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3' VS '토이 스토리 4' 진정한 결정판은?

조회수 2019. 6. 2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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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교 알려줌] <토이 스토리 3> VS <토이 스토리 4>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 영화 <토이 스토리 4> 표지 및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영화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논다는 것은 모든 장난감의 존재 이유다."
- <픽사 이야기>(흐름출판, 2010년) '토이 스토리' 최초 트리트먼트(기획안) 中

단편 애니메이션 <틴 토이>(1988년)를 통해, 이듬해 제6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을 수상한 '존 라세터'는 1995년 <토이 스토리>라는 최초의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탄생시킨다.

그 배경엔 존 라세터의 기초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앤드류 스탠튼', '피트 닥터'가 합세해 초안을 완성하고, 이후 많은 각본가와 애니메이터, 기술자, 그리고 배우들이 합세해 시리즈 역사를 출발시키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출처: 영화 <토이 스토리 3>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토이 스토리>가 태어난 지 만 23년째 되는 올해, 큰 우려를 뒤로하고 시리즈의 세 번째 속편이 개봉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기라성 같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시리즈로 손꼽히는 '토이 스토리'는, 새로운 속편 제작을 앞두고 '우려먹기'에 대한 걱정과 아쉬움이 앞섰다.

지난 13일, 용산 아이맥스 관에서 진행된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물은 이러한 팬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충분했다.

'앤디'(존 모리스 목소리)와 '우디'(톰 행크스 목소리)의 '역대급 이별'이 회수되어 '억지의 감동'을 시도하지도 않았고, 외전(外傳)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장난감들의 '그 이후' 스토리를 새로운 아이디어와 중첩해 설득력 있는 결말로 매듭지었다.
이 글을 통해 '닥치고 관람'할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오랜 팬들과, '볼까 말까' 망설이는 관객들에게 전작과 함께 비교해 봄으로써, '아마도' 진정한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토이 스토리 4>의 의미와 가치를 기록하고자 한다.

'앤디'와 '보니', 그리고 '우디'
<토이 스토리 3>(2010년)에서 '앤디'(존 모리스 목소리)는 어느덧 대학 입학을 목전에 둔 성인으로 성장했다. 더 이상 장난감을 곁에 두지도, 그들과 함께 놀거나 휴식을 취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증하거나 인터넷으로 팔아버리라는 엄마(로리 멧칼프 목소리)의 성화에도 장난감들을 다락에 숨길만큼 애착을 지니고 있다. 창고에 쌓아둔 옷가지, 편지, 사진첩 등이 차마 버리지 못하는 추억의 기록과 같은 것은 '앤디'나 지켜보는 지구 반대편 관객 모두 같은 마음이다.
반면, '보니'(매들린 맥그로 목소리)는 이제 막 유치원 생활을 시작하는 소심한 소녀다. '우디'(톰 행크스)는 어느덧 베테랑 장난감으로 '보니'의 새 출발을 힘껏 도우려 한다. <토이 스토리 3>의 끝자락과 <토이 스토리 4>의 앞부분 속 인간과 장난감의 관계는 상당히 상이하다.

장성한 '앤디'에게 "파트너"라며 인사하던 '우디'는 '보니'를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바라본다. 어른에서 아이로, 사랑을 주는 주체에서 보살핌을 받는 객체로 주인의 위치는 격하한다. 이러한 관계의 변화는 이후 '개비개비'(크리스티나 핸드릭스 목소리)의 행동, 그리고 영화 말미 '우디'의 선택과 깊은 관련이 있다.

9년 만의 외출인 만큼 톰 행크스의 목소리에도 어느덧 세월이 묻어 있지만, '우디'와 '버즈'(팀 알렌 목소리)의 조합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보니'는 '시험 등교'한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우디'의 활약으로 보니는 새로운 장난감 '포키'(토니 헤일 목소리)를 탄생시키고, 이 '포키'는 그녀의 '최애 장난감'으로 거듭나게 된다.

전작에서 '앤디'와 장난감들의 이별을 그리며 시리즈의 마지막을 더할 나위 없이 좋게 그렸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디즈니'는, <토이 스토리 4>를 통해 '주인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장난감의 숙명을 뒤집고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우디'의 선택을 좇는다.

<토이 스토리 4>는 결말일까, 외전일까?
"Thanks, Guys(고마웠어, 얘들아)"라는 '앤디'의 마지막 인사에 "So Long, Partner(고마웠어, 친구)"라며 답하는 '우디'는 사라져가는 동심과 추억이 쓰라리게 찾아오는 완벽한 마무리였다.
반면, <토이 스토리 4>에서는 전작에서 사라졌던 캐릭터 '보핍'(애니 파츠 목소리)의 회수와 주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에서 변화된 장난감의 정체성 회복을 그려내면서 차별화를 선보였다.

'우려먹기'라며 속편 제작을 우려하던 팬들의 걱정을 답습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이야기가 과연 <토이 스토리 3>의 '역대급 엔딩'을 넘어설 정도인가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전작 <토이 스토리 3>는 9년이 흐른 지금 다시 봐도 코끝이 찡해지는 슬픈 종말을 선사했다.

<토이 스토리 4> 속 '우디'와 '보핍'의 이야기는 오히려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말한다. '우디'는 9년 전 생이별한 '보'를 만나지만, 길거리 여전사가 된 '보'는 '우디'보다 당차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변해있다. '보'는 '우디'에게 주인에게 종속될 것이 아니라 자신처럼 세상을 누비는 장난감이 되자고 설득한다.
아이들과 함께 논다는 것이 모든 장난감의 존재 이유였던 시리즈의 초기 콘셉트와 사뭇 다른 관점이다. 시리즈를 통해 주인과 동료에게 절대적인 충성과 의리를 행세하던 '우디'는 이번 영화에선 진취적인 '보'와 함께하기로 결정한다.

