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사무실에 '그림 한 점'이 가져온 나비 효과

조회수 2020. 12. 31. 14: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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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꽃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작은 꽃에 눈길을 줄 만큼 사람들은 여유롭지 않으니까.

20세기 미국 근대 미술의 선구자로 불린 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남긴 말입니다. "꽃이 너무 작아서 그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바쁜 현대인에겐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나는 거대한 꽃을 그렸고, 사람들은 그 거대함에 놀라 찬찬히 꽃을 제대로 감상하게 된다." 

출처: 흰독말풀, 조지아 오키프 作

그녀의 말처럼 주변을 둘러보고 관찰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바쁜 현대인에겐 시간이 없고, 고개를 들 여유가 있다면 핸드폰 속 세상을 들여다보길 택합니다. 하늘을 보는 일도 드문데 예술 작품을 보는 일은 손에 꼽히는 일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일상에 예술 작품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수많은 기업에서 입구와 복도에 예술품을 하나둘씩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어떤 곳은 회사 자체를 예술 작품처럼 꾸미기도 했는데요. 그들이 사무실에 예술을 입히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01-1. 아트 오피스란?

사무공간에 예술을 접목한 것이 바로 '아트 오피스'입니다. 딱딱하고, 사무적인 공간에 예술 작품을 전시해 '감성적이고 섬세한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사무실을 뜻해요.

과거, 사무실에 예술품을 걸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르던 시절도 있었어요. 일하는 공간에 예술 작품이라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했죠. 산업화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획일성'과 '효율성'이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회사라는 공간이 '일만 하는 곳'이 아닌 '삶에 일부를 보내는 곳'이라는 개념이 정립되며 사무실이 달라지고 있어요. 

거기에 매년 단축되는 근로시간과 워라벨 중시 흐름도 무시할 수 없어요. 업무 시간 내에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내려면 그럴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또한, 기계적인 일 패턴보다는 창의성이 성공의 열쇠가 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짧은 시간 안에 내는 것이 중요해졌어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과 창의성을 제공하고자 '예술 작품'을 걸기 시작한 거죠. 거기에 기업에 대한 이미지까지 끌어올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02-1. 예술 작품을 보면 창의력이 오른다

사무실의 변화를 통해 직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대표적인 기업이 페이스북인데요. 사무실을 예술 작품으로 채우는 건 물론, 벽 전체에 벽화를 입혔답니다. 예술 작품이 미술관이 아닌 사무실로 들어오면 단순한 환경 미화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페이스북 본사 건물에 그림을 그린 한인 화가의 사례는 예술 작품의 긍정적 사례이자 전 세계적인 이슈였어요.

출처: 데이비드 최가 캘리포니아 페이스북 본사에 그린 벽화와 마크 저커버그

2005년, 화가 데이비드 최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에 벽화를 그리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대가로 돈 대신 페이스북의 주식을 받은 것이 7년 후, 2억 달러(약 2240억) 원이 되었다고 해요. (한마디로 벼락부자가 된 것이죠)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다른 것도 아닌 회사 건물에 벽화를 그려줬다는 이유로 회사의 주식을 줄 만큼 오피스 예술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그 후에도 페이스북은 꾸준히 본사의 벽과 복도, 라운지, 회의실을 그림으로 채워나갔어요. 2012년부터 'FB AIR'라는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 전 세계 페이스북 사무실에 예술을 입히는 225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최근 인스타의 페이스북이 이렇게까지 대대적으로 아트 오피스에 힘을 쏟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예술에 노출된 개인의 창의성이 높아진다'라는 '예술적 단서'의 효과를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다른 행동을 보여요. 어떤 문화권에 속하는지,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에 따라 성격도 달라지죠. 혹은 매일 같이 출근하는 사무실이라도 어떤 물건을 보느냐에 따라 특정 태도와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령 애플 로고를 본 사람이 IBM 로고를 본 사람보다 창의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예술 작품을 한 번 본다고 해서 그의 창의성이 올라간 상태로 쭉 지속되는 건 아닙니다. 예술 작품에 노출될 경우, 일시적으로 창의성이 올라가는데요. 일시적인 창의성에도 업무 효율이 좌우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사무실을 예술 작품으로 꾸미는데 열을 올리는 것이죠. 

