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신파 쓰지 않아서 다행인 아카데미 6부문 후보작

조회수 2021. 4. 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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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더 파더> (The Father,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더 파더> ⓒ 판씨네마(주)
은퇴한 80대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는 평생을 가꿔온 집에서 평온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자신만의 규칙과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탱해온 현명한 아버지이면서, 장난꾸러기처럼 탭댄스를 출 줄 아는 사랑스러운 노인인 '안소니'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늘 차고 다니던 손목시계를 어디에 두었는지 고민하는 일이 잦아지고, 사랑하는 딸의 얼굴과 아끼던 집마저 낯설게 느껴지자 혼란을 느끼는 것.

집에 나타나는 수상한 사람들은 누구이며, 거실에 걸어둔 그림은 누가 치운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 '안소니'의 현실엔 균열이 난다.

아버지와 가까운 곳에 살며 시간이 날 때마다 그를 돌보던 다정한 딸 '앤'(올리비아 콜맨)은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떠나기를 결심했으나, 혼자 남겨질 아버지 걱정에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득해진다.

언제나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던 아버지가 문득 낯선 얼굴과 겁먹은 눈빛으로 자신을 경계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며 천진할 때마다 괴롭기만 하다.

떠나기로 한 것이 옳은 결정이고, 그것이 아버지를 위한 최선이 맞는 것인지, '앤'의 마음에도 균열이 난다.
영화 <더 파더>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안소니 홉킨스), 여우조연상(올리비아 콜맨),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프랑스 출신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첫 장편 연출 영화로, <더 파더>는 2012년 파리에서 상영되어 프랑스의 토니상이라 불리는 '몰리에르 어워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그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희곡의 각색은 <위험한 관계>(1988년)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햄튼 작가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서술한 시놉시스처럼, <더 파더>는 '치매'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해당 소재를 한 영화들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이 어느 순간 조금씩 사라진다면, 그만큼이나 슬픈 이야기 소재는 없기 때문.

하지만 치매에 걸린 노인을 희화하는 경향을 최근 한국영화에서 다수 보여주기도(배우의 연기가 좋으니, 이를 지적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했다.

치매 노인을 가족의 갈등을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로 만드는 일도 매우 쉽게 묘사됐다.

<더 파더>는 확실히 억지 신파 같은 표현을 지양하면서, 자신만의 색채로 치매라는 병과 그 병을 둘러싼 인간관계에 관해 연구한다.
영화는 초반부, '앤'이 '안소니'를 보러 가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는 줄곧 '안소니'가 사는 공간인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인간이 겪는 혼란 그 자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했는데, 영화는 '안소니' 뿐 아니라 관객을 집 내부의 복도에 가둬둔다.

제작진은 하나의 공간이 여러 개의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만들기 위해, 아파트의 구조나 문, 창문과 같은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금색에서 크림색, 노란색, 갈색, 그리고 파란색까지 색이나 톤, 가구의 디테일을 조금씩 바꾸는 방식으로 세트를 디자인했다.

이는 '안소니'가 느끼는 혼란이나 고통의 모습을 직접 관객도 체험하게끔 만들고자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뷰티풀 마인드>(2001년)의 경우에서 영화는 '존 내쉬'(러셀 크로우)의 조현병 증상을 직접 관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카메라 시선을 바꾸는 연출을 택했다.

이야기는 '안소니'의 기억 변화를 반복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최소한 이 작품을 보게 된 관객은 적어도 '치매'라는 질병을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영화관을 나오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안소니 홉킨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양들의 침묵>(1991년) 이후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면서, 작품을 봐야 할 가치를 높여줬다.

'안소니'라는 이름처럼, 감독은 안소니 홉킨스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이 소식에 감동받은 안소니 홉킨스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억하면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은퇴 없이 끊임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T.S 엘리엇과 예이츠의 많은 시를 습관적으로 외우면서, 뇌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에 대해선 '안소니'가 "잎사귀 하나하나를 잃어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2021/03/26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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