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하나의 중국'을 소재로 했다고요?

조회수 2021. 3. 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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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Raya and the Last Dragon,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과 관련된 글들을 읽다 보니, '가짜 뉴스(뉴스라는 워딩 대신에 '허위 정보'라는 표현이 더 옳아 보인다)'가 몇몇 팬들을 통해 주장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홍보만 동남아시아로만 했을 뿐, 중국 자본을 들여왔기 때문에 모든 면에 중국의 야심이 뿜어져 나왔다는 것.

하지만 이 작품에 중국의 문화가 가득하다고 생각한 건, 그만큼 그 문화에 대한 무지와 무례에서 온 착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영화 흥행의 거대 시장인 중국을 디즈니뿐 아니라 할리우드가 의식하지 않을 리는 없겠지만, 이 영화는 동남아시아의 문화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작품의 주제 의식이다. '쿠만드라 왕국'이 하나로 화합해야 한다는 게 '하나의 중국'을 강조했다는 지적이다. 이 역시 이해되지 않는 과잉 반응이다. 쿠만드라가 분열된 것은 주인공 '라야'(켈리 마리 트란 목소리)의 아버지 '벤자'(대니얼 대 킴)의 이야기처럼 서로 다른 땅에 사는 이들이 서로를 믿지 않아 분열된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무조건적인 '통일'도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무기를 들고 대립했던 이들이 하나가 되어 공동의 적인 '드룬'과 싸워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 뿐이다. '하나의 중국' 주장은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내용이 담겼을 뿐 그 이상의 주장이 없다.
심지어 중국에선 사막부터 설원까지 다양한 지역들이 존재하나, '동남아시아 지역'의 기후엔 사막과 설원이 없기 때문에 겉만 동남아시아로 홍보한 것 역시 틀린 주장이다. 놀랍게도 베트남의 무이네엔 사막이 존재하며, 가끔이지만, 베트남 북부 지역엔 눈이 내려서 '설국'으로 변하기까지 한다.

디즈니는 '오션 스토리 트러스트'를 만들었던 <모아나>(2016년) 때처럼, '라야 동남아시아 트러스트'를 만들었다. 인류학자, 건축가, 댄서, 언어학자, 음악가들로 구성된 이 트러스트에서 동남아시아의 문화를 담기 위해 치밀한 조사를 진행한 것.

일례로, '라야'는 '위대한'이라는 뜻이 담긴 인도네시아어에서 따온 것이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의 국가는 '위대한 인도네시아'라는 뜻이 담긴 '인도네시아 라야'다. '발톱의 땅'에 나오는 마을은 베트남의 호이안과 캄보디아의 수상마을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의 무술 스타일도 동남아시아의 무예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저씨>(2010년)에서 원빈이 펼쳤던 것으로 유명한 필리핀의 무술 칼리 아르니스를 모델링으로 한 근접 전투가 있으며, '라야'의 검은 동남아시아에서 숭배하는 칼날인 '케리스'에서 따온 것이다. 당연히 태국의 자랑인 무에타이 킥복싱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태국의 전통 음식인 '똠양꿍'을 만들어 먹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제작진은 단순히 '라야 동남아시아 트러스트'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두 팀으로 나눠 동남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영감을 얻었는데, 그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음식은 믿음과 화합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똠양꿍'을 중요한 포인트로 잡아냈다.

의상 디자인 역시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의 '사바이 상의'와 '삼포트 바지'에서 따온 것이지 그게 '중국풍 의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해당 문화에 대한 무례다. 우리의 전통 음식을 중국에서 자기네 것이라 우기는 것과 다름없는 무례다.

또한, 드래곤 '시수'(아콰피나 목소리)도 뱀의 형태를 한 인도 신화 속 물의 신 '나가'의 모습을 딴 것이다. 이 '나가'는 인도에서 전래해 캄보디아 지역에선 '뱀의 신'으로 숭배됐는데, 캄보디아의 건국신화에서도 뱀 왕인 '나가라자'가 등장한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나가'와 함께, 동양의 전통적인 '용'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작품을 쓴 퀴 응우옌 작가는 "동양에서 드래곤은 신성시되는 행운의 상징이며, 희망과 불굴의 용기를 의미한다. 주인공이 동남아시아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런 측면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나온 지적 중 이해되는 내용이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나온 지적으로, '라야' 역의 켈리 마리 트란(베트남계)을 제외하곤 주요 캐스팅이 동아시아계(한국계, 한국·중국계, 홍콩계, 중국계 배우들로 구성됐다는 것. 이는 할리우드의 아시아계 배우 풀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아직도 서양의 문화권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몇몇 국가에 한정됐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이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중화권 문화를 담은 영화라고 착각한 우리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다.

2021/03/04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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