02-2. 예술 작품으로 심어준 첫인상

회사 입구나 대기실에 걸어둔 예술 작품이 고객을 사로잡는 마케팅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예술품을 전시해 회사를 찾는 클라이언트나 고객들이 좋은 인상을 갖게 만드는 거죠. 딱딱하거나 긴장될 수 있는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하고 예술 작품을 통해 호감을 얻기도 합니다. 또, 예술 작품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어요.


이렇게 기업들이 소장하거나 전시하는 예술품은 기업 이미지 형성에 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기업들도 단순히 '유명하고 멋있는 예술 작품'이 아닌 회사 고유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구입, 전시하는데요.

출처: O'Melveny & Myers 로스앤젤레스 지점

미국의 다국적 대형 로펌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는 전 세계 15개 사무실에 약 3,000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요. 이들은 전 세계 사무실에 사진작가 엔젤 아담스의 작품을 비롯해 통일성 있는 예술 작품을 전시해 회사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일체감을 주고 있죠. 

전 세계 어느 사무실을 가더라도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어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강력한 신뢰감과 소속감을 부여해요. 여기에 각 나라별 특징을 살린 작품을 추가 배치하는 센스까지 겸비했답니다. 한국의 사무실에는 비디오 아티스트인 故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입구에 전시해놨어요. 회사 관계자는 "클라이언트가 방문하는 접견실에 둘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고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고, 기업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아트 오피스. 사옥 안팎으로 예술 작품을 적극적으로 배치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회사에 대해 알아볼까요?

출처: 샘표 우리 발효 연구 중심

샘표 우리 발효 연구 중심은 아트 오피스의 대표격입니다. 연구 소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연구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어요. 


연구소라기보다는 미술관이 떠오르는 곳이죠. 동양화와 서양화, 설치 미술가, 일러스트레이션 등 14명의 작가가 12개의 주제로 연구소 내에 주요 회의실과 복도, 외부 공간을 통째로 작품으로 만들었답니다. 샘표는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소가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직원들의 꿈과 행복, 즐거움을 찾아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죠.

신세계 백화점은 서울 충무로 본점 옥상에 세계적인 팝아트 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세이크리드 하트(그리스도의 심장)'를 설치했어요. 높이 3.7m, 무게 1.7톤으로 가격만 300억 원을 호가한다고 알려져 큰 화제가 됐는데요.

출처: 제프 쿤스의 '세이크리드 하트'

비싼 몸값에 달콤한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보기 위해 많은 고객들이 백화점을 찾았습니다. 물들어 온 김에 노 젓는다고 기세를 몰아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는데요. 보라색 하트 모양의 머그컵 등 다양한 프로모션 제품을 한정 판매, 작가 사인회를 열었습니다. 그 덕에 작품 구입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았다고 하네요.

출처: 故 백남준 ‘철이 철철 TV 깔때기, TV 나무

포스코 센터 또한 예술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해요. 제철소 하면 떠오르는 차갑고 단단한 이미지를 예술 작품을 통해 풀어냈는데요. 포스코 센터에 들어서면 한국 대표 비디오 아티스트 故 백남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작품 이름을 '철이 철철~'이라고 붙여 웃음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작품을 직접 감상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출처: 프랭크 스텔라 ‘말보티킨 둘다'

포스코센터 2층에는 인도양에 있다는 전설 속 철의 섬을 표현한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 '말보티킨 둘다'가 전시되어 있어요. 제작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됐으며, 압도적인 크기에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합니다. 오로지 작품 감상이 목적인 방문객에게도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예술 작품이 걸려야 할 곳은?

오피스에 예술 작품이 걸려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회사 내부에서 예술 작품이 걸려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에요. 많은 기업에서 로비나 복도 같은 곳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지만 정작 실무가 이뤄지는 공간은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죠.

예술 작품을 본 사람은 일시적이지만 '인지적 유연성'이 높아져 이타적 행동을 할 가능성도 올라갑니다. 인지적 유연성이란 변화하는 상황에 잘 적응하고 대처하는 능력인데요. 쉽게 말해 유연한 사고죠. 회의 시간에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타인의 잘못에 너그러워질 수 있답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무실과 회의실에도 그림 한 점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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