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로맨스? 거북한 꼰대의 영화!

조회수 2018. 5. 21. 18: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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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고 알려줌] '안녕, 나의 소녀' (带我去月球, Take Me to the Moon, 2017) by 영화읽어주는남자
글 : 영화읽어주는남자
※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 나의 소녀>의 원제는 "Take Me to the Moon"으로, 그 어떤 단어에서도 '소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의역은 한국에서 성공한 대만 멜로 영화들과 이 영화를 연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는데요.
시작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있었죠. 2011년 개봉한 이 영화는 4만 관객을 동원하며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이후 2016년에 개봉한 <나의 소녀시대>는 40만 관객을 동원, 흥행에 성공하며 대만 멜로의 시대를 알렸는데요.
이 두 편의 영화는 아련한 옛 시간으로 관객을 초대하죠. 교복을 입던 학창시절의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영화로 청소년들의 설렘과 풋풋한 감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엔 과거에 묻어둔 첫사랑이 있는데요.
주인공이 첫사랑 앞에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과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보게 하죠. 결국, 이 첫사랑은 이뤄지지 못합니다. 앞선 '소녀' 시리즈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 두고 온 시간을 꺼내보며 미소 짓게 하지만, 어딘가 안타깝고 쓴맛이 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요.
<안녕, 나의 소녀> 역시, 고등학생 때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관해 말하는데, 기존 대만 영화와 변별점을 가지는 건 타임 리프라는 설정이죠. 앞선 두 영화가 회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주인공이 직접 그 시대로 넘어간다는 게 독특합니다.

두 영화가 현재에서 과거를 그저 바라보고, 이루지 못했던 미숙한 사랑의 아쉬움을 말했다면, <안녕, 나의 소녀>는 어른이 된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마음을 표현하고, 과거의 잘못을 바꾸려 하는데요.
타임 리프는 만날 수 없는 두 시간대를 연결하면서, 판타지 풍의 독특한 드라마를 전개할 수 있게 하죠. 많은 영화에서 시도한 매력적인 설정으로, 이제는 레드 오션이라 할만합니다.

이 레드 오션에 대만 멜로 영화가 발을 담갔다는 것은 소재의 확장으로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안녕, 나의 소녀>는 이 설정을 가져오면서 앞선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매력적인 성격 하나를 잃었죠.
<안녕, 나의 소녀>는 성공적이었던 대만 멜로 영화의 풋풋한 느낌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이는 송운화, 류이호 등 주연 배우의 연기력과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었는데요. 영화가 취한 시점의 문제였죠.

세 편의 '소녀' 시리즈는 학창시절의 에피소드를 보여줍니다. 두 영화는 그 시절, 그들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회상하는 영화였는데요. 이와 비교해, <안녕, 나의 소녀>의 주인공 '정샹'(류이호)은 미래에서 온 인물로, 성장한 어른의 관점에서 사건을 이끌어가죠.
기존 대만 멜로 영화는 인물들이 미성숙할지라도, 그들 간의 고민과 갈등을 통해 그 시절을 자연스레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저 회상함으로써 순수했던 시절, 그때의 설렘을 담아냈는데요.
하지만, <안녕, 나의 소녀>는 이런 청소년기의 자연스러움을 깨죠. 심지어 미래에서 온 '정샹'은 과거에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과거의 추억에 개입합니다. 그대로 두어야 할 기억을 오염시키고 마는데요. 그렇게 <안녕, 나의 소녀>는 제목처럼 과거의 추억에 안녕을 고하죠.

이런 멜로 영화에 기대했던 건 특별한 스토리도, 현란한 소재와 스타일도 아닙니다.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첫사랑의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인데요.
<안녕, 나의 소녀>는 타임 루프 영화로서 큰 재미가 없고, 서사에 치밀함도 없으며, 꿈에 관해 너무도 이상적인 이야기를 꺼내 실소를 자아내는 등 단점도 있지만, 옛 추억을 음미하지 못하게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죠.

덕분에 <안녕, 나의 소녀>는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거북한 영화였고, 순수의 시절과 작별한 영화이며, 어른이 개입한 꼰대의 영화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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