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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미없는 이야기를 재밌게 만든 천재의영화

조회수 2019. 9. 24. 22: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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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리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감독:쿠엔틴 타란티노

출연: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고 로비


줄거리

1969년 할리우드, 잊혀져 가는 액션스타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 배우 겸 매니저인 ‘클리프 부스’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새로운 스타들에 밀려 큰 성과를 거두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릭’의 옆집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배우 ‘샤론 테이트’ 부부가 이사 오자 ‘릭’은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기뻐하지만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형편상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게 된 ‘릭’과 ‘클리프’는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하고 ‘릭’의 집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던 중 뜻하지 않은 낯선 방문객을 맞이하게 되는데…

쿠엔틴 타란티노라 해서 그의 모든 영화가 폭력적 성향과 소재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거의 모든 작품들이 잔인한 파괴 장면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그가 이 부분에서만 천재성(?)을 발휘했다면 그저 그런 괴작 감독 취급만 했을 것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두 번째 작품 <펄프픽션>을 떠올려 본다면 폭력 장면이 적은 대신 감각적인 대사, 편집, 상황설정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문화와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그럴듯하게 설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또 다른 작품 <재키 브라운>이 보여주듯이 타란티노의 영화적 기반은 바로 그러한 다양한 문화와 장르에 대한 이해(흑인, 아시아권과 같은 비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애정)와 이를 활용하는 감각에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타란티노 그 자신에게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전해준 6,7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애정과 이를 만든 영화인들에 대한 사랑 고백을 그만의 방식으로 담은 작품이다.


타란티노는 언제나 자신의 작품에서 인공들이 상황 연기를 펼치는 설정을 도입해 영화에 대한 애정,헌사를 드러내곤 했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악당 무리에 잠입하기 위해 악당인척 연기하는 형사, <재키 브라운>의 서로를 속이기 위한 인물들의 속임수, <장고-분노의 추적자>의 노예상 연기, <헤이트 풀 8> 악당들의 계획 등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에서 시나리오 방식의 설정과 연기가 대입되는 독특한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그런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아예 대놓고 연기를 하는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 점에서 할리우드의 전성기였던 1950년대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던 코엔 형제의 <헤일,시저>와 같은 방식을 추구하나 싶었지만, 타란티노의 시선은 엉뚱하게도 시대의 변화에 의해 서서히 잊혀져 가는 한물간 영화스타와 그의 스턴트 배우 겸 매니저의 일상에 맞춰져 있었다. 전혀 흥미롭지 않은 두 인물과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에 이야기를 맞췄다는 점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냉정하게 말해 재미없는 이야기와 소재를 지니고 있다. 

만약 이 영화가 개성도 없고 평범한 감독이 연출을 했다면 그저그런 코미디로 보여질수도 있었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였기에 다를 수 밖에 없었다. 한물간 배우들의 일상이라는 평범, 지루한 소재마저 맛깔나고 개성있게 느껴질수 있었던 것은 전자서 언급한 그만의 잔재주가 이 영화에 베어있었기 때문이다. 1969년과 몇 년 후인 7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지만, 영화는 릭과 클리프의 일상이 담긴 단 하루를 전체적인 배경으로 설정한다.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이지만, 타란티노는 이 하루에 여러 인간 군상의 이야기와 사연을 오밀조밀하게 배치시키며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진행과 나름의 여운을 남기려 한다.


