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이 여러번 고사한 <생일>에 출연한 이유

조회수 2019. 3. 29.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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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일> 주연배우 전도연

개봉을 앞둔 영화 <생일>의 주연배우 전도연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그녀라면 어떤 영화에서 어떤 역을 맡든, 의심의 여지 없이 완벽했겠지만 이번 영화는 조금 남달랐을 것이리라 짐작된다. 아무리 연기의 베테랑이라 해도 세월호라는 무거운 소재와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은 꽤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전도연은 이 영화 출연을 여러번 고사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사는 한 엄마가 되어 아픔과 치유, 그리고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주게 되었다.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바꾸게 했을까? 그녀로 부터 직접 영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잘만든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선택했는데, 가편집본을 봤을 때는 사실 내 캐릭터가 참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확실히 극장에서 보니 감정적으로 많은 게 느껴졌다. 감독님께 '감사하고, 수고하셨어요'라고 말씀드렸고, 영화도 좋았다고 전했다.



-처음 작품 출연 제안이 왔을 때 거절 했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있으셨는지?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이야기가 너무 좋았고, 나중에는 펑펑 울었다. 이 이야기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담감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밀양>에 이어 또다시 아이 잃은 엄마를 연기해야 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 이러다가 계속 이와 비슷한 역할에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어서 고민이 컸다. 주변분들에게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부탁했는데, 그분들도 울면서 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래서 대표님, 감독님께 어렵겠다는 말을 전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이상하게도 이 캐릭터에 점점 애착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중에 정말 친한 언니에게 시나리오를 주고 의견을 구했는데, 그 언니가 해보라고 권유하는 거였다. "이 캐릭터는 너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이고, 감독도 좋은 사람이라고 들었으니 너가 꼭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어서, 결국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마도 그 때는 나한테 누군가의 격려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 (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이 감정을 묵묵히 안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감정 이입을 위해 시나리오 순서대로 촬영되었나? 캐릭터의 감정은 어떻게 잡으려고 했나?


현장 상황 때문에 촬영이 시나리오의 순서대로 갈 수는 없었지만, 되도록 순서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정일이 한국에서 도착한 첫 장면이 이 영화의 첫 촬영이었다. 감독님께서 내가 잘할 수 있도록 모든 장면을 찍을 때마다 정말 순남이 같다고 응원해 주셨는데, 나는 내 감정이 다소 과하게 들어간 거 같아서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그래서 나 스스로 연기에 대한 자기 검열과 검증을 끊임없이 해야만 했다.



-<밀양>의 신애와 <생일>의 순남은 비슷한 처지다, 그때와 지금 감정을 표현할 때 어떤 점이 달랐나?


맞다. <밀양>의 신애도 아이를 잃었다. 하지만 그때는 해도 해도 무언가 부족한 느낌에 어떻게든 감정을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 애를썼다. 당시에는 이창동 감독님이 잘 도와주셨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생일>에서 순남역을 해보니, 아이를 잃은 엄마의 또 다른 깊이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이 순남의 슬픔인지, 전도연이 느끼는 슬픔인지 많이 헷갈려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감정을 잡으려고 했었다. 촬영을 하고 나면 감정 소모의 여파가 너무 커서 몸이 아플 정도였다.



-유가족 시사회 역시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결국 참석했다. 당시 어떤 기분이었나?


처음 유가족분들을 만난다고 했을 때 내가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 할지 두려워 '못 뵐 거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래도 인사는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렵게 참석하게 됐는데, 막상 극장 안에도 못 들어가겠더라. 겨우 인사를 드리러 무대 위로 올라왔는데, 어머님 한 분이 무대까지 오셔서 수를 놓은 지갑을 내 손에 쥐여주시면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시는 거였다. 그 순간 그동안 내가 느꼈던 부담스러웠던 감정들이 죄송스럽게 느껴졌고, 눈물이 왈칵 나왔다. '누군가 먼저 이 분들에게 다가가 가야 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돌아봤다.



-<생일> 촬영 이후 느끼게 된 감정이나 어떤 변화가 있다면?


최근 뭘해도 재미없다는 기분을 느꼈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자는 것이었다. 행복은 찰나의 순간이기에, 그것이 항상 내 일상이 될 수는 없다. 일상에서 누구나 불평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나는 배우이기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고. 그래서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 온전한 평화가 찾아온 건 아니지만 그저 모든 것에 감사하자고 생각했다.

-후반부 생일 장면은 아직도 제대로 보는 것이 힘들다고 했는데, 언제쯤 그 장면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 보는가?


이미 마주했다. (웃음) 대본 리딩 당시에도 모두들 이 장면을 피하고 싶어했고, 언론시사회 때도 이 부분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니 그 슬픈 감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촬영 때 카메라가 돌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모두 함께 정말로 울었고, 등을 토닥이며 서로를 다독여주었다. 이 힘든 감정을 견디니까 우리 모두 '같이 잘 해냈다'는 마음이 생겼다. 슬픔을 나누면 힘이 배가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극 중 인물에 동화된 배우들도 생일 장면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고, 촬영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전도연의 작품선택 기준은?


시나리오 인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이 가는지,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고, 그 이후에 결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선은 저지르고 뒷수습하는 타입이라고 할까? (웃음) 내 인생의 모토가 원래 '일단 부딪혀 보자'이다.


-힘든 촬영이었기에 동료들이 큰 의지가 되었을 것같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갰다> 이후 18년 만에 재회한 설경구배우의 존재도 힘이 되었을 것 같다. 비하인드가 있다면?


경구 오빠와의 에피소드가 너무 없었다. (웃음) 18년 만에 현장에서 만났지만 마치 어제 같이 작업을 한 사람처럼 편하고 익숙했다. 오랬동안 알고 지낸 동료 배우여서 그런지 남매같이 잘 어울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챙겨주지 못한 남매라고 해야겠다. (웃음)



-설경구 배우와 같은 '지천명 아이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웃음) 내가 좀 게으르다. 그래서 안 될 것 같다. 경구 오빠가 지금의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지지하는 사람들이 힘을 실어주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배우 설경구를 볼 때마다 뭔가 굉장한 에너지를 느끼게 되는데, 그게 참 멋있어 보였다. 요즘도 운동하냐고 물으면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그분만큼은 될 수 없어도 최대한 따라가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생일>은 4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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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니지먼트 숲,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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