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1도 없는 '걸작' <기생충> 리뷰

조회수 2019. 5. 31. 01: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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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최고의 역작 <기생충> 리뷰

*영화 <기생충>의 결말과 주요 상세 줄거리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으니 안심하고 읽으시기 바랍니다!

[기생충,2019]

감독:봉준호

출연: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줄거리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아마도 언젠가는 리뷰 기사가 사라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최근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사례가 말해주듯이 최소한의 정보와 관람 포인트만을 전해주는 것이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을 위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 이 부분은 필더무비를 비롯한 모든 매체의 리뷰기사가 지향해야 할 기본 원칙이 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기생충>은 오로지 반전에 매달리는 그런 영화가 절대 아니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잘 알고있는 내용일 것이다. 스릴러 장르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흐름을 기반으로 한 전개방식, 촌철 살인적 미학이 담긴 대사와 풍자, 생동감 넘치는 개성적인 캐릭터, 웃기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함이 교차하는 특유의 블랙 유머, 그리고 '봉테일'한 화면구성 등 우리가 그의 전작을 통해 느꼈던 봉준호 만의 모든 장점과 역량이 이 영화에 투여되어 있다.


칸이 이번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수여한 사유는 아마도 그의 이러한 장점의 극대화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기생충>은 기존의 그의 팬과 그의 영화를 접하는 관객들도 쉽게 접하고 빠져들수 밖에 없는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완성도와 영화적 재미를 원했던 모든 관객에게 자신있게 '강추'한다.

그렇기에 <어벤져스:엔드게임> 때처럼 이번 기사도 관람 포인트 위주의 내용만 언급하려 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봉준호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부터 담겨진 특유의 풍자와 블랙유머의 향연을 전달한다. 전원 백수 가족답게 너무나 빈곤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택내 가족의 처절하면서도 애잔한 하루를 담은 오프닝은 이 영화의 유머와 기본 정서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준다. <기생충>의 특징과 관람 포인트는 바로 이 네 명의 가족 구성원에 담겨있다. 봉준호의 전작 <마더>가 엄마라 불리우는 존재의 이중적인 모습을 담았다면, <기생충>은 온 가족의 이중적인 모습과 의미를 담아낸 영화로 현대사회의 가족에 대한 존재를 새롭게 정의하려 한다.


가난하지만 강한 자존심과 뻔뻔함을 지니고 있는 주성치 영화속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기택내 가족은 이 영화의 장르적 정서와 흐름을 책임지는 중요한 존재들이다. 주인공 기택을 연기한 송강호 혼자만의 원맨쇼가 아닌, 네 명의 가족 캐릭터가 그를 중심으로 한 몸처럼 움직이는 방식으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 자칫 산만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봉준호는 이 네 가족 모두의 개성을 절묘하게 담아내었으며 그들의 내면과 철학까지 공감하게 만든다.


치밀한 각본과 섬세한 연출력 덕분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의 스케일이 크지 않기에 가능했던 방식이었다. 영화의 전체적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은 박사장의 집으로, 이 공간 자체가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함과 심플함을 모두 지닌 '드림 하우스'로 중심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이자 이 영화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심플하지만 다소 복잡한 집 내부의 구조와 층계를 오가며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동선, 그리고 이 거대한 집안에 사는 박사장 가정의 모습은 그냥 대수롭지 않은 장면처럼 보이지만 이후 진행될 이야기와 연결되는 놀라운 복선임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박사장의 집과 기택내 집을 비교하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계층간의 갈등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메시지가 단편적으로 떠오르게 되지만, <기생충>이 흥미로운 점은 가난한 서민을 무조건적인 선으로, 상류층을 악으로 묘사하는 이분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자세한 내용은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할 것을 권한다.)


사회적 신분, 재산과 부에 대한 차이일 뿐 결국엔 같은 인간이며, 인식에 따라서 누구든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고 있어, 우리에게 인식된 사회구조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예상 밖의 설정은 <기생충>이 지향하는 장르적 특성과도 연계돼 서스펜스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의 장르적 결합을 절묘하게 완성하는 원동력이 된다.


모든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 생각된 와중에 예상치 못한 돌발적 상황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립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긴장감과 아이러니한 유머가 절로 발생한다. 이는 히치콕 감독이 말한 포커를 치는 와중에 시한폭탄 시간이 흘러가는 '서스펜스의 정의'를 잘 따른 교과서적 방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위기 상황에서도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러니의 미학까지 담아냈다.

특이한 공간을 활용한 연출과 스릴러와 코미디 두 장르의 공존을 완성해 나가는 봉준호만의 디테일한 설정, 상징적인 장면, '삑사리의 미학'으로 정의된 우스꽝스럽게 망가진 개개인의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준다는 점도 이 영화의 주된 관람 포인트다.


하지만 단연코 최고의 압권은 봉준호의 이러한 특별한 세계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영화 <기생충>만의 기묘한 분위기를 잘 형성한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봉준호의 페르소나 송강호의 무능한 가장 캐릭터를 비롯해, 특유의 재치를 발휘하는 남매 연기를 선보인 최우식, 박소담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단연 돋보인다. 기존 연기스타일을 새롭게 재해석한 조여정, 이선균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알린 장혜진이 연기 역시 매우 훌륭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 최고의 신스틸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정은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기생충>은 아무런 긴장감과 느낌도 없이 끝나버린 평범한 작품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기생충>은 치밀한 '계획'하에 준비된 영화는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준 작품으로, 배우부터 세트 구성요소 하나 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여기지 않고 기가막히게 활용하는 봉준호 감독의 섬세함이 그 어느때 보다 빛난 영화다. 동시에 영화적 재미는 물론이고 한층 진일보된 메시지를 더해 전달하는 방식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후 그가 선보일 다음 차기작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기생충>은 5월 30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사진=CJ엔터테인먼트/㈜바른손이앤에이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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