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입소문으로 정식 개봉한 찐 멜로 영화

조회수 2021. 1. 15.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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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려줌] <블라인드> (Blind, 2007)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블라인드> ⓒ (주)컨텐츠썬
2007년 11월, 시대에 흐름에 따라 폐지된 KBS <토요명화> 이후 편성된 <KBS 프리미어>에서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다양한 국가의 독립영화를 만나볼 수 있었다. 당시 방영작 중 하나가 지난 1월 14일 정식 개봉한 <블라인드>(2007년)다.

2008년 심야 시간의 TV 방영과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만 선보인 이후, 국내 관객과는 합법적 경로로 만날 일이 없었던 이 영화는 관람한 팬들 사이에서 "훌륭한 멜로 영화다"라는 찬사라는 입소문만 받았을 뿐,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2017년 여름 개봉한 로브 라이너 감독의 청춘 멜로 영화 <플립>(2010년)처럼.

<블라인드>는 시각장애인 '루벤'(요런 셀데슬라흐츠)과 어린 시절 학대로 인해 육체와 정신적 상처를 받은 '마리'(핼리너 레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루벤'이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후, '루벤'의 어머니는 난폭해진 그를 위해서 책을 읽어주는 '마리'를 고용한다.

'마리'는 학대의 후유증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면서, 자신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을 읽어줬던 것. '루벤'은 <눈의 여왕>을 읽어주던 '마리'의 기품 있는 목소리나, 거칠게 행동하던 자신을 단호하게 제압하려는 행동에 흥미를 끈다.
이런 관심을 받는 것조차 처음이던 '마리'는 이 감정이 사랑이라 믿고 마음을 열기에 이른다. '루벤'의 어머니는 이런 '마리'를 경계하고 주의를 주기까지 한다.

그러던 중 '루벤'이 수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게 되면서, '마리'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할 것 같아 두려운 마음에 자취를 감춘다. '루벤'은 '마리'를 찾기 위해 방황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안데르센의 걸작이자, 작품에도 등장하는 책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다.

사악한 악마 '트롤'이 모든 물체를 추하게 비추는 거울을 깨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파편이 소년 '카이'의 눈과 심장에 박힌고 만다. 차갑게 변해버린 '카이'를 '눈의 여왕'이 어디론가 데려가고, 소녀 '게르다'는 '카이'를 찾아 나선다.
고난 끝에 '눈의 여왕'의 얼음 궁전에 도착한 '게르다'는 '카이'를 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이 눈물이 '카이'의 심장에 박힌 거울 파편을 녹여 감정을 되찾은 '카이'가 눈물을 흘리자 눈에 박혔던 거울 조각 역시 빠져나온다. 두 사람은 함께 고향에 돌아가는데, 일부 책에선 '눈의 여왕'이 '카이'에게 떠나지 말라고 애원한다거나, 둘에게 잘 가라는 작별 인사를 하곤 사라진다.

<블라인드>는 이 <눈의 여왕>을 재해석해 캐릭터들의 관계를 그려낸다. 쌍천만 영화가 된 <겨울왕국> 시리즈도 바로 이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자매의 이야기를 보여줬었던 것처럼.

<블라인드> 속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각각의 캐릭터들이 지닌 특징들을 통해 '카이'와 '게르다', '눈의 여왕'이 누구인지 다양하게 해석하는 재미를 전한다. 또한, 겨울의 북유럽 감성이 돋보이는 몽환적인 화면이나, 진실된 사랑의 본질을 말하는 메시지가 여운을 더해준다.
<블라인드>는 네덜란드의 여성 감독이자, 배우인 타마르 반 덴 도프가 각본과 연출을 맡아 첫 장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서정적이고 문학성이 돋보이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줬고, 2007년 제3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2008년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그리고 벨기에 출신의 요런 셀데슬라흐츠와 <인스팅트>(2019년)를 통해 지난해 로카르노 영화제 피아제 그란데상을 받으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마친 배우 핼리너 레인의 인상적인 연기 합이 작품의 주요 관람 포인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의 영화 음악을 지금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년), <데드풀>(2016년)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박진감 넘치는 스코어를 만들어 낸 정키 XL이 맡았다는 것. 당연히 <블라인드>에서는 언급한 두 영화처럼 템포 빠른 음악이 나온다기보다는 서정적인 선율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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