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회사일수록 층고가 높아야 하는 이유

조회수 2020. 11. 17. 09: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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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dreams라는 기업에서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렇다면 모든 직장인이 궁금할 항목인 '일생 동안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약 13년입니다. 하지만! 평균이 13년 일뿐, 약 441일의 초과 근무가 주어진다네요(후덜덜). 그렇다면 인간 대부분의 활동이 이뤄지는 건물, 그러니까 공간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집 59.3%
직장&학교 28.3%
대중교통 7.2%

환경 과학원이 분석한 한국인의 24시간인데, 집과 직장을 합치면 무려 87.6%, 그러니까 하루 24시간 중 약 21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거죠.


그런데 우리의 삶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에는 알고 보면 놀라운 비밀이 숨어있어요. 그저 잠을 자고, 일을 하고, 삶을 살아가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는 뜻이죠. 공간의 수많은 비밀 중, '천장'이 가진 이야기에 대해 나눠보도록 할게요.


일반 사무실이나 아파트의 천장 높이는 평균적으로 2.3m입니다. 건축법상 천장 높이의 기준은 2.2m로 보통은 2.3m로 시공하는데요.

국가별 천장 높이를 보면 우리나라가 확연히 낮은 천장을 갖고 있단 걸 알 수 있어요. 공간 디자인에 대한 이해 없이 시공비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천장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요.


세종시는 새로 짓는 아파트 천장 높이를 2.4m로 상향 조정했는데요. '겨우 10cm?'라고요? 아니에요. 자로 쟀을 때 10cm와 공간 디자인의 개념에서 10cm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닌답니다.

천장이 높다고 생각되는 미국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의 사무실 천장 높이는 평균 2.4m였어요. 90년대 후반이 지나서야 2.7m로 높아졌고, 최근에는 3m에 달하는 천장을 가진 사무실이 나오기 시작했죠. 그리고 2015년 세워진 페이스북 신사옥은 일반 사무실의 두 배가 넘는 약 6.7m 높이의 천장으로 화제가 됐는데요. 왜 이렇게까지 높이뛰기를 했을까요?


주거 공간이 천장을 높이는 데는 인테리어적 측면이 크다면, 사무실은 전혀 다른 이유로 천장을 높이고 있답니다. 바로 창의적 업무 환경 조성과, 천장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위해서 말이죠.


공간이 중시되는 이유는 인간의 뇌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에요. '뇌과학자와 건축학자' 너무도 안 어울리는 이 둘의 조합으로 '신경 건축학'이 만들어졌어요. 


예전부터 공간이 뇌에 영향을 줄 거라는 추측은 계속되어 왔는데, 뇌 과학이 발전함으로써 이 둘의 상관관계를 증명하게 되었고 '신경 건축학'이 학문으로 자리 잡은 거죠. 놀라운 사실은 신경건축학을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건축가도, 뇌 과학자도 아니었어요.

소아마비 백신을 만들어낸 인물, 소크 박사가 신경 건축학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1950년대 초, 피츠버그 대학의 지하 연구실에서 소아마비 퇴치법을 연구하던 그는 도저히 방법을 찾지 못해 좌절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하는 마음으로 기분 전환 삼아 이탈리아 중부의 13세기 중세 성당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출처: 층고가 높은 유럽 성당

천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탁 트여있는 중세 수도원. 복잡한 연구는 잠시 넣어두고 여유롭게 거닐던 그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어요. 이 높은 천장 아래에서 소아마비를 물리칠 '사균백신'이 탄생하게 되었죠.


그 후부터 소크 박사는 '높은 천장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라고 믿었어요. 공간의 힘을 몸소 경험한 그는 본인의 연구소를 지을 때도 높은 천장을 고수했는데요.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루이스 칸과 함께 태평양이 보이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해안 언덕에 '소크 연구소'를 세운 거죠. 연구소의 천장은 보통 천장의 높이보다 70cm 높은 3m로 지어졌어요. 높은 천장 덕분인지, 소크 연구소에선 무려 5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답니다.


30cm에 창의력이 2배라니 소름돋지 않나요? 어쩌면 우리도 애플을 개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세계적인 명문대의 도서관의 공통점은 '높은 천장'입니다. 자유분방한 사고와 창의성을 높이높이 키우라는 건축가의 뜻이 담겨 있던 것이죠. 


그저 그런 추측이 아닌 연구 결과로도 밝혀진 사실인데요.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는 천장 높이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어요.

# 자유로움 #추상적 #포괄적

첫 번째 실험에서 높은 천장에 있던 사람들은 자유에 관한 단어와 문장을 만든 반면, 낮은 천장에 있던 사람은 억압에 관련한 단어와 문장을 선택했어요. 


두 번째 실험에서는 여러 가지 제품을 제공하고 각자의 기준에 맞게 분류하도록 만들었는데요. 높은 천장에 있던 사람들은 제품을 좀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분류했지만, 낮은 곳에 있던 사람들은 구체적이고 한정적으로 제품을 구분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높은 천장이 자유와 추상적, 포괄적 사고를 가능케한다는 건데요. 공간 디자인적으로 볼 때 높은 천장은 창조적이고 협업이 필요한 업무에 적합합니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고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업무를 해결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높은 천장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얻기 위해 회사와 학교 등 많은 곳들이 천장을 높이고 있어요.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렵다는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더 높고 더 멋진 신사옥을 짓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빵빵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유명 건축가를 고용해 본사를 설계했는데요. '제품'이 아닌 '사옥'으로, 'IT 대전'이 아닌 '건축물 경연 대회'를 벌였다고 평가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답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공간에 힘을 쓰는 이유가 뭘까요? 공간이 곧 회사의 상징물이기 때문입니다.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때 멋들어진 사옥이 하나의 매력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사옥을 '캠퍼스'라고 칭합니다. 직장에 일하러 온 느낌이 아닌, 대학 생활처럼 자유롭고 즐거운 공간임을 강조한 거죠.


이들 사옥의 공통점은 넓은 부지와 탁 트인 공간, 그리고 막힐 줄 모르고 높아진 천장인데요. 열린 공간은 문제에 부딪혔을 때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창의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킵니다.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해야 하는 직군에 딱이라고 할 수 있죠.

공간이야말로 그 사람의 인지사고 과정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물리학자 정재승

천장을 높인다고 해서 한순간에 창의적으로 변한다거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공간이 인간의 인지 사고 과정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거죠. 공간 디자인은 '아름다움'이라는 단순한 의미에서 끝나지 않아요.


공간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간을 만드는 의도에 대한 분석과 해석,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관찰과 고민을 바탕으로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천장을 높이는 작은 변화를 통해 회사의 발전이라는 큰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간 디자인의 순기능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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