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혼을 말하는 완벽한 영화

조회수 2019. 12. 12. 1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알려줌]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결혼 이야기> 표지 및 이하 사진 ⓒ 넷플릭스
* 영화 <결혼 이야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결혼 이야기>를 언급하기에 앞서 '결혼'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봤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같은 대다수의 우리말 사전에서 '결혼'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교과서에서도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 연애를 한 후에 이뤄지는 '연애결혼'으로 정의했다.

학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헤겔과 같은 철학자는 "결혼과 가족은 불완전한 사랑을 완성한다"라며, '인륜적 관계'를 제시했다. 그 반대의 의견도 등장했는데, 여성학자 크리스틴 델피는 여성의 노동력이 남편에 의해 착취되는 '노동계약'을,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여성들의 교환으로 이뤄지는 '남성 집단의 통합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 이야기>를 보는 관객의 시선은 2010년대의 끝을 향하는 지금, 다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비혼을 주장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며 "역시 비혼은 필수"라는 주장을 할 수도 있고, 연인 관계인 이들이 이 영화를 보며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결혼 이야기>가 이러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적합한 작품이며, 뛰어난 각본 아래 나오는 배우들의 세밀하고 격렬한 연기, 그리고 효과적인 음악 사용과 촬영 기법을 활용한 수작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뉴욕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연극 연출가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틴에이져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 현재는 '찰리'의 극단 주역인 '니콜'(스칼렛 요한슨)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초반 독백만 보면 마치 행복한 삶을 사는 부부처럼 보이겠지만, 음악이 끝나고, 장소가 바뀌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두 사람이 이혼을 앞두고 상담사 앞에서 '상대방에 대한 기억'을 낭독하는 것이었고, 심지어 이 낭독은 이뤄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9년 간 결혼 생활을 해왔고, 아들 '헨리'(아지 로버트슨)의 양육권 문제도 있으니, 상호 존중 아래 이혼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뤄질 리는 만무.
'니콜'은 LA에서 새 TV 드라마의 '파일럿 에피소드' 주연 자리를 제안받으면서, '찰리'의 극단을 떠나 어머니 '산드라'(줄리 하거티)가 있는 웨스트 할리우드로 거처를 옮긴다. 심지어 '헨리'도 '니콜'과 함께 LA로 간 것에 대해 '찰리'는 양육권 싸움으로 소송에 나서고, '니콜'도 '노라 팬쇼'(로라 던)를 고용하며 이에 맞선다.

그러면서 '니콜'은 자신이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의 아내(올리비아 해리슨)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행복하고 단순하게 아내와 엄마가 됐지만, '조지 해리슨'의 아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는 의미로. ('조지 해리슨'의 이름은 흥미롭게도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할로윈 의상을 통해서 재등장한다)

'결혼' 과정보다는 국어사전 표기대로 "부부가 합의 또는 재판에 의하여 혼인 관계를 인위적으로 소멸시키는 일"인 '이혼' 과정을 더 중심으로 한 이 영화는, 앞서 언급한 결혼이라는 인간관계의 해체와 더불어 새롭게 시작하는 인간관계의 형태를 더 보여준다.

하필이면, LA와 예술가의 삶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더 현실적인 <라라랜드>(2016년)를 보는 느낌이었다.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 그것이 해피 엔딩인지, 새드 엔딩인지에 대해 여러 논쟁을 펼친 것처럼, 이 영화도 그러한 이야기가 관람을 마친 관객(이제는 소규모 극장 상영 대신 넷플릭스로 공개됐으니, 시청자가 더 맞는 표현이 됐다)에게 나올 것이다.
자연스럽게 작품을 연출한 노아 바움백 감독의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다. 본인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참고했다고 하지만, 그 역시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와 이혼한 경험이 있었다. 어쩌면, 밑바닥까지 다 보여준 일종의 자기반성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필이면 영화 속 '니콜'도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난 것처럼, 노아 바움백 역시 현재 '동반자'로 배우이자 감독인 그레타 거윅과 함께하고 있다.)

이미 인간과 그 인간이 펼치는 삶에 대해선 <프란시스 하>(2012년), <위아영>(2014년), <미스트리스 아메리카>(2015년) 등을 통해서 보여준 바 있지만, 어쩌면 이 작품이 좀 더 아련하게 다가온 것은 이런 이유도 있을 터.

노아 바움벡 감독의 세밀한 연출과 각본과 더불어 인상적인 것은 단연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노리는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 그리고 로라 던의 연기다. 누군가는 '마블'과 '스타워즈'의 새로운 조합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에서 '찰리'는 '마블'이나 '스타워즈'와는 전혀 상관없는 '모노폴리' 보드게임 등을 가지고 논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주인공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배우라면 <결혼 이야기>에 등장하는 '니콜'처럼 자신의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을 막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체험하는 것이 당연한 일. 다행히 두 배우는 그런 이미지가 각인되지 않도록 지금까지 여러 장르를 막론하고 활약해왔다.
두 배우는 아침에는 법정에서 싸우고, 오후에는 아들의 숙제를 함께 봐주는 등 이혼 과정을 겪으면서 보내는 파노라마 같은 감정을 빼어나게 선보인다. 특히 티키타카처럼 대사를 주고받는 두 배우의 '말싸움 장면'은 압권이다.

'니콜'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주면서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속 시원한 말까지 던져주던 변호사 '노라'를 연기한 로라 던 역시 <쥬라기 공원>(1993년)이라는 걸작이 된 블록버스터로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알렸지만,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다. 골든 글로브에서 4차례 수상 경험이 있었지만, 이는 모두 TV 드라마에서 나온 것. 과연 이번엔 영화로 첫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을까?

또한, 이 영화의 감흥을 더욱 살린 요소가 있으니, 바로 랜디 뉴먼 음악감독의 음악이다. 랜디 뉴먼 음악감독이 작곡한 음악들은 차갑게 식어버린 두 사람의 감정과는 다르게 따뜻함이 묻어나는 멜로디로 작품의 중요 요소에 삽입됐다.

20차례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과 주제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몬스터 주식회사>(2001년)와 <토이 스토리 3>(2010년)로 이미 두 차례 주제가상을 받은 랜디 뉴먼이지만, 음악상 수상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아닌 실내악에 가까운 스타일로 만들어진 음악은 감히 이번 골든글로브와 더불어 아카데미의 강력한 수상 후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