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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 없이 욕망만 따라가는 명품 드라마

[드라마 보고 알려줌] <저스티스> (Justic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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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무서워
글 : 박세준 에디터

프롤로그
"진실에 대한 열망." '송우용' 회장(손현주)이 '이태경'(최진혁)에게 말한 가장 어리석은 인간의 욕망이다. 우린 어쩌면 '송 회장'의 말대로 이 욕망을 품고 드라마를 지켜보는지 모른다. 불분명한 정의, 그리고 희미한 진실.

현실에서 쉽사리 도래하지 않는 이 무형의 개념을 드라마 속에서 실현하고자 우리는 매주 TV와 마주한다. 드라마는 전형성을 좇지 않는다. 이제 막 8회를 넘어선 <저스티스>이지만, 예측불허의 이 작품에서 정의와 관련된 어떤 단서도 발견할 수 없다.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가 없나, 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 그런 표정은 싫어." <저스티스>를 관통하는 하나의 노래. '태경'의 동생 '이태주'(김현목)가 즐겨듣던 <모나리자>의 작사가이자 시인인 박건호는 왜 시를 쓰느냐 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했다. "내가 죽은 후 모든 이해관계가 해체되면, 시인 박건호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얼마쯤은 있지 않을까?"

출처드라마 <저스티스> 표지 및 이하 사진 ⓒ KBS

인간 세상의 모든 시간은 이해관계로 점철되고, 결국 그 끝은 그리움과 같은 감정으로 귀결된다. '송 회장'은 이런 감정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해관계를 풀어내려 하는 악인이다.

선과 악의 중심에 정의라는 선이 있다고 가정하면, 동생 '태주'의 죽음 전 '태경'은 정의 위에 존재하던 사람이었다. 분노로 인해 선에서 악으로 추락한 이 복수의 화신은, 다시 '정의'라는 기준 근처에서 진실을 파헤치고자 서성거린다.

이 스토리, "안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짧은 드라마에 꽤 복잡다단한 스토리를 잘도 엮어냈다. 매화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사건이 터진다. 한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전의 사건과 고리를 만들어내고 다시 '송 회장'과 '태경'의 관계로 돌아온다. 8회까지 지켜본 결과 이 드라마는 볼만하다. 그래서 그 줄거리를 따라갈 가치 역시 있다.

생각보다 단순하다. '태경'은 동생 '태주'를 사고로 잃고, 의도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세 용의자를 찾아 죽인다. 애당초 그 복수는 '송 회장'이 제의했고, 둘은 의형제가 된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태경'은 '송 회장'의 '해결사'가 되지만, 7년 전 일명 '최수정 살인사건'의 용의자 '양철기'(허동원)를 변호하며 동생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 배후에 '송 회장'이 연루돼있음을 의심한다. 한때 연인이었던 '서연아'(나나)는 검사가 되어 '태경'과 '양철기'를 마주하고, 정의와 불의를 넘어 악으로 떨어진 태경을 비난한다.

'송 회장'의 제안으로 시력을 잃은 '정진그룹' 노동자들의 변호를 맡은 '태경'은 '정진그룹' 부회장 '탁수호'(박성훈)를 만나게 된다. 결국 이 드라마는 수많은 이해관계 속 인물들의 선택을 그려나가는 감성 스릴러를 표방한다. "('태경'이) 그 처절한 사투를 통해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진짜 중요한 삶의 가치는 욕망의 성취가 아닌,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라는 것을"이라는 제작진의 기획 의도처럼, <저스티스>는 종말에 이르러 '태경'의 성장을 도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드라마는 진부한 여타 전작들처럼 뻔한 신파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기막힌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색의 활용이 참 좋다. 새벽처럼 푸른 어둠과 노을처럼 밝은 빛을 사용해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해냈다. '송 회장'의 악랄하고 비열한 의도를 마치 가려진 인간의 욕망처럼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송 회장'은 그림자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늘 누군가의 뒤에 숨어 감정을 조종하고 자신의 이권을 챙긴다. 상대의 분노를 역이용해 사건을 해결하고 다른 누군가의 배를 불린다.

'태경'은 거울 같은 사람이다. 그의 복수심과 성공을 향한 본능은 지켜보는 시청자가 표출하지 못한 감정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그의 집엔 거울이 가득하다. 법전을 찢어 칼을 감싸는 초반부 연출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태경'이 법을 개인적 복수심과 출세에 사용하겠다는 함축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먼저, 첫 회를 보고 '송 회장'을 연기한 손현주가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송 회장'의 악독함이 손현주의 몸과 얼굴에 맞춰지고, 어느덧 인간미가 말살된 순수한 악인의 모습이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최진혁의 필모그래피에서 이 정도로 깊은 감정을 연기한 적이 있었나 싶다. 단순한 슬픔이나 복수심이 아닌 선과 악, 욕망과 분노, 그 중심에 위치한 정의의 존재를 고뇌하는 인간의 고통을 감내하는 '태경'은 최진혁의 잘생긴 얼굴이나 멋진 기럭지가 아닌, 이 배우의 깊은 눈에서 탄생한다. 손현주와 나나의 열연에도 결국 극을 이끌어가는 건 주인공 '태경'을 연기한 최진혁의 공로다.

끝으로 '애프터스쿨' 나나의 생각보다 비중 있는 역에 의아함을 표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비주얼 깡패'라는 수식어로 가수와 배우의 경계를 뭉개버린 그녀는, 자신의 우월적인 외모가 무색하게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보였다. 큰 기대 없이 지켜본 결과물이라 그 카운터 펀치가 더 큰 기분이다.

에필로그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오른 결과 밀랍 날개가 녹아 처참하게 추락하는 이카로스의 최후를 피고인에게서 본다."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 검사가 당시 실세 국회의원 박철언의 마지막 공판에서 남긴 말이다.

'송 회장'의 욕망과 진실에 대한 '태경'의 갈증, 그리고 사건 해결을 좇는 '연아'와 '마 형사'(이학주)의 집착. 그 끝은 결국 누구의 날개가 녹아 처참한 추락으로 마무리될 것인가. 또한 <저스티스>가 남은 회차 안에서 '정의'(Justice)라는 자신의 제목을 어떻게 '정의'(Definition)할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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