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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로코는 지겹다? 이 작품들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조회수 2019. 7. 2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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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영화 알려줌] 소유와 선택, 그리고 나이와 실수 다룬 로맨틱 코미디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 영화 <루비 스팍스>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팝엔터테인먼트
"여자들에 대해 몇 마디 알려드리죠(Let me tell you something about girls)."
- <리틀 맨하탄>(2005년)의 '게이브'가 내뱉는 첫 대사 中

여기, 소유에 관한 영화가 하나 있다. '캘빈 웨어필드'(폴 다노). 천재 소설가로 19세의 나이에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데뷔했지만,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외로운 남자다. 어느 날 그는 심리학 박사 '로젠탈'(엘리어트 굴드)의 권유로 '마구잡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꿈속에 나타난 이상형을 글로 녹여냈다. 그녀의 이름은 '루비 스팍스'(조 카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년)의 '트릴리언'(주이 디샤넬)만큼 특이한 성격과 아름다운 외모, 헌신적인 자세는 모든 남자가 꿈꾸는 그것이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현실 판타지를 차용한다.
마치 <오! 나의 여신님>처럼 남자의 판타지를 긁듯이 건드리는 방식은 여전히 그 효과가 유효하다. 출판사와의 약속에 늦은 '캘빈' 앞에 (실제로) 나타난 '루비'는 놀랍도록 비현실적이지만, 그만큼 남자의 환상이 강력함을 증명한다.

실제 연인인 폴 다노와 조 카잔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웃음이 터지면서도, 자신을 몰라봐 줌에 서운해한 '루비'에 대한 보호 본능과 자신이 미쳤음에 절망하는 '캘빈'의 호들갑에 나도 모르는 새 엄청난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캘빈'에게 '루비'는 진정한 사랑이다. 서로만을 사랑하는 순수하고 절실한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캘빈'은 많은 남자 혹은 여자가 저지르는 실수를 반복한다.
바로 사랑을 소유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다. 자신이 쓴 소설 때문에 탄생한 '루비'이기에 "네가 원하는 대로 하게 만들어"라는 형의 말대로 그녀를 조종하기 시작하고, 이내 둘의 관계는 불행의 극단으로 치닫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가장 큰 상처를 준 '캘빈'은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반성케 하는 거울이다. 사랑과 소유의 오묘한 경계에서 늘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인간의 욕심을 그려낸 영화, <루비 스팍스>(2012년)다.

소유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선택이 있다.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2007년)라는 다소 오글거리는 한국 제목 때문에 그저 그런 유치한 로맨틱 코미디로 치부 받은 이 영화(원제 <Definitely, Maybe>)는, 주인공 '윌 헤이즈'(라이언 레이놀즈)가 그의 딸 '마야'(아비게일 브레스린)에게 읊어주는 자신의 '사랑사'를 플래시백 형식으로 풀어내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출처: 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이하 사진 ⓒ 유니버설 픽쳐스
대통령이 꿈인 '윌'은 전도유망한 정치 야망가이자 사랑에도 열정적인 에고이스트다. '에밀리'(엘리자베스 뱅크스), '섬머'(레이첼 와이즈), 그리고 '에이프릴'(아일라 피셔) 등 세 명의 여자 중 '마야'의 엄마를 찾는 것이 이야기의 주요 줄거리이지만, 한편으론 '윌'의 진정한 '현재의' 사랑을 찾는 심리적 추리극이기도 하다.

시골뜨기가 뉴욕으로 상경해 겪게 되는 우여곡절을 정치라는 매개로 절묘하게 풀어내며, 로맨틱 코미디와 90년대 혼란한 정치 상황, 당시 미국 젊은 세대의 사랑 방식을 맛깔나게 그려냈다.

휴지맨 '윌'과 카피걸 '에이프릴'의 첫 만남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랑, 그 시작과 다르지 않다. 모태 정치인답게 모든 것의 규정화를 강요하는 '윌'과 스스로 무존재(nothing)임을 강조하는 '에이프릴'은 달라서 끌리는 사랑의 아이러니함을 영화 속에서 답습한다.
개인적으로 모든 로코를 통틀어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은 '담배 내기' 씬은, 그것만으로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슈퍼마켓 처마 밑에서 각자가 고집한 담배 중 빨리 태워지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승부는 핑계에 불과하고, 그저 억수같이 내리는 비와 처량한 담배 연기가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얹혀 아름다운 1분을 선사한다.