더는 예전같지 않은 힘든 상황에 놓였지만 유일하게 출연 중인 드라마에 최선을 다하려는 릭과 그를 돌봐주며 여러 뒤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클리프의 모습을 통해 화려하지만 잔혹한 명암을 지닌 할리우드의 현실이 담겨있다. 한물갔으니 대놓고 할리우드를 떠나라는 제작자, 자신의 성향에 따라 배우, 단역의 고용을 좌지우지 하는 현장간부, 할리우드 스타와 단역,스턴트 배우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각자의 사생활속 장면은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좀처럼 느끼기 힘든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후 영화는 이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당대 최고 배우였던 샤론 테이트의 일상을 등장시켜 화려하면서도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타로서의 삶을 비중있게 그리며 대비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할리우드의 확실한 명암을 비추는 듯 보이지만 실제 인물인 샤론 테이트가 이후 맞게될 비극적 사건(맨슨 패밀리의 습격사건)과 일화를 잘 안다면 그녀의 이러한 일상적 이야기가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영화가 제작된 실질적인 이유와 영화만의 본연의 메시지가 바로 그녀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어쨌든 화려함과 서글픈 명암의 대비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지만, 영화는 이 세 명의 인간군상들이 마주한 현실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풀어내는데 할애한다. 앞날을 걱정하고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릭의 처절한 연기 열연 순간을 서글픈 코미디로 그려내는가 하면, 촬영장에서 사고를 저지르고 히피들과 같은 여러 인물과 얽히다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는 클리프의 이야기를 모험물처럼 그려내며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한 60년대 후반 할리우드 문화와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를 가져다준다.


영화 촬영장에서는 당시 인기 있는 서부물이 제작되는 과정과 배우들이 연기하는 장면들이 심도있게 그려지는 가운데, 할리우드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들의 삶을 타락했다고 비웃는 히피들이 TV에 나오는 모든 영화, 드라마 시리즈들을 시간대마다 챙겨보는 장면은 아이러니한 재미를 가져다주고, 일반 상영관에 들어가 자신의 영화와 연기 장면에 즐거워하는 관객의 모습을 즐기는 샤론 테이트의 모습은 배우와 관객을 하나로 이어주는 정서적 연결점이 된다.


이를 통해 타란티노는 단 하루동안의 배경속에 여러 인간군상의 희로애락과 그 시대의 문화현상, 영화적 장치들을 완벽하게 배치시켰다. 161분의 방대한 러닝타임을 갖고있지만, 이 모든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한편의 수다스러운 연극처럼 금방 지나가는 것은 장면이 지나갈때마다 이어지는 여러 영화적 장치들을 꺼내놓았기 때문이다. 서부극, 당시 유행한 액션물, 60년대 로맨틱 코미디, 이소룡으로 대비되는 무술영화(이 장면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할리우드의 아류작들을 제작한 60년대 이탈리아 장르 영화들 등 그 시대에 유행했던 영화와 문화 장면을 오랫동안 재연한 장면들은 타란티노식 영화 애정과 오마주가 담긴 의미있는 대목이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후반부 맨슨 패밀리의 습격 사건이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그동안 이어진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최대치의 긴장감을 느끼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타란티노는 이 부분에서 그동안 아껴둔 코미디와 풍자를 드러내고 만다. 할리우드 역사에 남는 비극적인 순간이자 시대의 아픔을 상징하는 문제적 사건이었지만, 그동안 그의 영화를 좋아했던 관객과 팬이라면 이 장면이 이렇게 그려진 대목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문제의 실제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한 관객이라면 이 부분은 다소 민감하게 느껴질 것이다.


영화라는 매체 특히 B급적 취향에 남다른 애정을 지녔던 타란티노가 자신만의 개성과 방식으로 당시의 아픔을 위로하고자 한 장면이자 이 영화를 이끈 두 주인공 릭과 클리프를 설정한 이유와 이들이 갖고있는 상징성을 단번에 이해시켜주는 대목이다. 다양한 출연작에서 망가짐과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이번에도 빛을 보여줬으며, 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는 자신의 멋과 예쁨을 마음껏 뽐내며 당시를 살아간 멋쟁이와 스타의 개성을 선보인다. 감독의 천재적 재능과 출연진의 멋짐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며 6,70년대 할리우드의 화려함과 명암을 의미 있게 담아낸 수작이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9월 2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우리 영화 볼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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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니 픽쳐스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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