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 당신이라면 변호하시겠습니까?

조회수 2021. 3. 14.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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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모리타니안> (The Mauritanian,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모리타니안> ⓒ (주)디스테이션
'모하메두 울드 슬라히'(타히르 라힘)는 고향 모리타니 공화국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던 중 조사를 받기 위해 나온다. 그렇게 '슬라히'는 관타나모 수용소로 끌려와 기소와 재판 없이 수감된다. 그는 2001년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라는 이유 하나로 외부와의 접촉이 금지된 채 지내고 있다.

가족들은 그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며 모리타니에서 변호사를 선임한다. 사건을 맡은 미국의 변호사 '낸시 홀랜더'(조디 포스터)는 자신이 필요한 일이라면 무료 변론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였다. '낸시'는 로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슬라히'의 변호를 맡기로 한다.

'슬라히'의 행방을 확인한 '낸시'는 후배이자 동료인 '테리 링컨'(쉐일린 우들리) 변호사와 함께 직접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향한다. '슬라히'를 만난 '낸시'는 그가 적법한 절차 없이 수감됐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재판을 준비하면서 중요한 자료들이 모두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은폐된 것을 발견하면서, '낸시'는 진실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한다.

그사이 냉철하면서도 완고한 성격을 지닌 군검찰관 '스튜어트 카우치'(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슬라히'의 사건을 맡게 된다. 아무리 냉철한 그였지만, 그의 동료가 9.11 테러 당시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군은 이를 이용해 '슬라히' 사건을 맡긴 것.
사형을 구형하려던 '슬라히'는 재판을 준비하던 중 정부에서 제공한 자료에 빈틈을 발견한다. 그가 유죄라면 더욱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카우치'는 국가 기밀로 지정된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 당시의 공식 보고서 열람을 요청한다.

정부에서 제공한 자료의 '빈틈'을 확인하면서, '카우치', 그리고 '슬라히'의 변호사 '낸시'와 '테리'는 모두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고 만다. <모리타니안>은 2015년 모하메두 울드 슬라히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쓴 글들을 모아 엮은 회고록 <관타나모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한다.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는 부시 전 미국 행정부 당시 '테러와의 전쟁'에서 생포한 테러리스트를 두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9년 오바마 전 행정부는 이 수용소를 1년 이내로 폐쇄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령했으나, 2018년 트럼프 전 행정부는 국정연설을 통해 수용소 유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관타나모 수용소는 적법한 절차라기보다는 '고문'을 활용한 심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영국 출판사 캐논게이트의 제이미 빙은 <관타나모 다이어리>의 출간을 앞두고, 평소 인권 운동에 관심을 보인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책을 읽은 후 바로 영화 제작을 결정했고, 제작진은 실화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직접 수용소에 찾아갔다. 심지어 모하메두 울드 슬라히, 낸시 홀랜더, 테리 링컨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으며, 심지어 스튜어트 카우치도 자신의 경험을 제작진에게 전해줬다.

시나리오의 초안이 완성될 무렵, 프로듀서 일에만 충실히 임했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직접 '카우치' 중령을 연기하기로 한다. 그는 "강압적인 힘에 반박하기 두려운 사회에 사는 만큼, '카우치'의 행동이 더욱 영웅적으로 느껴졌다"라면서, "사건이 진행되면서 그가 겪는 감정 변화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모리타니안>은 크게 세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첫 번째는 올바른 사법과 행정의 구현(법정 장면에 나오는 대통령의 사진 변화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이고, 두 번째는 각자의 직업윤리와 그에 나오는 신념이며, 세 번째는 '슬라히'의 태도다.

두 변호사와 '카우치'는 각자의 신념으로 '슬라히'의 사건을 조사하지만, 그로 인해 나오는 신념으로 갈등한다. 언론과의 인터뷰 중 '테러리스트 변호사'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낸시'는 "강간 기소자를 변호했을 땐 날 강간범이라고 부르지 않았고, 살인 기소자를 변호했을 때는 아무도 내 뒤뜰을 파헤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이어 '낸시'는 "하지만 테러 혐의자를 변호하니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한다"라면서, "'헌법'에는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는 주석이 없다"라고 답한다. 테러리스트를 변호하는 것이 아닌, 법체계 자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낸시'와 달리, '테리'는 불리한 증거가 나타나면서 잠시 흔들린다.

이는 '카우치'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카우치' 역시 동료로부터 "9.11 테러에 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소리를 듣자, "그 '누군가'는 '아무나'가 되어선 안 된다"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상관에게도 자신의 소신을 뚜렷하게 밝힌다.

마지막 '슬라히'의 태도는 영화의 메시지에 화룡점정을 한다. '슬라히'는 분노를 용서로 변화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슬라히'를 연기한 타하르 라힘은 "'슬라히'의 상황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그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움에 지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모하메두 울드 슬라히는 지옥 같은 상황을 겪었음에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슬라히'는 "아랍어로 '자유'와 '용서'는 같은 단어이며, 그러기에 나는 갇힌 이곳에서도 자유로웠다. 그래서 신이 당신을 용서하고 함께하길 빈다"라고 외친다.

갈등의 반복 속에서 만약 서로가 공감하고 구원한다면, 용서도 얻을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여타 법정 스릴러 장르물의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벗어나는 재미를 줬다.

한편, 캐빈 맥도널드 감독은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수상작 <원 데이 인 셉템버>(1999년)나, 휘트니 휴스턴의 삶을 담은 <휘트니>(2018년)와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다. 덕분에 작품은 '슬라히'의 상황을 4:3 비율에 가까운 화면비로 '재연'하듯이 보여줬고, 동시에 시간대를 교차 편집하면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극의 전개를 더욱 풍성하게 해줬다.

2021/03/09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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