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꿀케미 로코 영화는 어떻게 '페미니즘'을 녹였나?

조회수 2019. 7. 11.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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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알려줌] <롱 샷> (Long Shot, 2019)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 영화 <롱 샷> 표지 및 이하 사진 ⓒ TCO(주)더콘텐츠온,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롱 샷>을 관통하는 하나의 사상은 페미니즘이다. 강력한 여성과 무능력한 남자가 기득권, 보수층에 맞서 이성과 정의를 실현하고 진정한 사랑을 쟁취하는 휴먼·코미디 페미니즘 드라마다.

언뜻 보면 늘 보던 로맨스물이다. 20년 전 보모와 주인집 아들이었던 '샬롯 필드'(샤를리즈 테론)와 '프레드 플라스키'(세스 로건)는 시간이 흘러 최연소 국무장관과 열혈 기자로 재회한다.

나치를 취재하던 '프레드'는, 대형 언론사에 매각된 진보 매체에서 스스로 '짤린다'. 성적 농담을 일삼는 대통령의 국무장관으로 뛰어난 두뇌에도 ('보여짐'이 선거에 중요한 요소이기에) 끊임없이 자기 (몸매)관리를 하는데 열심인 '샬롯'은 '프레드'와 어딘가 다른 지향점에 위치한 듯하다.

둘은 공교롭게도 우연한 기회에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프레드'의 기사를 본 '샬롯'은 그를 연설문 작성자로 발탁하게 된다.
'살모(殺母)'의 과정
산업 혁명을 이야기할 때,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 일종의 '살부(殺父)'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전에 존재하던 가치를 거부하고 죽임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이고 이른바 '혁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아버지를 죽인다는 개념은 사회 현상 곳곳에서도 사용된다. 이처럼 2010년대에 이르러 거세진 페미니즘 운동은 마치 이전 세대의 여성상을 거부하고 기존 보수 세력에 극단적으로 반기를 드는 '살모'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성의 역할과 위치, 지녀야 할 미덕과 외모는 일종의 코르셋으로 그들을 옭아매 왔고, '어느 정도' 보장된 권리를 부여받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더욱 강박적인 '평등'을 원하는 목소리를 요구케 했다.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로 일컬어지는 일종의 교조주의는 이러한 여성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평등을 넘어 투쟁과 혐오의 영역으로 향하는 듯하다.
<롱 샷>의 대표적 혐오 대상은 정치, 언론, 남성으로 그려진다. "허리케인의 원인은 동성결혼 때문"이란 얼토당토않은 '가짜뉴스'로 당선된 '챔버스 대통령'(밥 오덴커크)이 그러한 정치의 대표 격이고, 여성 캐스터를 사이에 두고 온갖 성적 농담을 일삼는 두 뉴스캐스터, 그리고 그 '저질 뉴스쇼'의 주인, '파커 웸블리'(앤디 서커스)가 '거대 언론'의 거울이다.

여기서 말하는 혐오의 대상으로서 '남성'은 주인공 '프레드'가 아니다. 그들은 권리를 주장하는 타인을 규탄하고 자신의 권리를 '역설적으로' 혹은 '모순적으로' 옹호하는 '나치' 추종자이거나, 웃음만으로도 혐오감을 불러오는 '재미없는' 캐나다 총리로 대변된다.

이러한 혐오 대상들은 갖가지 방식으로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샬롯'을 공격한다. "그녀가 진짜 여자란 걸 누가 믿겠는가(Who Can Believe That She's Actually A Woman)"라며 노래를 부르거나, "그동안 훌륭한 비서였어(You Have Been A Great Secretary)"라고(실은 비서가 아니라 국무총리(Secretary Of State)) '웸블리'는 주장한다.
그리고 여성을 격하하는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언론을 합병하고, 구조조정을 감행하더니, '프레드'의 컴퓨터를 해킹하고, 자위 영상을 뿌린다며 협박하는 '웸블리'는 기존에 존재하던 보수적인 기득권 세력을 단편적으로 그리는 '혐오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살모'든 '혁명'이든 'PC'든 다 좋다. 하지만 이렇게 '남성'이라는 큰 범주를 '가해자의 영역'으로 규정화하면 또 다른 이분법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닌가.

능력있는 여자 VS 사고뭉치 남자
이젠 더 이상 '백마 탄 왕자'가 남자의 워너비도, 여자의 이상형도 아니다. 그 대체상은 작년 방영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서준희'(정해인)와 같은 '미동생'까진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쟁취'하고픈 소유의 그것쯤은 될 것이다.

'샬롯'과 '프레드'는 누가 누구에게 종속되는 관계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정하자면, 능력 있는 여자에게 간택된 서민 남자 정도가 될 것이다.
'샬롯'과 '프레드'는 상대에게 완벽한 사람이다. '샬롯'은 뛰어난 두뇌와 외모로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퓰리쳐 상을 받았으며, 최연소 국무장관과 현직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유일무이한 대선 후보다. 한낱 기자인 '프레드'는 조금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으며, 종교, 인종, 성별을 떠나 완벽한 중립과 평등을 지지하는 초이성적인 사람이다.

파티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대형 언론 '웸블리'의 사장에게 "네 회사가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라며 겁박을 하는가 하면, '샬롯'의 정책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연설문이 담긴 노트북을 눈 속으로 던져버리기도 한다. 과거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쟁취자'의 자리엔 '샬롯'이, '보호 본능'의 대상엔 '프레드'가 서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미녀와 야수>(2017년)는 고대 유물과도 같다. 이제 여성들은 '마녀와 소년' 정도를 원하고, 그 속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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