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더무비

6월부터 시작된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중국군의 개입 여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화권 스타들이 중국 공산당과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출신이자 중화권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타 성룡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중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오성홍기는 전 세계인의 존경 대상입니다. 홍콩은 제가 태어난 곳이고 고향입이다만 중국은 제 조국입니다"라고 말하며 자국내 시위를 비판하는 발언을 해 홍콩 시민들로 부터 격분을 사고있다.

고향이 홍콩이고 홍콩 영화 산업을 통해 성장해 할리우드에서 서구적 마인드 까지 갖춘 그가 이러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이 다소 의외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친중적인 행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전인대 정협 의원으로 활동 중이며, 공산당 관련 행사에 지속 참여하며 공산 정권을 찬양하는 문화행사 개최와 작품을 제작하는 등 뼛속까지 중국인이라는 인식을 대내외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2014년 진행된 홍콩 우산 혁명을 폄훼하고, 시위대를 비난하는 망언을 일삼아 2012년 중화권 네티즌들이 선정한 '10대 인간 쓰레기'로 선정될 정도로 이미지가 크게 망가지고 있다. 이처럼 중국을 제외한 홍콩,대만 등 중화권 내에서 부정적 평가가 상당한만큼 추락한 스타가 되어버린 성룡. 한때 자유분방한 홍콩의 상징이자 자부심으로 인식된 그였지만, 지금은 고향 홍콩인들로 부터 '배신의 아이콘'이 되고 말았다. 홍콩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있는 상황에서도, 노골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편을 들고 있을 정도로 대체 무엇이 그를 지금의 열렬한 중국 공산권의 지지자로 만들었나? 이와 관련한 여러 추측을 정리해 봤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 영화 시장은 자연스럽게 쇠퇴하게 되었고, 본토인 중국 영화 시장이 멀티플렉스화와 소득수준 향상으로 인해 향상되면서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시장이 되었다. 성룡의 영화가 중국 본토에서도 지속적인 수입을 늘려나가며 홍콩에서 보다 더 큰 이익을 얻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시장을 더 소중히 생각하게 되었다. 연재도 은퇴할 노년의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중국 연예인 최고수익 순위 1위에 랭크 될 정도로 막대한 부를 본토에서 얻고 있다. 이렇듯 더 큰 수입원을 안겨준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사업화로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에 대한 친분이 생기게 되면서 사실상 자신이 중국인이 되는 것이 이후의 장래와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더 옳은 선택이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내 연예계 전문가들은 성룡이 열혈 공산당원이 된 것과 관련해 과거 홍콩영화계 시절 겪었던 여러 치안적인 문제와 자본중심의 할리우드 시스템에 실망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 언급했다.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게된 80년대 초반 홍콩 영화계는 조폭 집단 '삼합회'의 입김과 이로 인한 각종 이권 논쟁과 협박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었다. 성룡 또한 이러한 위협에 자유로울 수 없어서, 여러 협박을 받아야만 했다. 사실상 7, 80년대 홍콩은 삼합회의 존재로 인해 무법지대와 같은 곳이었기에, 성룡은 중국과 같은 강력한 치안과 규제가 이루어진 국가적 시스템이 이상적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에 할리우드 진출 초기부터 겪었던 푸대접과 오로지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시스템에 염증을 느낀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이후 여러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홍콩과 같은 아시아 문화권과 달리 제작자와 연출자의 역할이 확실히 분업화된 시스템과 스태프들의 권리까지 충족시켜줘야 하는 복잡한 할리우드 시스템이 연출까지 관여하는 제작시스템을 원한 성룡의 이상과는 맡지가 않았다. 게다가 이 모든것에 큰 자본이 들어가기에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중국식 영화제작 시스템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식 문화와 시스템을 지지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 아무리 큰 인기를 지닌 스타라 한들 연예인의 도덕성, 정치적 이념, 사생활 문제가 발생하면 글로벌 스타라 해도 과감하게 철퇴와 징계를 내리는 곳이 중국이다. 성룡의 과거 사생활을 상세하게 파헤쳐본다면, 그는 중국 연예계에 존재하면 안 되는 스타였다.

