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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부터 '바람 바람 바람'까지 이병헌 식 코미디는 새로운 장르가 될 수 있을까?

조회수 2018. 4. 17. 18: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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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의 대중문화 에세이] 바람 바람 바람 by 김토끼
글 : 김토끼
한국 코미디 영화의 기대주 이병헌 감독이 돌아왔습니다. 대책 없이 솔직한 청춘을 그린 <스물>에 이어, 이번에는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 불륜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코미디로 풀어냈는데요.
<스물>을 본 관객이라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병맛 대사를 기억할 것입니다. 한 편의 CF처럼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장면. 설레는 영상에 방심한 순간, 뒤통수를 치는 19금 발언이 튀어나오죠. 솔직한 것인지 지나친 것인지 혼란스러운 대사로, 묘한 말맛의 진수를 보여준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결국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면, <스물>의 청춘들이 철딱서니 없는 상태로 나이만 먹어버린 듯합니다. 20년 경력의 바람둥이 '석근'(이성민),
이제 막 불륜의 세계로 들어선 '봉수'(신하균),
'봉수'와 8년 차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미영'(송지효),
그리고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심을 흔들어 놓는 '제니'(이엘). 바람 많은 제주도를 배경 삼아, 이 네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복잡하게 흘러가죠.
영화는 불륜에 대한 도덕적 해석이나 철학적 물음 대신, 모든 관계가 불륜에 불륜으로 이어지는 점입가경을 보여주는데요. 이병헌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주특기인 대사의 말맛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물의 감정이 가벼운 웃음거리로 소비되지 않도록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사실 <바람 바람 바람>은 체코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인물들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인물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끌고 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낸 배우들의 몫이 컸습니다.
특히 배우 이엘은, 재발견이라 할 만큼 자연스럽고 과감한 연기를 펼쳐 보였는데요. 이병헌 감독 역시, 다소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제니' 캐릭터를 완전히 납득시키게 만들어준 이엘을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병헌 감독의 말맛은 단순히 기발하거나 유머러스한 것에 있지 않습니다. 농담과 진담 사이를 줄타기하는 대사들은 영화 속에 숨겨둔 미묘한 진실을 밝히는 단서가 되기도 하죠.
예를 들어, 모든 일이 들통 날 상황에 놓인 '봉수'가 '석근'에게 용서를 빌며 도움을 청하고, 이때 '봉수'는 앞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하듯 소리치는데요.

하지만 과연 '봉수'가 앞으로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비밀에 얽혀 있는 네 사람의 뻔뻔한 관계를 보고 있으면 <바람 바람 바람>은 코미디 영화임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씁쓸한 영화인 것 같네요.

전작 <스물>이 입심을 통해 웃음 폭탄을 빵빵 터트렸다면, <바람 바람 바람>은 대사의 맛도 맛이지만, 아슬아슬한 장면을 통해 낄낄거리게 되는 간지러운 웃음을 자아내는데요. 사실 이번 영화는 시원한 웃음으로 타협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가 드러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의도는 충분히 성공적이지만, 전작 <스물>처럼 마니아층을 형성해낼지는 확신할 수 없는데요. 하지만 이 '이병헌식 코미디'가 앞으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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