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만 명 아사한 사건 취재한 기자, '기레기'가 꼭 봐야해

조회수 2021. 1. 1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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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려줌] <미스터 존스> (Mr. Jones,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미스터 존스> ⓒ (주)디오시네마
히틀러를 인터뷰한 최초의 외신기자로 명성을 얻은 프리랜서 기자, '가레스 존스'(제임스 노턴)는 스탈린의 막대한 혁명자금의 출처에 의혹을 품고 취재를 시작한다.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케네스 크랜햄)의 외교 고문으로 일한 이력을 이용해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로 잠입하는 데 성공한 그는 목숨을 건 취재 끝에 마침내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그러나, 세상은 그가 목숨을 걸고 파헤친 진실을 외면하려 한다. <미스터 존스>는 1933년 대공황기,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스탈린 정권의 만행을 알리고자 목숨을 건 실존 인물 가레스 존스의 취재기를 담은 영화다.

가레스 존스는 세계의 곡창지대라 불리던 우크라이나에 잠입해 수백만 명이 기아로 죽어가는 참담한 현실을 목격한다. 그는 이를 '홀로도모르(Holodomor)'로 표현했다.

'기아'라는 뜻의 '홀로도'(Holodo)와 '대규모 죽음'이란 뜻의 모르(mor)가 합쳐진 단어로,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소련의 자치 공화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대기근으로 약 350만 명이 아사한 사건이 '홀모도모르'. 스탈린은 수백만 명이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생산된 곡식을 모두 수출해 산업화에 쏟아부었고, 우크라이나에는 굶주림과 죽음만이 남았다.
몇 달간 빵 한 조각조차 먹지 못한 국민은 말라비틀어진 나무뿌리를 씹으며 허기를 달랬고, 급기야 인육을 먹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졌다. 이들의 죽음은 자연재해나 전쟁이 아닌 스탈린이 자행한 인위적 기근이 원인이란 점에서 역사가 기억해야 할 잔혹한 대학살이었다.

하지만 1991년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고 나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 시기의 대기근을 전면 재조사, 당시의 대학살과 가레스 존스의 기사가 모두 사실이었음이 공표했고, 2008년에는 가레스 존스에게 사후 훈장을 수여 했다.

또한, 키예프에 있는 타라스 셰브첸코 국립 대학 저널리즘 연구소는 2019년 '가레스 존스 메달'을 지정, 홀로도모르 연구에 이바지한 기자, 학자, 출판사 등에 수여 한다. 그렇다면 당시 다른 언론이나, 지식인은 이 사실을 알고도 어떤 삶을 보냈을까?

먼저, 이 영화는 소설 <동물농장>(1945년)의 작가 '조지 오웰'(조셉 묠)이 등장한다. 가레스 존스의 취재 과정과 조지 오웰의 집필 과정을 교차하며 시대가 부정하고 감춘다 해도 진실은 그 모습을 달리해서라도 반드시 우리에게 전해짐을 보여주고자 한다. 조지 오웰은 가레스 존스의 취재기를 듣고 영감을 얻어 <동물농장>을 집필했다.
두 번째는 '뉴욕타임스' 모스크바 지국장 '월터 듀란티'(피터 사스가드)의 경우. 퓰리처상을 받은 '월터 듀란티'는 대표적인 친 스탈린 언론인으로, 모스크바 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

그는 스탈린을 인터뷰하고 싶다며 자신을 찾아온 '가레스 존스'의 요청을 묵살한다. 자신의 회유와 경고에도 멈추지 않고 취재를 감행한 '가레스 존스'가 스탈린의 만행을 폭로하는 기사를 보도하자, 직접 반박에 나서 '가레스 존스'와 그의 기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린다.

세 번째는 <시민 케인>(1941년)의 모델이며, <맹크>(2020년)에도 등장한 언론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매튜 마쉬)다. 그는 25개의 일간신문, 24개의 주간신문, 12개의 라디오 방송국, 2개의 국제뉴스 통신사 등을 소유한 미국의 언론 재벌로, 선정적이고 흥미 위주의 기사로 독자들을 현혹하는 황색 언론의 선두주자였다.
'홀로도모르' 폭로 후, 모든 것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간 '가레스 존스'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여름휴가 기간에 세인트 도나츠 성에 머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가 자신이 목격한 끔찍한 지옥에 대해 털어놓는다.

'가레스 존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1935년 1월 '뉴욕 아메리칸'에 그의 기사를 싣도록 하지만, 이후 소련을 비방하기 위한 가짜 기근 기사를 연이어 게재하면서, '존스'의 진실까지 함께 퇴색시켜버렸다.

마지막은 '뉴욕타임스'의 모스크바 지국 기자인 '에이다 브룩스'(바네사 커비)의 경우로, 앞서 언급한 세 명과는 달리 유일한 가상 캐릭터다. 베를린 출신으로 나치의 횡포를 피해 모스크바에 온 젊은 기자, '에이다 브룩스'는 스탈린 정권이 선전하는 유토피아에 희망을 건다.

그래서였을까? '에이다 브룩스'는 '월터 듀란티'가 하달하는 논조에 맞춰 기사를 작성하는 수동적인 삶을 산다. 그러나 올곧은 기자 정신을 지닌 '가레스 존스'를 통해, 혁명이라는 명목하에 회피해온 희생과 부조리에 눈을 뜬다.
작품을 연출한 폴란드 출신의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은 "이 영화는 저널리즘적이거나 명확한 교훈, 감상적인 협박과 노골적인 해피엔딩이 없다"라면서, "그 이유는 누구도 존스가 폭로한 스탈린의 잔혹 행위에 대한 진실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영국의 정치적 이익이나 다른 강대국의 이해와 상관없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감독은 "우리는 가짜 뉴스, 대안적 현실, 언론의 부패, 정부의 비겁함,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한 이 이야기가 사실은 시대를 초월한 오늘날의 이야기임을 뒤늦게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우리는 자신의 이상, 젊음, 용기만으로 잔혹한 현실에 맞서 연속적인 지옥의 순환에 들어가는 가레스 존스의 모든 메커니즘을 간단하고 솔직하게 설명하고 싶었다"라고 전한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은 "월터 듀란티의 냉소적인 기회주의와 비겁함에 대항하는 가레스 존스의 용기와 결단은 현재에도 유효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부패한 자들과 그들을 따르는 추종자들, 그리고 이기주의자들이 가득하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조지 오웰과 가레스 존스 같은 사람들이다. 이것이 내가 이 이야기를 현재 다시 꺼낸 이유다"라고 외친다.

그래서 이 영화엔 가상의 인물, '에이다 브룩스'를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에이다 브룩스'는 대립 구도의 두 캐릭터, '가레스 존스'와 '월터 듀란티'의 중립에서 극이 전개됨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구축해가는 성장형 캐릭터로 등장한다.

언론개혁이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힌 현재,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주장처럼, 조지 오웰과 가레스 존스 같은 사람들이 온전히 자신의 직업윤리를 발휘할 수 있는 날은 올 수 있을까?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곱씹어 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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