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 호불호 갈릴 수 밖에 없던 이유

조회수 2018. 7. 5. 18: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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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고 알려줌] '마녀' (The Witch : Part 1. The Subversion, 2018)
글 : 영화읽어주는남자
박훈정 감독의 영화 포스터에 여성이 서 있는 모습은 낯섭니다. 극본을 맡았던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와 연출을 했던 <혈투>, <신세계>, <대호>, <브이아이피>까지 박훈정 감독은 피비린내 나는 비릿한 남성의 세계를 담아왔죠.

그의 신작 포스터에 어린 소녀가 있다는 것만으로 <마녀>는 파격적이며, 이는 이 영화가 전작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선전포고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마녀>는 어떤 점에서 새롭고 인상적인 박훈정 감독의 영화였을까요?
포스터의 한 가운데 있는 김다미의 이미지와 연기는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서늘한 미소와 묵직한 액션은 <마녀>를 감싸고 있는 독특한 에너지를 느끼게 하죠. 하지만 <마녀>는 김다미의 이미지로 '여성'에 관해 말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그녀의 가녀린 몸을 통해 소녀의 연약한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죠.

이 연약한 이미지는 후반부의 초월적인 힘을 지닌 모습과 대비되고, <마녀>는 이 두 가지 이미지의 충돌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녀>는 외면과 내면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며, 여성 주인공에게 예상했던 젠더적인 측면을 조명하는 데엔 힘을 쓰지 않은 편인데요.
오히려 이 영화는 캐릭터들의 성별을 가늠할 수 없게 표현해뒀죠. <마녀>는 유전자가 조작된 자들과 조작한 자들의 구도가 눈에 띄며, 이 조작의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성적인 특성은 거세되었다는 인상을 줍니다.

<마녀>에서 박훈정 감독이 힘을 준 건, 특별한 힘을 가진 인물들의 색다른 액션인데요. 영화는 '자윤'(김다미)이 각성하는 순간부터 ‘스릴러’에서 ‘액션’으로 장르가 변하죠. 괴한에게 습격당한 그녀가 손에 피를 묻히는 순간, 이야기는 구도는 완전히 변합니다.
이 반전에서 오는 충격과 액션에서의 쾌감이 상당하며, <아저씨>의 박정률 무술 감독이 참여한 액션의 완성도도 돋보이죠. 이 장면은 잠잠했던 영화를 깨우는데, 총성으로 리듬을 만들고, '자윤'의 타격엔 활력이 넘칩니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마녀>는 다양한 액션을 전시하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죠.
영화 속, 유전자 조작을 통해 초월적인 힘을 가진 이들이 펼치는 액션엔 새로움이 있는데요. 더 높이 빠르게 움직이고, 더 세게 때리며 염력까지 사용하는 등 일반적인 액션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첫 액션 씬 외엔 <마녀>의 액션은 매끄럽지 못한 인상을 주는데, 여러 부분에서 균열을 발견할 수 있죠.
이 균열은 캐릭터의 뻣뻣함으로부터 시작하는데요. <마녀> 속 대부분 캐릭터는 과잉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매 장면 무게를 잡고 있는 최우식 일당을 비롯해 캐릭터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서 움직이는 듯했죠.

특히, 드문드문 사용되는 영어는 이 어색함에 정점을 찍습니다. 이들이 간간히 내뱉는 영어는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지만, 그들의 이미지와 자연스레 녹아들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죠. 침묵하느니 못한 대사였습니다.
더불어 그들이 사용하는 '쌍시옷'이 들어간 욕은 캐릭터들의 매력을 더 갉아먹는데요. 이런 욕은 캐릭터들의 위압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도가 있다 해도, 캐릭터들의 카리스마를 이런 가벼운 대사를 통해 불쾌한 느낌으로 전달하는 건, 캐릭터에게 무례했던 연출이죠.

기묘한 분위기로 일관하던 <마녀>는 캐릭터들의 숨겨진 힘이 드러나면서 '활극'으로 톤 앤 매너가 바뀝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처럼 과잉되어 있으면서도 쾌감을 주는 액션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는데요. 그런데 <마녀>는 이런 활극으로서의 전환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아쉬움으로써 더 두드러지죠.
영화의 잔혹함과 캐릭터들의 냉정함과 비교해 <마녀>의 액션 연출에 활용된 시각효과는 B급 영화의 그것과 닮아있습니다. 벽에 부딪히고 균열이 생기는 장면은 흡사, '드래곤볼' 시리즈를 생각나게 했는데, 이 현은 영화가 끌어오던 기이한 힘을 이탈할 정도로 혼란을 주죠.

15년도 더 전에 개봉했던 <화산고>가 오버랩 될 정도의 연출이었고, 올 초에 CG의 허술함으로 곤욕을 겪은 <염력>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불안한 이미지들 속에 배우들의 연기마저도 과잉되어 보인다는 건 더 문제죠.
박훈정 감독의 <마녀>는 새로운 시도였으며, 한국 영화 속 젠더의 편향성을 지워버린 성과가 있습니다. 그 스스로에게도 여성 캐릭터에게 무대를 내어주며, 영화 세계의 확장할 수 있게 했던 기념비적인 작품이죠. 그럼에도 영화의 만듦새에 관한 평은 호불호가 꽤 갈릴 것이고, 저는 불호의 입장에서 <마녀> 속 기이한 기운을 짚었습니다.
그 결과 <마녀>는 외형적 멋에 힘을 지나치게 준 나머지, 속은 비어 있다는 인상을 주네요. 만화적인 설정과 연극적인 캐릭터, 그리고 이 속에서 펼쳐지는 과잉된 액션은 일본의 실사화된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지점이 있죠.

시리즈로 기획된 <마녀>는 이번 편의 불균질한 힘을 한곳으로 모으고, 더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지금, 박훈정 감독에겐 여전히 포스트 <신세계>가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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