늘 일과 사랑에 확신이 있던 '윌'의 인생은 우리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결혼을 목전에 둔 그의 사랑은 결실을 보지 못하고, 믿었던 여자친구 때문에 정치 인생도 위기를 맞는다. 어쩌면 인생은 우연이란 길 위에 오만한 계획을 세우다 몇 개의 갈림길을 맞이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결국 뜻한 바대로 이뤄지진 않지만, 그에겐 사랑하는 딸이 있고 현재로 돌아와 선택해야 할 마지막 사랑이 남아 있다. 그 많은 사랑과 감정을 넘어 '윌'이 선택하는 운명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은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출처: 영화 <리틀 맨하탄> 이하 사진 ⓒ (주)영화사 빅
이렇듯 상충하는 개념이 있는가 하면, 사랑을 보는 나이에 따라 다른 시각을 조명한 영화들도 있다. 바로 <리틀 맨하탄>(2005년)과 <사랑은 너무 복잡해>(2009년)가 그것이다. '게이브'(조쉬 허처슨)에게 일어난 2주 반가량의 사랑과 이별을 10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리틀 맨하탄>은 미숙하다고 사랑이 아닌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좋은 영화다.

"여자와의 접촉은 세균을 옮겨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그들로선(?) 진지한 전제를 뛰어넘게 해준 것은, 반에서 세 번째로 예쁘다고 생각한 '로즈메리'(찰리 레이)가 첫사랑으로 격상되는 신비로운 순간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반하는 이 알 수 없는 우연은 지구 반대편 아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내 유년 시절의 첫사랑을 추억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수염이 거뭇한 성인 배우가 된 조쉬 허처슨의 유년 모습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재밌는 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바보가 되는 남자의 일관성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나름 성공적인 연애(?)를 성취하던 '게이브'는, '로즈메리'가 6주간 캠프로 떠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고, 남자 특유의 소심하고 치사한 방식으로 평생의 후회 거리를 남기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툰 감정표현을 하는 것은 남녀노소 만국 공통의 법칙인가 보다.

최근 이혼의 대체법으로 '졸혼'이라는 문화가 있다.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부부가 사실상 결별 상태에서 각자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뜻한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의 '제인'(메릴 스트립)과 '제이크'(알렉 볼드윈)는 공식적인 이혼 커플이지만, 집안 대소사를 함께 하고 단단한 우정을 영유하는 쿨한 관계로 등장한다.
출처: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 이하 사진 ⓒ 유니버설 픽쳐스
젊은 여자와 바람난 전남편 '제이크'는 새로운 사랑과 함께 행복해 보이는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반대로 아이들마저 독립시킨 '제인'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고독과 외로움을 홀로 견디며 애써 밝게 살아간다.

그런 '제인'에게 새로운 사랑, '아담'(스티브 마틴)이 찾아온다. '제인'의 새로운 집을 설계할 건축가이자, 같은 상처를 지닌 이혼남으로 완벽한 운명의 짝처럼 보인다. 영화의 재미는 항상 한번 틀어진 관계 설정에 있다.

전남편 '제이크'는 그들의 사랑을 질투하고, '제인'은 '바람'난 남편과 '재바람'을 피울 생각에 들뜨게 된다. 잊힌 사랑을 중년의 나이에 다시 불태우는 '제인'과 '제이크'는 졸혼과 이혼 사이 고민하는 중년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질만한 작품이다.
많은 로코가 그렇듯 원제 <It's complicated>보다 수만 배는 유치해 보이는 제목 때문에 이 명작을 놓친 관객도 많을 것이다. 항상 색감을 풍요롭게 사용하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제인'을 두고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설정을 사용해 그 기조를 이어간다. 가히 최고의 로코라 불러도 손색없을 이 영화는 무조건 봐야 할 영화 중 하나라 말하고 싶다.

'캘빈'과 '윌', '게이브'와 '제이크'는 모두 실수의 표본이다. 미셀 플라티니가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라고 했지만, 사랑이야말로 실수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캘빈'은 사랑을 창조하고 소유하려 했고, '윌'은 진정한 사랑을 알아보지 못했고, '게이브'와 '제이크'는 서툰 표현 방식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살아가며 겪어봤거나 겪을 법한 이야기를 코미디와 드라마로 풀어낸 네 편의 로코를 자신감 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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