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억 제작비 쓴 한국의 '가오갤'은 어땠나?

조회수 2021. 2. 6.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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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알려줌] <승리호> (Space Sweepers,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승리호> ⓒ 넷플릭스
드디어 한국에도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영화가 나왔다. <스타워즈>, <스타트렉>, <로스트 인 스페이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처럼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는 전형적인 서부극의 내용을 이식하면서 시작됐다. 194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인식된 이 장르는 국내에서 대중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실패했다.

<스타워즈> 시퀄 3부작도 '용두사미' 흥행으로 막을 내려야 했고, <스타트렉> 리부트 3부작 역시 각각 2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 치곤 흥행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왜 우리나라에선 유독 다른 국가에 비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대중적'이지 못했을까? 궁금증은 있지만, 정확하게 답하기엔 어려운 구석이 있다. 먼저, '스페이스 오페라'의 기원이 미국 개척 정신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떠올려 볼 순 있으나, 확실한 이유라 할 순 없다.

<그래비티>(2013년), <인터스텔라>(2014년), <마션>(2015년)처럼 영화적 허용을 제외한다면, 최대한 실제 과학적 지식에 가깝게 접근한 작품들이 흥행한 것을 떠올려 볼 때, 오히려 그게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학습이 아닌, 한 문제에 하나의 정답만 외웠던 과거의 교육 시스템도 한몫을 했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확실한 이유라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어쩌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대한 국내 영화 제작진의 몰이해도 한 몫 했을 것 같다. SF라면 시나리오의 힘이 약하더라도, CG와 같은 시각효과만 좋으면 대단한 작품이 나올 거라는 믿음 말이다.

그런 믿음은 한국의 훌륭한 괴수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 이후로 나오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발길을 옮긴 <승리호>는 어떨까? 할리우드에 비교하면 적은 약 24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승리호>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탈을 쓴 '조성희 감독 세계'의 작품이었다.

잠시 배경 세계관을 살펴보자. <승리호>는 2092년, 숲과 나무가 사라진 황폐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우주개발기업 UTS는 길이 40km의 광활한 대지, 푸른 숲과 맑은 강 등이 있는 삶의 터전인 '스페이스 콜로니'를 우주 위에 만든다. 선별된 유전자만 지닌 5%의 인류만 'UTS 시민'이 될 수 있었고, 나머지 95%의 비시민은 황토빛 지구에 남거나, 우주노동자가 됐다.

영화의 오프닝은 샛노란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후 전직 'UTS 기동대' 에이스, '김태호'(송중기)를 잡아준다. '김태호'는 지구로부터 온 불법 이민자를 검거하는 작전을 나갔다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겪는다.
'김태호'는 사람을 죽이는 자신의 임무에 회의를 느낀다. 이후 상부의 명령에 불복종해 살상을 거부하고, UTS의 창업주이자, 절대적 지도자인 '제임스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으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만다. 그렇게 '김태호'는 '해야 할 일'을 위해 돈을 모으고자 한국 국적의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조종사가 된다.

'청소선'은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 유실된 우주정, 우주건축물들의 잔해를 만들어낸 우주쓰레기들을 좇지만, 그들이 받는 돈은 한 줌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UTS'의 기물 파손으로 벌금까지 받으면 남은 돈은 사실상 제로에 수렴한다.

'김태호'와 함께 '승리호'에는 다양한 사람과 '드로이드'가 존재한다. 한때 악명 높은 우주 해적단의 선장이었으나, 신분을 바꾼 후 '승리호'의 선장이 된 '장선장'(김태리)을 필두로, 엔진실을 제어하는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재활용 센터에서 '장선장'이 주워 온 군사용 로봇 '업동이'(유해진)가 그 존재들.