조시 쿨리 감독은 '스크린랜트'와의 인터뷰에서 "<토이 스토리 3>는 '앤디'와 '우디'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끝냈다. 하지만 우리는 '우디'에 대해 할 이야기가 남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인간과 장난감의 이별을 그린 전편과 달리, 금번의 작품은 '보'로 인해 변화되는 '우디'의 자전적 이야기임을 뒷받침한 것이다.

'보답지 않은 보'와 '우디답지 않은 우디'를 보며 24년의 세월이 가져다준 변화를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아직은 (에디터 역시 마찬가지로) <토이 스토리 3>를 시리즈의 결말로 남겨두고 싶은 관객들 역시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완성도와 개연성
독자적인 영화로 바라보자. <토이 스토리 4>는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으로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조시 쿨리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톰 행크스와 팀 알렌이 각각 '우디'와 '버즈'로 복귀했고, '성추문 혐의'로 픽사를 떠나기 전, 존 라세터가 초기 각본과 아이디어 수정 과정에 참여해 작품의 토대를 닦았다. 1995년 당시 <토이 스토리>만큼 혁신적이진 않지만, 그간 픽사가 보여준 그래픽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유머와 빈틈없는 연출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믿고 보는 픽사'답게 실패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의 전설을 이어간다. 9년 전 다른 주인에게 '선물'된 '보핍'은 이번 영화에서 핵심 역할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1편에서 수동적이고 여성스러운 '보'의 모습은 당찬 말괄량이 캐릭터 <토이 스토리 2>(1999년)의 '제시'(조안 쿠삭 목소리)를 거쳐, 이윽고 강한 생존력의 4편의 '보'로 재탄생했다.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남성 장난감들이 이끌던 <토이 스토리> 세계관의 'PC주의(정치적 올바름)'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우디'의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중추적 역할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읽을 수도 있다. 덕분에 개연성과 재미를 모두 잡은 <토이 스토리 4>는 현재 로튼 토마토 지수 100%를 달성하며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토이 스토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는 캐릭터와 액션이다. <토이 스토리 3>에선 탁아소에 들어간 장난감들이 '로쏘'(네드 비티 목소리) 무리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이 완벽한 설정과 티키타카식 연출로 이어졌다.

'로쏘'와 '빅 베이비' 같은 악당 캐릭터 외에도 '바비'(조디 벤슨 목소리)와 '켄'(마이클 키튼 목소리)의 케미는 장난감의 캐릭터적 특성과 더불어 코미디를 살리는 극(劇)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컨대 '바비'가 '켄'을 고문할 때 물리적인 방식을 쓰지 않고 옷을 하나씩 찢는 시퀀스처럼 말이다.
<토이 스토리 4>에서는 '개비개비'와 더불어 '캐나다 히어로'로 통칭되는 '듀크 카붐'(키아누 리브스)의 등장이 이를 대신한다. 듀크의 플래시백(회상)을 통해 1980년대 크리스마스 속 레트로한 가정을 보여주는 것은 픽사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마음(내면)의 소리"를 들으라는 '우디'의 말을 "녹음된 음성"으로 오인(誤認)하는 '버즈'의 엉뚱함은 자신을 '우주 전사'로 맹신하던 1편의 재미를 추억하게 한다.

장난감의 소명과 이별의 숙명을 담담하고 단순하게 풀었던, 그래서 보다 직관적으로 다가왔던 <토이 스토리 3>에 비해, <토이 스토리 4>는 보다 상징적인 방식으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개비개비'는 '우디'처럼 내장형 목소리를 갖춘 장난감이다. 제작될 때부터 불량인 관계로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세컨드 찬스 골동품' 가게에서 세월을 보낸 그녀는 '우디'의 몸속 장치를 갖기 위해 그를 감금하고 '포키'를 납치한다. '개비개비'의 주인에 대한 집착을 일종의 불임 여성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는 앞서 말한 대로 자신의 주인을 기쁘게 할 대상이나 동등한 입장으로 여기던 전작과는 다르게 돌보고 지켜야 할 '아이'로 변모한 인간-장난감의 관계에서 유추할 수 있다. '개비개비'는 '하모니'(릴라 세이지 브롬리 목소리)를 첫 주인으로 간택(揀擇)하려 하지만, '아이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다소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주제 의식이 스며든 시리즈의 마지막 결과물은 전작의 높은 완성도를 받들면서도, 비틀고 때리는 표현 방식으로 <토이 스토리>를 전통적인 범주에 놓아두려 하지 않는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토이 스토리>라는 시리즈는 줄곧 '버림받음'에 관한 서사였다. 1편에서 '우디'는 '버즈'의 등장으로 '앤디'의 관심을 더욱 갈구했고, 팔이 뜯어진 2편에선 '제시'와 '프로스펙터'(캘시 그래머 목소리)의 설득에 비행기에 몸을 실을 뻔하기도 했다.

3편에서는 대학생이 된 '앤디'가 '우디'만 선택하자, 나머지 장난감들은 모두 탁아소로 자체 기증을 선택했고, 주인 '데이지'에게 버림받은 '로쏘'는 극악무도한 악당으로 타락하기도 했다.

줄곧 관심과 버림이라는 긴장 속에 살아온 장난감이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디딘다는 설정은 현실에선 꿈같은 이야기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주인(아이)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찾는 '우디'와 '보핍'을 보며 무언가에 붙들려 사는 현실 속 우리에게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가라,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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