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을 피워도 귀여운 올해가장 사랑스런 韓영화

조회수 2019. 8. 22. 13: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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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집> 리뷰

[우리집,2019]

감독:윤가은

출연: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


줄거리

매일 다투는 부모님이 고민인 12살 하나와 자주 이사를 다니는 게 싫기만 한 유미, 유진 자매는 여름방학,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마음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풀리지 않는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터놓으며 단짝이 된 세 사람은 무엇보다 소중한 각자의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2015년 <우리들>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윤가은 감독이 4년 만에 다시 차기작을 내놓았다. 대체로 신인상을 받은 감독이면 차기작에서 규모를 키운 작품 혹은 강한 야심이 담긴 작품을 내놓기 마련이지만 윤가은 감독은 지금의 초심을 더 유지하려는 듯 보였다. 전작과 비슷한 제목과 이번에도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우리집>은 윤가은 감독의 개성과 지향점을 분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전작 <우리들>에서 아이들의 친구 관계 형성과 따돌림 문화를 통해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우리집>은 좀 더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서려 한 작품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가족'에 대한 정의와 이를 유지하는 원동력, 이를통해 얻게 되는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발랄하고 활기찬 이미지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윤가은의 아이들은 언제나 난처한 상황에 놓여있다.


전작의 아이가 친구관계와 집안의 경제적 상황에 어려움을 느꼈다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 하나는 가족 해체 위기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부모의 싸움과 사춘기 오빠의 무심한 행동 속에서도 하나는 엉망진창이 된 이 집안의 가족 구성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다. 가족의 사랑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원했던 하나는 맞벌이 부모 때문에 자기들끼리 지내야 했던 어린 유미, 유진 자매를 만나게 되고 이들과 함께 어우러지게 된다. 가족이 있지만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 세 명의 어린 소녀들이 하나의 대안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는 조금은 파격적인 면을 지니고 있지만, 이는 이 영화만의 재미 요소이자 주제관을 드러내는 대목이며, 이것이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서로 다른 가정환경과 각자가 처한 상황을 공유하며 정서적으로 친해진 소녀들의 심경을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대목은 성인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절로 흐뭇해지는 대목이다. 영화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설정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어려운 집안 상황으로 인해 다시금 이사를 가야하는 유미, 유진 자매를 도우려고 어떻게든 집이 팔리지 않기 위해 하나가 아이들과 함께 기지를 발휘하고, 진상어린 행동을 하는 장면과 가족의 화합을 위해 오빠를 협박하는(?) 설정이 그것이다. 조금 과장해 비유해 말하자면 이 장면 때문에 <우리집>은 '윤가은 판 <나홀로집에>'를 보는듯한 기분을 가져다준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윤가은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자신의 영화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오락적 여건을 마련했으며, 이는 앞으로 그의 영화가 독립영화의 틀 안에서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상업 영화의 틀에서 보자면 이같은 설정들이 과장되게 묘사될 수 있었지만, <우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집> 역시 이같은 장면에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려 한다.


아역 배우들에게 상황만 설명한 뒤 대사와 즉흥적인 연기를 주문하는 윤가은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드러난 대목으로 아이들 특유의 자연스러운 상황과 연기가 어색하지 않게 드러나게 되고, 관객들은 그 모습에서 유년기의 추억과 아이들만의 실제 연기를 보는 재미를 갖게된다. 이러한 흥미로운 요소를 배경으로 <우리집>은 가족 구성원이 갈등하고, 무너지는 상황을 아이의 눈으로 대변되는 관조적 시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각자의 욕망과 현실에 의해 가정의 중요성을 등한시한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지만, <우리집>의 아이들은 이를 긍정과 희망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명랑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가정이 유지되고 평화가 생긴다는 희망 어린 메시지를 남기는 듯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냉정한 현실에 의해 이들의 희망이 무너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이른다.


아이들이 힘겹게 만든 집 모형의 운명과 <우리들>에 이어 어둡게 그려진 바다, 시종일관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길로 가게 되는 아이들의 여정을 비유적 장면을 통해 표현하는 대목이 그렇다. 제아무리 긍정과 희망을 가진 아이들이라도 냉정한 현실의 벽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목 또한 윤감독의 현실어린 시점을 대변하는 트레이드 마크라 생각할 즈음 마지막 대목에서 다소 엉뚱하지만 귀여운 설정으로 지극히 영화적인 결말로 이 영화를 마무리한다.


어찌 보면 현실적인 시점을 유지했던 영화의 흐름과 다소 엇나간 듯한 설정이란 인상을 가져다 줄수 있지만 냉정함과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오간 영화의 정서를 생각해 본다면, 어울리는 설정이라 생각된다. 이 영화가 아이들 영화임을 인지시켜 주는 장면인 동시에 아이들의 시선에서 완성된 판타지이자 메시지를 동반했다는 점에서 귀여움과 강렬한 여운이 동시에 남겨진다. 따스한 여운이 남겨진 무공해 가족 영화이자 한국영화의 몇 안되는 재능있는 젊은 감독의 의미 있는 신작이란 점에서 이후의 행보를 기대 할 수 있어 흐뭇한 행복을 전해준 작품이다.


<우리집>은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우리 영화 볼래?: <우리집>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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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시네마 아르떼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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