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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8만개 사무실에 쏟아넣은 기업이 추구한 업무방식은?

조회수 2021. 1. 25. 10: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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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 <톰 소여의 모험>의 주인공 톰은 엄청난 개구쟁이인데요. 톰의 장난에 화가 난 이모는 "담벼락에 페인트칠을 다하기 전에 절대 나가서 놀지 말라"라는 벌을 내리는데요. 혼자서 거대한 담벼락을 칠할 위기에 처한 톰, 설상가상으로 친구들이 몰려와 놀리기 시작합니다. 울어도 모자랄 톰은 누구보다 즐거운 표정으로 페인트칠을 하는데요.

페인트칠이 얼마나 재밌는 놀이인데!

톰은 페인트칠이 특별한 놀이인 것처럼 말합니다. 특히 "아이들한테 담장을 칠 할 기회가 날마다 있는 줄 아니?"라는 말에 모두들 동요하죠. 친구들은 뇌물까지 안겨주며 페인트칠을 하기 위해 애씁니다. 어느새 '힘들게 담장을 칠하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없는 놀이'가 된 거죠.


많은 사람들이 톰에게서 비즈니스를 배워야 한다고 말해요. 남에게 일을 시키면서도 노동이 아닌 놀이로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01-1. 폄하되어 왔던 놀이의 가치

"이번 주에 놀러 갈래?"라는 제안을 받으면 직장인들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갑니다. '주말 이틀 동안 어디를 갈 수 있지? 하루는 쉬어야 되는데...'라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산기를 두드리게 됩니다. 더 나아가 노는 것에 대해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1, 2차 산업 혁명을 통해 빠른 발전을 맛본 인류는 오락과 놀이를 쓸모없는 것으로, 배우고 일하는 것을 최고의 선으로 여겼습니다. 과거, 노동자들은 현재의 고통을 참는 대가로 언젠가 누릴 풍족한 생활과 놀이를 기다렸어요.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 잔재는 아직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는 거죠.

여기에 반발해 생긴 이론이 '호모 루덴스'입니다. 1938년 요한 하위징아라는 네덜란드 학자가 주장한 이론인데요. 그는 '놀이'는 죄악이 아니며 '놀이'에 의해 문명이 탄생하고 성장을 거듭해 왔다고 말합니다. 노래하고 춤추던 행위가 '종교의식과 제례'로, 낙서가 '예술'로, 무리 지어 노는 행위가 '스포츠'로 이어진 거죠. 문명을 이룩한 호모 루덴스의 가장 큰 장점은 '창의력'이며, 이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지금도 핵심 역량으로 손꼽힙니다.

01-2. MBA 학생과 변호사를 이긴 유치원생

'마시멜로 챌린지'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20가닥, 90cm의 테이프와 실로 가장 높은 탑을 쌓는 팀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제한 시간은 18분, 마시멜로는 반드시 꼭대기에 있어야 하는 것이 규칙이죠. 챌린지에는 MBA 학생과 변호사, 건축가, CEO 그리고 유치원생이 참여했는데요. 놀랍게도 유치원생이 MBA 학생과 변호사를 가볍게 이겼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MBA 학생과 변호사 팀은 계획에 모든 시간을 쓰고, 정작 마시멜로우는 종료 10초전에 올렸어요. 유치원생은 달랐습니다. 명함을 주고받지도, 체면을 세우지도 않았죠. 5초 만에 탑을 세우고 18분 동안 3~6개의 탑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차이는 '창의성'에 있습니다. 어른들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행보다는 설계도에 집착했습니다. 반면 아이들은 놀이로 받아들여 끝없이 창의성을 발휘했죠. 각자 공평하게 시도하고 실패에 연연하지 않으며, 빠르게 도전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했죠. 심지어 내부 갈등도 없었습니다.


마시멜로 챌린지는 세계적인 이슈가 되며 한 번 더 '놀이'의 중요성을 부각합니다. 잘 놀 줄 아는 것이 창의성과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 거죠.

02-1. 재미가 있어야 출근할 맛이 나지

밀레니얼 세대의 79%는 '일에서 재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합니다. 브라이트 HR 연구에 따르면 회사에서 느끼는 재미가 동기부여 강연보다 더 큰 자극을 주고, 병가·결근·스트레스는 낮추며 생산성·창의력은 높인다고 해요. 놀거리가 있으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생산성과 창의력이 증대돼 효율적으로 일하는 거죠.

기업은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오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사무실에 '놀이 본능'을 일깨울 요소를 심은 거예요. 즐겁게 노는 것이야말로 창의적 발상과 생산성 환기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는 통일된 규범과 규칙이 중요했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넘어오며 직원의 창의성 하나하나가 소중해졌어요. 기업문화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사무실 공간을 놀이터처럼 변화 시키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 업무 능률 향상은 물론이고 즐거운 직장 생활을 위해 '놀이'를 선물한 기업들. 그중에서도 특이 눈에 띄는 곳들이 있는데요. 같이 둘러볼까요?

런던의 브랜드 디자인 스튜디오 펄피셔(Pearlfisher)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81,000여 개의 흰색 공으로 가득 채워진 이 공간은 전시와 내부 이벤트, 공연이 이뤄지기도 하고 직원들의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펄피셔의 공동 창립 파트너인 카렌 월만은 "진정한 휴식은 가장 순수한 형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놀이는 안정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진하죠. 창의적인 사고와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팀이라면 더욱 일반적인 작업 환경을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휴식과 놀이뿐만 아니라 회의, 미팅, 브레인스토밍 등 업무 공간으로도 사용되는데요. 직원들은 "회의 중 지루해지거나 동료가 지루한 농담을 했을 때 공을 던지며 논다"라고 말합니다.

세계 최대의 장난감 회사인 레고 사무실 또한 빠질 수 없습니다. 레고라는 이름은 '잘 놀다'라는 의미를 가진 덴마크 단어 "leg godt"를 줄인 건데요. 이름답게 직원들에게도 잘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요. 건립 기간만 총 4년이 걸렸다는 덴마크의 레고 본사는 "사무실에서도 아이와 같은 감정을 갖도록" 지어졌으며, 수많은 레고 팬들의 체험 하우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레고 관계자는 "레고 그룹은 유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놀이가 하나의 직장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레고의 중요한 설립 목적이라고 밝혔어요. 전통적인 미팅보다는 체험존이나 테라스를 걸으며 말하는 게 일상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장수 기업 샘표식품은 직원들의 행복한 일하는 문화를 위해 사옥을 건설했습니다. 잔디 공원으로 꾸며진 로비 쉼터는 물론 그릴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놀이터까지 만들었죠. 직원들의 '잘 노는 문화'를 위해 아예 노는 날까지 제공하는데요. 3개월에 한 번씩 팀별로 근무시간에 사무실과 일을 떠나 마음껏, 무조건 놀아야 하는 '펀 데이'를 지정했어요. 그걸로 모자라 잘 노는 팀에겐 상도 주는데요. 이 때문에 갈수록 기발한 놀 거리 기획이 나온다고 해요.

사무실 디자인은 그 조직이 내세우는
가치를 반영한다.

‘세계 일터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코넬대 프랭클린 베커 교수의 말입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합니다. 놀아주세요"라고 말하려면 그만한 환경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딱딱한 사무실을 버리고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면 직원들의 업무 능률은 물론, 기업까지 쑥쑥 성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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