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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자가 꼽은 가장 최고의 직종 전환으로 사례로 뽑힌 사람이 접니다

조회수 2020. 5. 27.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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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에서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두 직종은 성향이나 업무 처리 방식이 다소 상이해 의견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곤 한다. 그래서일까, 이들 중에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서로의 업무를 직접 배우려는 경우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디자인과 개발 업무를 함께 행하는 사람을 가리켜 개자이너(개발자+디자이너), 디발자(디자이너+개발자)라는 신조어도 생겨난 상태다. 실제로 개자이너, 디발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그렇다면 두 직종을 모두 경험한 사람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질링스 개발팀의 프론트엔드 리더 박영웅 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코딩하는 디자이너가 된 이유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박영웅 강사는 졸업 전, 개발자 친구에게 앱 개발 제안을 받는다. “당시 아이폰 3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때라 더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앱 디자인에 발을 들여놓게 됐죠.” 아쉽게도 제품 출시는 하지 못했지만 이 경험을 토대로 다른 개발자와 협업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면서 앱 디자이너로 취업까지 성공한다.

출처: 참고 사진

1년 반 동안의 첫 직장 생활을 마친 그는 두 번째 직장에서도 앱 디자인을 도맡았다. 그러다 갑작스레 회사에서 웹 디자인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겨났다. “웹 퍼블리싱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예전에 HTML과 CSS를 배운 경험이 있어, 제가 그 업무를 하게 되었죠."


그렇게 박영웅 강사는 얼떨결에 코딩에 입문했다. 프로젝트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었기에, 직접 책을 구매해 제대로 코딩을 공부해 나갔다. 초반엔 ‘나도 프로그래밍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학구열이 불타올랐다. 물론 코딩을 배우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줄곧 디자인만 해왔기에 당연한 결과다. 그가 가장 큰 어려움을 느낀 부분은 ‘끝이 없는 배움’이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하나를 배우기 위해 다른 지식을 찾아보는 건 필수였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해나갔다. 디자인하며 느낀 갈증이 코딩 공부의 촉매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개발팀을 거쳐 완성된 결과물을 보면 그가 넘긴 디자인 시안과 차이가 있곤 했다. 어쩔 땐 디자인된 결과물이라 믿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디자이너들은 1px 다른 부분마저 이상하게 여기곤 하기에, 작은 오류라도 더 눈에 띄었다. 


“이런 상황이 종종 발생하다 보니, 제 작업물이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내가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코딩을 배우고 난 뒤에는 그 px 단위를 제가 직접 맞춰나가면서 굉장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는 다른 파트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던 거죠. ”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업종 변경

디자인과 웹 퍼블리싱 업무 사이의 간격이 점차 좁아지자, 박영웅 강사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완전히 업종을 바꿨다. 그러나 개발자의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론으로 배울 때 얻는 정보보다 실제로 코딩을 하면서 얻는 정보가 훨씬 많았습니다. 익히는 데 시간이 꽤 걸리다 보니, 주말을 모두 공부하며 보내곤 했죠.”


예기치 못한 버그를 만났을 때 이러한 어려움은 배가 되었다. 검색해도 원하는 해결법이 나오지 않아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틀 내내 컴퓨터를 붙잡아서라도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개발자로서의 커리어에서 한 걸음씩 더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어엿한 개발자로 성장한 그는 퇴사 후 2년간 디자인 학원의 프로그래밍 강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정해진 수업만 듣는 수강생들을 보며, 박영웅 강사는 온종일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수강생들이 알아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그 부분을 알려주고 싶었죠.”


학원에 추가 강의를 건의하기도 했으나, 운영 시간 외 보안 문제 등의 여러 사정으로 박영웅 강사의 건의는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직접 공간을 대관해 무료 강습에 나섰다. 이때 개인 신분으로는 대관이 어려워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고, 이후 주말마다 지식 공유에 앞장선다.

출처: 박영웅 강사가 블로그 포스트 작성을 위해 짠 코드의 모습

블로그도 개설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용도였지만, 어느새 하루 2천명 이상 방문하는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방문자가 늘어나면서 내용 검증을 더 꼼꼼히 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쉬운 예제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죠.”


한 포스트를 작성하는데 길게는 한 달도 걸린다고 하니, 포스트 작성 시간이 그리 짧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 덕에 그 역시 잘못 이해했던 부분을 발견하거나, 실력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블로그가 박영웅 강사의 개발자 커리어에서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된 셈이다.

두 직종을 모두 경험해보니···

출처: 질링스 회의 진행 모습

박영웅 강사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현재 스타트업 질링스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활동하는 중이다. 2019년엔 온라인 강의 제안도 받아 프론트엔드 개발 강사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앱 디자이너에서 개발자로 완벽한 변신을 거친 것이다.


두 직종을 모두 경험했다 보니, 그는 다른 개발자와 달리 업무를 할 때 유리한 점도 꽤 많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팀원과의 의사소통이다. “많은 분이 회사에서 자기 직무 외 다른 파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입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 다양한 직종의 경험은 각자가 다르게 이해하는 차이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안 된다고 결론 날 프로젝트도 되게 만들 수 있는 거죠. 이러한 여러 장점 때문에 개자이너, 디발자 같이 여러 직종을 경험하려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개자이너, 디발자를 꿈꾸는 이들은 다른 직종에 관한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 걸까? 박영웅 강사는 디자인과 개발의 특징과 함께 공부의 물꼬를 트는 법을 설명했다. 

Q.

디자이너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디자인은 선택이 중요합니다. 폰트와 색상, 위치·방향·크기 등의 세부 사항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이 나오기 마련이죠. 이때 더 나은 선택을 위해서는 전시회 등을 통해 다양한 예시를 눈에 담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회사나 업무에 떠밀려 선택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의 여유도 필요합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고민이나 예민함도 깊어질 수 있기에, 좋은 선택을 빨리하는 게 곧 디자이너의 실력이 될 것입니다.”

Q.

개발 분야의 특장점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A.

“개발은 디자인과 달리, 결과에 도달하는 선택지가 그리 다양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 실력자를 판가름하는 요소가 될 수 있죠. 그런데 개발 분야는 최신 기술들이 등장하는 속도가 빨라 그 기술을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기술을 단순히 눈으로 담는 것이 아닌, 몸으로 익히는 경험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해지는 순간이죠. 그래서 디자인은 선택지를 줄여주는 기법 강의가, 개발은 검증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이론 설명이나 예제 강의가 많은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박영웅 강사는 자신처럼 두 가지 직종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넸다. “처음에는 뭐하나 전문적이지 못한 사람처럼 보여서 자괴감도 많이 느꼈고 이 길이 맞는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은 고민을 이미 하셨거나 하고 계실 겁니다. 확실히 쉬운 길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매력도 있습니다. 만약 이미 시작했는데 고민이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앞만 보고 꾸준히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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