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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되고픈 16살 소년의 선택은?

조회수 2021. 1. 12.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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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려줌] <걸> (Girl,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걸> ⓒ 리틀빅픽처스
<걸>은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며 성전환을 시도한 16살 '라라'(빅터 폴스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영화는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서 상영되어 황금카메라상과 남우주연상(빅터 폴스터), 국제비평가협회상, 퀴어종려상(칸영화제 상영작 중 최고의 퀴어 작품에 주는 별도의 상)을 받았다.

이후 국내에서는 그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8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 상영됐으나, 정식 개봉까지는 시간이 걸려야 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해, 한 차례 개봉까지 연기한 후 지난 1월 7일 개봉한 것.

<걸>이 개봉되기 약 1년 전, 우리 사회에선 크게 두 사건이 공론화됐었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한 여대에 합격했으나 학내 반발이 커지자 입학 등록을 포기한 예도 있었고, 복무 중 성전환한 하사가 전역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군인권센터는 "최근 한국 사회는 혐오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다"라면서, "소수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입증할 것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상황이 반복된다"라고 설명했다. <걸>의 주인공 '라라' 역시 주변 환경 속에서 힘겹지만 꿋꿋하게 자신이 진정 원하는 모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걸>이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히 '라라'를 시혜적인 태도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현상이나 심리를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호르몬 치료를 기다리는 '라라'에게 의사는 "현재를 살아야 해. 지금을 즐기렴"이라면서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느낀다.

가끔은 '라라'가 자신의 속마음을 아빠 '마티아스'(아리 보르탈레르)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가족들에게는 따뜻한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지만, 동시에 주변으로부터 눈총을 받기더 한 '라라'는 "'본보기'가 되는 건 싫어요. 여자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라고 밝힌다. 이는 앞서 두 논란의 당사자들도 지니던 생각이었을 터.

<걸>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변인의 태도였다. 학교 선생님은 '라라'에게 눈을 감으라고 한 다음, '라라'가 여학생 탈의실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학생은 손을 들라고 한다. 누구도 그 자리에서 손을 들지 않지만, 학생들끼리 있는 자리에선 사건이 터진다.

수술 및 호르몬 치료가 진행 중인 단계이기 때문에, 남들 앞에서 자신의 몸을 보여주면서 샤워를 하는 것이 힘들었던 '라라'는 학생들의 강요로 인해 자신의 몸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상황에서 '라라'가 느낀 수치심은 '라라'와 성 정체성이 다른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작품을 연출한 루카스 돈트 감독은 1991년생의 젊은 감독으로, 데뷔작 <걸>을 통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신예다. 앞서 언급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은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신인에게 주어지는 상이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께선 내가 보이스카우트로 활동하길 바랐다"라면서, "아버지는 2주에 한 번씩 나와 동생을 모임에 데려다줬고, 우린 다른 친구들과 진흙탕에서 놀거나 캠핑을 하러 가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임에 가는 걸 싫어했고, 차라리 연기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다. 그런 방법을 통해 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느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곧 그런 것들은 '계집애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걸 알게 됐고, 우린 매우 혼란을 느꼈다"라고 밝힌 루카스 돈트 감독은 "'난 분명히 사내 녀석인데 왜 이런 걸 좋아하지?' 나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 게 싫어서 결국 연기와 노래, 춤을 그만뒀다"라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영화 학교에 막 입학했던 2009년, 루카스 돈트 감독은 소년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발레리나를 꿈꿨던 한 용감한 소녀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게 된다. 당시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사회가 판단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에 당당히 맞섰다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였다.
바로 지금은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된 트랜스젠더 노라 몽세쿠흐의 이야기. 감독은 "이 주제는 사회에 대한 엄청난 도전이지만, 나는 용기 있는 젊은 캐릭터를 보여 주고 싶은 열정이 가득했다"라면서, 노라 몽세쿠흐에게 연락을 취했다.

처음에는 영화로 자신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을 거절했지만, 일 년 남짓한 고심 끝에 루카스 감독과 직접 만나게 된 노라 몽세쿠흐는 그와 단번에 깊은 교감을 느껴 친구가 됐고, 그와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이렇게 영화는 두 사람의 대화로 시작됐고, 노라 몽세쿠흐는 시나리오 초고부터 최종 단계까지 직접 참여해 영화에 대한 애정을 쏟았다.

노라 몽세쿠흐는 "이 영화의 본질은 내 이야기와 참 많이 닮았다"라면서, "어떤 순간들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주인공 '라라'를 연기한 배우는 실제로 '로얄 발레 스쿨'에 다니는 무용수였던 빅터 폴스터였다.

약 500대 1의 경쟁률에서 캐스팅된 그는 "한 번도 연기해본 적이 없었기에, 관객들이 내 해석을 믿어줄지 두려웠다"라면서, "감독이 내가 '라라'처럼 보일 수 있도록 분장과 의상 등 여러 방면에서 많은 시도를 했고, 덕분에 나는 나 스스로 소녀라고 생각할 준비를 하게 되어 더 쉽게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빅터 폴스터는 영화에서 시스젠더(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남성 배우가 성전환 수술을 준비하는 '라라' 역을 맡는 것에 대한 비난을 우려해 영화가 공개되기 전 직접 자신의 성을 '폴스터'로 바꿨다고 밝히며, 누구보다 진심으로 '라라'를 이해하고 그를 연기했음을 드러냈다.

이에 빅터 폴스터는 긴 대사 없이 몸짓과 표정만으로도 '라라'를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표현해내 관객들에게 '라라'가 겪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한편, 빅터 폴스터는 '라라'의 모습으로 완벽히 탈바꿈하기 위해 실제 트렌스젠더의 목소리를 코치해주는 한 젠더 클리닉 보이스 코치로부터 여자 목소리를 내는 훈련을 받기도 했고, 촬영 전 3개월의 시간 동안 토슈즈를 신고 발레 연습에 매진했다.

그는 "보통 소녀들은 더 작은 발로 12살 때 푸앵트(발레에서 발끝으로 서는 기술)를 배우는데 내 발은 푸앵트를 하기엔 준비가 덜 돼 있었다"라면서, 자신의 발이 피와 멍으로 물들어감에도 '라라' 역을 소화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이런 열연 이후, 빅터 폴스터는 배우 대신 무용의 길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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