어느 날, '승리호'는 사고 우주정을 수거하고, 그곳에서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승리호' 선원들은 '도로시'에 큰돈이 걸렸다는 것을 알고 거래를 진행하는데, '제임스 설리반'은 이 '도로시'를 노리게 된다.
<승리호>의 메가폰을 잡은 조성희 감독은 장르의 반복 없이 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다. 첫 장편 <늑대소년>(2012년)은 '늑대소년'이라는 존재를 통해 첫사랑의 통증과 그리움을 담아냈다. 두 번째 작품인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년)은 누아르와 탐정물의 외피 속에서 신흥종교와 성장의 문제를 함께 다뤘다.

<승리호>는 그가 장편 메가폰을 잡기 전부터 꿈꿨던 아이템이었다. 조 감독은 "2008~9년쯤 친구가 우주쓰레기에 대해 이야기해줬다"라면서, "우주엔 크고 작은 우주 산업 폐기물들이 떠다니는데, 속도가 총알보다 빠르다는 이야기였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조성희 감독은 우주쓰레기를 청소하는 우주노동자라는 단어들로부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이 작품은 할리우드 SF 장르 영화에 빚을 진 것이 많다. 조 감독은 "영화의 준비 작업을 할 때 <승리호>는 과연 어떤 SF인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밝혔다.

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있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년)도 있고, 한편으로는 <그래비티>도 있고, <인터스텔라>도 있다"라면서, "우리 영화는 어디쯤 있는 거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스태프들끼리 우주 배경의 영화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 기준은 우주선 안에서 걸어 다니느냐 둥둥 떠다니느냐였다"라면서, "우주에서 '걸어 다니는' 영화는 대부분 아주 먼 미래나 외계행성을 배경으로 한 만화적 상상력이 바탕이고, '떠다니는' 영화들은 현재나 근미래에 사실적인 분위기의 진지한 작품들이었다. <승리호>는 그 둘 중간쯤에 위치하길 원했다"라고 밝혔다.

고증보다 '상상력'에 기반했지만, 우주선 안 인물들이 현재의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은행 대출 이자나, 전기세를 걱정하고, 된장찌개와 쌀밥을 먹는다. '승리호'에 새겨진 태극기는 기존 SF 영화에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민도 있었을 터. 이제는 어느 정도 발전한 CG 덕분에, 영상미에서는 할리우드와 견줘도 엄청나게 큰 차이가 없다고 치더라도, 우주라는 생소한 배경에서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관객에게 위화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게 먼저였겠다. (한국 기술로 유인 우주선도 발사하지 않은 이 상황에서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덧붙여서.)

'상상력'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약 70년 후의 미래를 우리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전제를 두고, <승리호>는 그래도 인이어 형태의 통역기를 선보였다. 각자의 모국어로 말하면 상대방의 언어로 자동 번역 하는 것.
조성희 감독은 "우주 SF이지만 시청자들이 <승리호>의 주인공들을 만화책 속 캐릭터나, 할리우드의 초인들이 아닌 그저 나와 별다른 것 없는 '한국 사람'으로 느끼고 그들에게 온전히 마음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SF 영화에서 여러 아이템을 단순히 한국화하는 것에 머무르고 말았다. 예를 들어, 닐 블롬캠프 감독의 <엘리시움>(2013년)에선 우주에 사는 상류층과 황폐해진 지구에 사는 하류층의 갈등을 드러냈다. 심지어 불법 이민과 건강보험 문제라는 미국의 현재진행형 이슈를 녹여냈으나, <승리호>엔 이런 메시지가 다소 겉돌았다.

심지어 조성희 감독의 연출 스타일 때문인지, 각종 회상에서 나오는 '감동 코드'는 극의 강약 조절을 다소 파괴했다. 예를 들어, 한바탕 액션을 펼친 후 등장하는 '김태호'의 회상은 다소 줄여도 됐다. 스코어 역시 '마블'의 그것이 떠올랐으며, <승리호> 자체의 테마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우주 활극 장면도 살짝 아쉽다. (이에 대한 변을 하자면, <승리호>와 할리우드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의 예산 차이는 거의 10배가 난다. 물량 공세 싸움에선 당연히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첫술에 배 르랴"라는 속담처럼, 이제 걸음마를 뗀 한국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는 앞으로 기대할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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