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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순결·청결 교육을 소녀들에게 강제 시행한 기숙학교

조회수 2020. 12. 17.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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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려줌] <레벨 16> (Level 16,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레벨 16> ⓒ (주)디오시네마
10대 소녀들로만 구성된 기숙사 학교 '베스탈리스'. 소녀들이 이곳에 온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집안'으로 입양되는 것. 소녀들은 이런 꿈을 지닌 채 기숙사 생활에 엄격한 룰을 따르며 지낸다. 태어나서 한 번도 기숙사 밖으로 나가지 못한 소녀들은 이곳에서 순결과 청결을 강요당하고, 복종과 인내, 충성심을 교육받으면서 살아간다.

어느 날, 최고 등급인 '레벨 16'으로 향한 소녀 '비비안'(케이티 더글라스)은 이 학교의 '진짜 목적'은 입양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알게 된다. 영화 <레벨 16>은 폭력에 의한 탄압, 제약과 규범을 강요 속에서 탈출하고 싶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레벨 16>은 자매와 한 남자 사이에서 벌어진 1870년대의 비극을 담은 영화 <블랙 필드>(2009년)로 그 해 '토론토 여성의 눈 필름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캐나다 영화상을 받은 데니시카 에스텔하지 감독의 신작이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대한 영화는 흔한 소재이고,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년)과 같은 미스터리 영화도 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한 반전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눈여겨볼 만한 '의미'를 지녔다.
먼저, 작품 속 학교 이름인 '베스탈리스'는 '깨끗한', '순결한'을 의미하는데, 이 어원은 '베스탈'(Vestal)에서 따온 것이다. '베스탈'은 로마 신화 속 불과 부엌의 여신, '베스타'(Vesta)를 모시는 '사제'다. 이 '베스타'를 선출하는 방법이나, 금기는 영화 속 '베스탈리스'의 구조와 유사하다.

6~10세의 신체적, 정신적인 결함이 없는 소녀여야 하며, 부모는 로마의 '자유 시민'이어야 한다(당연히 한부모 가정 출신은 불가능하다). 이 '베스타'가 되면 30년간 순결 서약을 맹세해야 하는데, 만약 이를 어긴다면 '반역행위'로 여겨지면서 사형(생매장) 등의 처벌을 받는다. 그야말로, 국가나 사회를 위한 희생양이었던 셈.

두 번째로, 이 작품은 감독 자신의 이야기가 상당수 투영됐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밝힌 데니시카 에스텔하지 감독은 샬럿 브론테 작가의 소설, <제인 에어>(1847년) 속 '제인 에어'의 기숙사 생활을 각색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했다.

그래서 '로우드' 기숙학교에서 '제인 에어'가 만나는 '마리아 템플' 선생님이나 '브로클허스트 씨'는 영화 속 '브릭실'(사라 캐닝)과 '미로'(피터 아우터브릿지)를 연상케 한다. 한편, 감독은 자신의 기숙사 생활에 대해서 "엄격한 규율의 기숙사 생활이 나를 살해하고 있다"라고 언급했었다.
세 번째는 1920~6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여성 배우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캐릭터들의 이름에 들어갔다는 것. 작품 속 소녀들이 시청하던 영화, <영광의 결전>(1937년)에 출연한 비비안 리에서 따온 주인공 '비비안'이 대표적인 인물.

<두 여인>(1961년)으로 비영어권 사상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소피아 로렌에서 따온 '소피아'(셀리나 마틴), 에바 가드너에서 따온 '에바'(알렉시스 웰란), 리타 헤이워드에서 따온 '리타'(아말리아 윌리엄슨),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에서 따온 '올리비아'(조셋 핼퍼트), 클라라 바우에서 따온 '클라라'(키아나 마데이라)도 당시 할리우드를 빛냈었다.

살짝 더 찾아봤다. 헤디 라머에서 따온 '헤디'(케이트 비커리), 오드리 헵번에서 따온 '오드리'(알렉스 스틸), 그레이스 켈리에서 따온 '그레이스'(시드니 메이어), 베로니카 레이크에서 따온 '베로니카'(조엘 패로우), 그레타 가르보에서 따온 '그레타'(케일리 쉬카나이), 메이 웨스트에서 따온 '메이'(야스민 라우), 그리고 나탈리 우드에서 따온 '나탈리'(샤나이스 존슨).
이 배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은 이유는, 상당수(그나마 80대의 소피아 로렌은 최근 넷플릭스 영화 <자기 앞의 생>을 통해 아카데미 후보에 다시 오를만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가 '전성기'만 남기고 영화계에서 떠나야 했기 때문.

이 세 가지를 조합해봤을 때, <레벨 16>은 과거의 수동적이면서, 소모품처럼(영화의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되기도 한다) 버려지는 모습을 보여준 여성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연대와 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특히 '비비안'과 '소피아'의 관계 설정은 하나의 성장 서사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 사회를 향해 직·간접적으로 외치는 메시지와 다르게, 이 영화의 몇몇 연출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결정적으로 '스릴러 장르'에서 서스펜스 요소가 부족해, 흡입력이 다소 떨어졌던 것. 이 분야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심드렁하게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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