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다가 운전대를 잘못 튼 한국형 '분노의 질주'

조회수 2019. 1. 30.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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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반> 리뷰 ★★☆

[뺑반, 2019]

감독:한준희

출연:류준열, 공효진, 조정석, 염정아, 전혜진


줄거리

경찰 내 최고 엘리트 조직 내사과 소속 경위 ‘은시연’(공효진). 조직에서 유일하게 믿고 따르는 ‘윤과장’(염정아)과 함께 F1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잡기 위해 수사망을 조여가던 중 무리한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오명을 쓰고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다. 알고 보면 경찰대 수석 출신의 만삭의 리더 ‘우계장’(전혜진)과 차에 대한 천부적 감각을 지닌 에이스 순경 ‘서민재’(류준열)로 팀원은 고작 단 두 명. 매뉴얼도, 인력도, 시간도 없지만 뺑소니 잡는 실력만큼은 최고인 ‘뺑반’은 이렇게 구성된다. 계속해서 재철을 예의주시하던 시연은 뺑반이 수사 중인 미해결 뺑소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재철임을 알게 된다. 뺑소니 친 놈은 끝까지 쫓는 뺑반 에이스 민재와 온갖 비리를 일삼는 재철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시연.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친 그들의 팀플레이가 시작되는 가운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망을 빠져 나가려는 통제불능 스피드광 재철의 반격 역시 점점 과감해지는데..

'뺑소니 전담반'의 줄임말로 '뺑반'이라는 제목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매우 발랄하고 유쾌한 영화가 될 거라 예상했다. <분노의 질주> 급은 아니더라도 한국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아날로그적 추격전과 액션, 그리고 어느정도 긴장감 있는 영화를 기대해봐도 괜찮을 듯싶었다. 무엇보다 류준열, 공효진, 조정석을 필두로하는 개성 넘치는 출연진에 <차이나타운>으로 나름의 독특한 하드보일드 세계를 구축한 한준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도 나름 괜찮은 '한국형 그 무엇'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처럼 좋은 소프트웨어를 지니고 있었던 <뺑반>은 초반부에는 그러한 기대감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준다. 세상에 이런 캐릭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류준열과 조정석은 선과 악의 이분법이 분명한 이 영화에서 자신만의 캐릭터 들을 독특한 '똘끼'를 지닌 존재들로 표현했다. 평소에는 포돌이 인형을 쓰고 홍보 일을 하다가 임무가 주어지면 '뺑반'계의 셜록으로 분해 사건을 처리하는 서민재는 그동안의 한국 경찰 영화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다. 이에 맞서는 정재철은 콤플렉스를 지닌 악역으로 '나쁜 놈' 이지만 이상하리만큼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밉지 않다. 아마도 그것은 조정석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담긴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잘 묻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 독특한 선과 악의 대립 속에 공효진, 염정아, 전혜진을 비롯한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캐릭터들의 배치는 <차이나타운>에서 부터 남다른 캐릭터 설정을 추구한 한준희 감독의 장점이 잘 묻어난 대목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실감나게 있게 묘사하려 한 추격씬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의 스토리와 잘못된 컨셉 지향에 있었다. 악당을 잡으려다 실패한 경찰이 최하부서인 '뺑반'에 들어가 악당을 심판할 단서를 잡는다는 설정은 통쾌할 뻔 했다. 이미 설정에서 부터 충분한 반전이 담긴 영화인만큼, 앞에서 언급한 독특한 캐릭터들의 조화와 대립을 유연하게 활용하며, 누구도 알지만 잘은 모르는 '뺑소니 범죄'를 부각시켜 새롭고 흥미로우며 충분히 재미있는 오락물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뺑반>은 그러한 기대감을 중반부에 들어서 적잖이 반감시킨다.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인 '후반부에는 드라마를 보여줘야 한다' 라는 나쁜 습관이 이번에도 적용된다. 유쾌하고, 활발했던 초반 분위기를 단번에 가라앉히기에 이른다. 그로인해 활기넘쳤던 류준열과 조정석의 캐릭터는 그저그런 평범한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셜록 같던 주인공이 어느새 감정에 치우친 캐릭터가 되어버리고, 이 캐릭터의 긴 사연을 언급하는 플래시백과 같은 전형적인 설정이 끼어들면서 영화는 서서히 지루해지진다. 문제의 뺑소니 범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희석되고 음모와 권력에 대한 암투, 딜레마와 같은 무거운 주제가 등장하면서 전반부와 전혀 다른 진지한 사회파 드라마의 분위기까지 자아내면서 영화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비슷한 성향의 작품인 <분노의 질주><베테랑> 같은 작품이 이야기와 메시지 대신 단순한 스토리 텔링속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부각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뺑반>은 메세지의 깊이 보다는 액션, 유머, 캐릭터 같은 관객이 즐길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를 강화해야 했다.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접근 방식은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후반부 추격신의 흥미마저 떨어뜨리기에 이른다. 제정신이 아닌 복수에 눈먼 캐릭터와 눈물을 강요하는 설정은 이 영화의 감성적인 설정이 얼마나 진부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뺑반>은 절찬리 상영중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뺑반> 쾌감 예고편

damovie2019@gmail.com


사진=쇼박스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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