은 소재와 직업이 있다면?


(웃음) 그러고 보니 뭐가 있을까? 2개월 동안 업데이트를 못 하고 있어서 죄송하다.(웃음) 드라마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았다. 내가 하나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한 것 중 보여줄 수 있는 건 많은데 뭔가 지속해서 유지하고 싶은 건 아직 없다. 그러고 보니 조만간 '희희낙낙' 회차가 나올 것이다. 부산영화제가 서 찍은게 있는데 아마도 그 내용으로 곧 업데이트 될 것이다. 매번 소재 고갈의 고민이 있어서 괜찮은 소재가 있다면 언제든 의견 주셨으면 한다. (웃음)  



-이번 <버티고>서 보여준 오피스룩이 잘 어울려 보여서 그런지 회사원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배우분들은 영화,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직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데, 어떤 직업이 본인에게 더 잘 맞는 것 같은가?


가끔 그런 이야기와 질문을 많이 받았다. 배우가 아니면 무엇을 했겠는가? 그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저는 무엇을 하든 잘했을 거예요!"였다. (웃음) 단순노동을 하든 전문직을 하든 단순한 것들을 하던 전부 열심히 했을 것이다. 그나마 유튜브를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흥미가 금방 떨어졌다. 아무래도 내 천직은 배우다. (크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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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무엑터스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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