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천재' 차은우 연기 논란, 이 드라마 계속 봐도 될까?

조회수 2019. 7. 23.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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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고 알려줌] <신입사관 구해령> (Rookie Historian Goo Hae-ryung, 2019)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표지 및 이하 사진 ⓒ MBC
19세기 초, 조선 한양. "'염정 소설(연애 소설)' 읽어 드립니다!" 하는 여리꾼의 소리 지름으로 시작하는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이 지난 17일 수요일 첫 방영 됐다.

대다수의 여성이 글을 읽지 못하는 당시의 조선에선 연애 소설을 직접 말소리로 읽어 주는 '책비'의 존재는 지금의 드라마와 같았고, '매화'라는 당대의 연애 소설 작가는 일명 인기 여류의 그것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월야밀회'니 '호담선생전'이니 하는 매화의 소설은 대다수 군중의 지지를 받았지만, 오직 '여주'인 '해령'(신세경)에게 만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뭐 사극이나 현대극이나 이런류의 멜로물에서 남녀가 유별나야 이어지는 법이니, 그도 이해하겠다. 설정은 흔하디흔한 재벌가 왕자와 평범녀의 운명적 사랑을 쫓는 것처럼도 보인다.
'도원대군'인 '이림'(차은우)은 왕의 아들로, 세자인 형과는 달리 정치에 뜻이 없고, 글을 쓰며 대중의 관심을 살피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한량이다.

'교리'인 '구재경'(공정환)의 동생이자 책비 출신으로 추후 여사 별시 권지(인턴)가 되는 '해령'은 사실상 혼처를 알아보는 백수, 아니 백조다. 돈 많은 한량과 백조의 팔자 좋은 연애 이야기가 마냥 유치해 보이고 배알이 꼴릴 수도 있지만, 보고 있자면 생각보다 시간이 '순삭'된다.

이 드라마에서 '남주'의 외모가 절대적으로 중요한가?
1, 2화를 나름의 만족감으로 지켜본 이후, 찾아본 넷상의 분위기는 오히려 다른 의미로 뜨거웠다. 바로 차은우의 연기 논란이다. '얼굴 천재'라는 수식어는 차은우 본인에게도 부담스러운 직함일지 모른다.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이 드라마나 영화의 발판으로 삼기엔 더없이 좋은 시작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온갖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차은우의 연기가 많이 신경 쓰이진 않았다.
정극(사극이 정극이 아니란 것도 웃기지만)보단 가벼운 역할에, 엄중한 감정을 끌고 들어가야 할 요소가 많지도 않은 극의 상황에서 차은우의 연기만 '로봇'에 비교하긴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역시 표정과 발성이다.

시트콤 수준의 발성은 분명 귀를 괴롭게 하기도 했고, 본방이 아닌 움짤로 만들어진 표정의 웃음꽝스러움은 괴기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림'이라는 역이 그런 인물이다.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고 행복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2년 만에 궐 밖에 나와 호기심 어리게 대중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어쩌면 '신인' 차은우의 것과 상당히 닮았다.

이 드라마를 봐도 괜찮은 이유
차은우의 연기에 대해선 중도와 '극 불호'로 나뉘는 것 같으니, 이는 캐스팅을 먼저 제의한 제작진의 판단 미스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드라마가 보지 말아야 할 작품인가 묻는다면 아니라 하고 싶다. 마치 '매화'의 소설처럼 1화만 봐볼까 하다 어느덧 2화를 보고 있고, 예고편을 보며 다음 주를 기다리는 나를 발견한다.
진부한 멜로물에 사화(史話)를 엮어와서 두 주인공의 우연을 억지스럽지 않게 만들고, 조선시대 우매한 여성들의 천한 신분 속에 잔 다르크처럼 저항하는 '해령'을 통해 모종의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려 하는 용기마저 돋보인다.

이와 더불어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몇몇 웃음 코드는 부가적 요소다.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라며 '매화'의 소설을 자기 것인 양 읽어대는 '해령'의 뻔뻔함은 사실 게임 <문명> 속 '세종대왕'의 대사를 흉내 낸 것이다.

오래전부터 드러났던 신세경의 예능적 기질도 한몫한다. "선비님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라며 림을 버리고 도망가는 '해령'의 뒷모습이나, 손 한 번 잡아보려 하는 '매화'의 팬을 "예, 안 됩니다"하며 뿌리치는 단호함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실망스러울지도
드라마를 보며 거슬렸던 부분도 있다. 심각한 역사파괴다. 알람(자명종)을 맞추고 잠을 청한다든지, "가진 자가 더 갖는 더러운 세상", "내가 이러려고 과거를 봤나 자괴감이" 등과 같은 유행어를 포함한 현대어의 지나친 남용 등은 제아무리 퓨전 사극이라지만 정도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드러나는 신파의 영역이다. 서책을 빼앗긴 '해령'이 뜬금없이 '민 봉교'(이지훈)의 면전에 왕의 역할과 잘못을 지적하며 눈시울을 붉힌다든지 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말미에 다다라 어떤 감정을 두고 시청자를 울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심히 염려되는 요소가 아닐 수 없었다.

초반의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내린 드라마가 많고 또 많았다. <신입사관 구해령>이라는 제목처럼, 그리고 연애 소설을 읽어주던 시작점처럼 '해령'의 굳센 궁궐 도전기와 두 남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한다면, 어느덧 (연기 논란으로 인한) 시청자들의 의심도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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