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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이 정치드라마, 앞으로 계속 봐야 할까?

조회수 2019. 6. 2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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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고 알려줌] JTBC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The Aide: People Make The World Go Round, 2019)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 드라마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표지 및 사진 ⓒ JTBC
독일 통일을 이룩해 낸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100여년 전 이런 말을 남겼다. "법률과 소시지의 제조 과정은 (지저분해서) 보지 않는 게 좋다."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하 <보좌관>)은 이러한 '지저분한' 과정을 관능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JTBC 10부작 드라마다.

1화 속 배우 이정재가 분(分)한 '장태준'의 인터뷰 중 보좌관의 신념이 인상적이다. "모든 걸 의심하라. 사람이 아닌 상황을 믿어라. 약점을 내어주지 마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석하라.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마라." '태준'은 이러한 신념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이상을 현실로 바꾸는' 목표에 다다르게 된다고 말한다.

앞서 말한 다섯 가지 신념은 마치 전쟁터에 나서는 장수의 그것과 같아 보인다. 국회의사당 속 검은 정장의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은 늘 전쟁을 치른다. 이 드라마는 그 지저분하고 더러운 전쟁, 그 사실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1. 영화인가, 드라마인가?
영화 같은 드라마. 뭔가 말이 우습다. 상영 시간이 짧고 한 작품 속 모든 갈등과 해결의 요소를 투여해야 하는 영화와 달리, 매화 긴장감을 이어가는 사건을 앞뒤로 배치해 시청자를 붙잡아야 하는 드라마는 그 본질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 같은 드라마'라고 하면 무언가 높은 수준의 촬영 기법과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그래픽을 생각하겠지만, <보좌관>의 경우 그 의미가 다소 다르다.

이 드라마는 '정치 영화'의 드라마 버전이다. 2~3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풀어낼 이야기를 10부작으로 풀어내다 보니, 이야기가 늘어나다 못해 지루해진다. '빽도 돈도 없는' 태준이 실력만으로 국회의사당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가는 이야기를, 거물급 국회의원들의 이전투구와 실제사건(용산 참사 등)의 모티브화에 버무려 중구난방(衆口難防)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아직 4화밖에 방영되지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려볼 만하다. 1, 2화보단 3, 4화가 나았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조금 더 집중력 있는 이야기 전개가 필요하다.
2. <보좌관>의 줄거리는?
<보좌관> 속 등장하는 대부분의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은 여당에 속한 사람들이다. '대한당'이라는 여당은 아무래도 보수당으로 보인다. 야당인 '국민당'은 '태준'의 입으로 몇 번 언급될 뿐, 직접적인 세력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대한당' 속 '송희섭'(김갑수)과 '조갑영'(김홍파)은 당내 거물급 국회의원이다.

주인공 '태준'이 모시는 '희섭'은 검사 출신 4선 의원으로, 교활하고 매서운 정치인이다. 목표지향적인 인물로 여느 정치인의 표상을 보여준다. '갑영'은 그에 맞서는 당내 대표급 인물이다. '희섭'에 비교해 보다 악질이고 아둔하지만, 보복적 성향이 강하다.

'강선영'(신민아)에 대한 "이래서 비례 대표 여자들은 안 된다고 욕을 먹는 거야" 등의 발언은 그의 꼰대 성향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희섭'과 '갑영'의 싸움에 보좌관 '태준'과 비례 초선의원인 '선영', 그리고 열혈 국회의원 '이성민'(정진영) 등이 등장한다.
젊거나('선영'), 정의로운('성민') 국회의원의 모습은 앞선 보수적이고 기성(旣成)적인 인물들에 반해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희망적인 캐릭터들이다.

'희섭'은 4선 의원이라는 업적을 뒤로하고 '원내대표'에 이어 '법무부 장관'의 자리로 향하려 한다. 수석 보좌관 '태준'은 희섭의 '정치적 성공'을 돕고 금싸라기 지역구를 물려받는 거래를 약속받았다.

명석한 두뇌와 '독사'라는 별명다운 집요함으로 다른 보좌관은 물론, 여·야 국회의원을 직접 상대하며 협박·회유를 통해 각종 위기를 돌파해내는 '태준'의 활약은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모종의 쾌감을 선물한다.
이 드라마는 정치라는 소재 덕분에 각종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활용할 여지가 생겼다. 국회의원 간 각종 비리를 파헤치고 서로의 약점을 활용해 거래하는 진부한 클리셰를 넘어, 용산참사, 계약직과 부당해고를 비롯한 많은 기업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부강사건'과 '갑영'의 '자녀인사 특혜 의혹' 등은 현재도 해결되지 않은 사회 문제를 드라마 속에 녹여내 보다 사실미를 느끼게 해준다.

'선영'과 '태준'의 로맨스나 '한도경'(김동준)과 '윤혜원'(이엘리야)의 짝사랑은 드라마의 멜로적 요소를 놓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를 보여주지만 지나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치정이나 신파보다는 서사적 전개에 힘을 기울인 노력 덕분에 '정치 드라마'라는 본연의 선로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은 모습이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는 뻔해 보인다. '태준'의 꿈은 아무래도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고, '선영'과 '성민'의 진심도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갑영'과 '희섭'의 경험은 늘 우위에 위치할 것이며 이 더럽고 불편한 '하이라키(Hierachy)적 관계'는 지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희망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태준'의 꿈은 결국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가 시작과 동시에 밝힌 다섯 가지 신념에 기초해 드라마는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관건은 '태준'의 활약을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느냐 하는 데 있다. 초라한 배경과 뛰어난 실력의 주인공이 '전쟁터에서' 살아남고 승리하는 과정은 드라마의 절대 성공 요소이기 때문이다.

3. 이 드라마, 계속 봐야 할까?
이야기는 흥미롭다. 연기와 연출도 훌륭하다. 반면에 드라마로서 흡입력이나 임팩트는 부족하다. 4화까지 지켜본 시청자 중 한 사람으로서의 평가다.

다음 화를 기대케 하는 후반 임팩트가 약했고, 각화마다 발생하는 사건의 몰입도가 집중되지 못했다. 4.4%(4화, 닐슨 전국 기준)의 낮은 시청률은 그런 결과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지켜볼 여지가 다분하다.
우선, 4화의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는 점이 있다. '태준'은 위기의 상황에서 '오원식'(정웅인)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희섭'의 지역구에서 여의도로 귀환한다. 화려한 복귀와 동시에 연인 '선영'을 제거하라는 특명을 받는다. 속도감 붙은 이야기는 남은 6화 동안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사뭇 기대케 한다.

더불어 앞서 뿌려놓은 설정의 회수가 기대의 이유다. '도경'의 배경과 '혜원'의 사연, '태준'과 '성민'의 관계와 '희섭'과 '갑영'의 미래 등 지루했던 서사가 남길 반전의 '한 방'을 기대할만한 요소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법률의 제정 과정보다는 지저분한 권력 싸움에 집중했지만, 어쩌면 이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생각에 뒷맛이 씁쓸해진다. 소시지처럼 맛있는 드라마는 아닐지라도, 무언가 희망적 메시지를 남기는 결과물은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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