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 다룬 1,400억 원 제작비의 영화

조회수 2021. 3. 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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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카오스 워킹> (Chaos Walking,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카오스 워킹> ⓒ 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카오스 워킹>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생각이 노출되는 '노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상인 '뉴 월드'에서 평생을 생활한 바이러스 감염자 '토드 휴잇'(톰 홀랜드)은 우연히 '뉴 월드'에 불시착한 의문의 유입자인 '바이올라 이드'(데이지 리들리)를 만나게 된다.

'바이올라'는 지구에서 '뉴 월드' 정착을 위해 이동하던 중 태어났었고, 그러다 보니 타인의 생각이 들리는 낯선 경험을 하고 당황해한다. 이윽고 '바이올라'는 자신을 향한 그들의 관심은 곧 위험이 될 것이라 직감한다.

'토드'가 있는 '프렌티스 타운'의 '시장'인 '데이비드'(매즈 미켈슨)는 자기 생각이 쉽게 노출되지 않을 만큼 '노이즈 바이러스'를 제어해, 구성원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 한다. '데이비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바이올라'로 인해 자신의 숨겨진 비밀이 노출될 위기에 처하자, '바이올라'를 추격하고, '토드' 역시 '바이올라'를 돕기 위해 함께 마을을 도망친다.
<카오스 워킹>은 패트릭 네스 소설가의 베스트 셀러 3부작을 원작으로 하고,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년)를 연출한 더그 라이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주목받았다.

아마 이 작품을 원작 소설 팬이 본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편의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이지만, 3부작의 내용을 모두 압축해서 넣다 보니, 원작과 달라진 점이나, 원작에서 보여줬던 내용 중 일부가 축약되어 버렸기 때문.

예를 들어, 영화에서 잠깐 언급되고, 근접 액션까지 등장했던 '뉴 월드'의 원주민 '스패클'에 대한 내용은 후반부 들어서 찾아볼 수 없다. '노이즈'에 대한 설정 자체도 '바이러스'임에도 불구하고, 치료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스스로 '망작'임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자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메시지 하나쯤은 들고나와야 한다.
SF를 현재의 인류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멀리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1927년)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닐 블롬캠프 감독의 <디스트릭트 9>(2009년)이나, <엘리시움>(2013년) 같은 최신작이나, 하물며 지난 2월 공개된 <승리호>도 그런 기조가 포함되어 있다.

<카오스 워킹>은 또 다른 '계급 집단'에 대한 우화였다. 이 영화는 철저히 남성의 지위를 절대적으로 강조하는 '남성우월주의'와 그로 인해 파생된 '갈라치기'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처럼 느껴졌다.

주인공 '토드'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나고 자란 소년이다. 그는 허구한날 자신의 마음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남자처럼 굴어"라는 다짐을 계속해서 한다. 여성이라고는 어머니의 기억이 전부이니, 그야말로 처음 본 여성 '바이올라'는 '호기심'과 동시에 '공포'의 대상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바이올라'는 지구에서 왔기 때문에, '토드'가 사회화 과정에서 지닌 모든 편견을 사라지게 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토드'는 재학습 과정을 통해 사람을 갈라치게 한 편견은 쓸모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데이비드'는 '노이즈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 여성을 이용해, 남성들을 세뇌시킨 인물로 그려진다. 나치가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유대인을 멸시했듯이, 세뇌를 위해선 공포나 혐오의 대상이 필요한데, 여기서는 '스패클'을 사용한다. '코로나19'의 창궐 초기,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적인 행동을 생각해보면 된다.

또한, '새로운 개척지'라는 점에선 미국 원주민과 개척자들을 연상케 한다. '스패클' 때문에 여성들이 모두 살해당했다고 주장하지만, '토드'의 어머니가 남긴 일기를 통해 이것이 자신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거짓 선동임이 드러난다.

이를 알고도 모른 척한 인물들이 있었으니 '토드'의 아버지와 그의 친구(연인처럼 보이는)였다.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살기 때문에, '데이비드'의 세뇌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두 사람은 '토드'와 '바이올라'에게 '헤이븐'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목숨을 잃고 만다.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향한 '헤이븐' 마을은 '여성 시장'이 있는 곳으로, 성별에 관계없이 자급자족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 온 곳이었다. '프렌티스 타운'에서 이탈한 남성들도 이 마을에서 일하고 있었다. <카오스 워킹>은 '데이비드'가 최후를 맞이하면서 마무리되는데, 그가 죽는 장면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3부작의 '방대한 줄거리'가 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각색을 취하다 보니, 영화는 짜임새가 고르지 않았다. 타락과 구원을 외치던 목사 '아론'(데이빗 오예로워)의 캐릭터가 무너지는 것처럼, 이 작품에선 몇몇 조연이 그저 들러리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토드'와 '바이올라'의 여정 자체도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데, 캐릭터를 연기한 톰 홀랜드와 데이지 리들리의 이름값에 의존하는 느낌이 다분했다. 배우들의 매력 덕분에 관람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았지만, '감독이 주고 싶었던 주제'를 떠올려 볼 때는 아쉬웠다. 두 캐릭터, 특히 '토드'의 정체성 혼란을 좀 더 긴밀히 다뤘으면 어땠을까?

참고로 <카오스 워킹>은 2011년 배급사 라이온스게이트가 판권을 구매한 이후, 찰리 카우프만 감독에게 스크립트 초안을 맡기면서 꽤 일찍 개봉할 뻔했었다. 심지어 2013년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고려됐다는 기사도 등장했었으나, 2016년 더그 라이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후에야 본격적인 캐스팅이 진행됐다.

2018년 첫 촬영이 진행됐지만, 최악에 가까운 시사 평을 들은 후 2019년 재촬영을 진행했고,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진행했다. 그렇게 영화는 추가 촬영비 1,500만 달러를 포함해 약 1억 2,500만 달러(약 1,403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졌다.

2021/02/24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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