2018년 그 자신이 직접 펴낸 자서전 'Never Grow Up'(국내명:성룡-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에서 스캔들, 성매매, 불륜, 음주운전, 사생활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흑역사를 솔직히 고백했을 정도로 전성기 시절 난잡한 사생활로 여러 물의를 일으킨 바 있었다.

그 예로 그의 여자 문제가 대표적인데, 현재 부인인 임봉교와의 교제 과정이 사실상 양다리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으며,(그 당시 사귀고 있었던 연인이 유명가수 등려군) 임봉교와 결혼한 이후에도 유명 중화권 여배우와 불륜을 저지르다 오탁림과 같은 사생아를 낳게 된 일화는 지금까지도 중화권 내에서 화자되고 있는 스캔들이다. 여기에 2016년 4월 파나마 조세회피처 자료 분석 결과 6개 이상 페이퍼 컴퍼니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는데, 세금관련 문제는 중국 정부 내에서 매우 엄격하게 다루고 있을 정도로 중대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아들 방조명에 대한 것인데, 2014년 8월 22일 성룡 소유의 호화 빌라에서 방조명이 대만배우 가진동과 함께 대마초를 피우다 걸린 것이다. 중국은 마약 문제에 있어 예민한 국가이기에 사실상 사형, 종신형같은 큰 처벌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마약중에서 가장 중독성이 낮은 대마초만 피웠다는 이유로 6개월 복역 후 출소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성룡이 아들 문제를 비롯한 과거 자신의 흑역사를 지우고,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고자 공산당의 열혈 당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덕분에 공산당은 그를 이용해 대내외적 활동을 할 수 있었으니 그에 관한 어느 정도의 법적인 보호가 가능했으리라 본다.  

아이러니하게도 성룡의 아버지는 과거 공산당에 맞서던 국민당군의 스파이였다. 국민당의 열혈 지지자였던 아버지와 달리 그의 아들은 열혈 공산당원인 셈. 아마도 그것은 과거 가난하고 배를 곯으며 살아야만 했던 그의 유년기와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국가의 적이자 스파이로 일했던 아버지가 물려준 가난과 달리 자수성가하여 얻게된 막대한 부를 벌어주고, 보존해주고 있는 강력한 중국 공산당의 존재도 그에게 있어서 매우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이처럼 아버지의 부재와 불안한 홍콩내 치안이 갖고있었던 여러 문제를 몸소 겪으며 성장한 성룡이기에 그에게 있어 강력한 통제를 지니며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중국이 매우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중국 정부의 검열제도까지 지지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부터 2014년 우산 혁명, 그리고 지금의 범죄인 인도법 시위와 관련한 그의 발언을 살펴본다면 살기 위한 처절한 발언이라기보다는 진심으로 공산당을 지지하고 있는듯한 발언에 더 가깝다. 주윤발, 유덕화, 양조위, 이연걸 같은 중화권 스타들이 시위대를 지지하거나, 침묵하고 있는것과 달리 성룡은 너무나 적극적으로 시위문화를 비판하고 중국을 치켜세우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그가 외형적으로 중국 편인 것처럼 보이는게 아니라 사실상 중국 공산당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가 자의적으로 선택한 것이기에 그의 정치적 성향과 이념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의 고향이자 명성을 안겨주었던 홍콩의 인권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안전이 아닌 국가관을 강조하는 모습은 그의 스타성과 가치를 더욱 하락시킬 따름이다. 적어도 그가 자신의 정치적 신념보다는 시위에 참석한 이들에 대한 안전을 우선시한 발언을 했거나 침묵을 유지했다면 그나마 남겨진 명성만이라도 유지되었을 것이다. 스타라 한다면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그 모두를 품어주며, 그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행동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지금의 성룡의 행동은 대중에게 있어 스크린에서만 영웅으로 비치는 기회주의자로 보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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