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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법꾸라지'들에게 바치는 깔끔한 범죄 영화

조회수 2021. 2. 25.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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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퍼펙트 케어> (I Care A Lot,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퍼펙트 케어> ⓒ TCO(주)더콘텐츠온,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말라 그레이슨'(로자먼드 파이크)은 은퇴자들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하는 케어 비즈니스 사업의 CEO다. 겉으로만 보면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합법 사업처럼 보이지만, 이는 "노인들을 돌볼 수 없다"라는 미명 아래에 노인들에 대한 후견인 권한을 가져가는, 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사기였다.

'말라'는 노인들을 보조 생활 시설에 배치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집과 자산을 팔면서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끊어버렸다. '펠드스트롬'(메이컨 블레어)은 '말라'의 고객인 어머니와의 접근을 거부한 '말라'를 위협하고 침을 뱉지만, '말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말라'는 의사인 '카렌 에이머스'(알리시아 위트)를 만나고, '카렌'은 가족이 없는 부유한 은퇴자인 '제니퍼 피터슨'(다이앤 위스트)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카렌'은 '말라'와 함께 법정에 나가 '제니퍼'가 치매로 인해 자신을 돌볼 수 없다고 '거짓 증언'하고, '로맥스' 판사(이시아 위트락 주니어)는 '말라'를 후견인으로 임명한다.

'말라'는 '제니퍼'를 보조 생활 시설로 옮기기자마자, 자산을 빠르게 매각한다. '말라'는 '제니퍼'의 소유물을 정리하던 중 수백만 달러의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는 안전 금고의 열쇠를 발견하고, '말라'는 이를 차지한다.
그사이 '말라'의 여자친구이자 조수인 '프랜'(에이사 곤살레스)은 '제니퍼'의 집을 개조하는 일을 돕던 중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제니퍼'의 행방을 물었고, '프랜'은 '제니퍼'가 이사했다고 알려준다. 알고 보니 '제니퍼'는 마피아 '로만 룬요프'(피터 딘클리지)의 어머니였다.

'제니퍼'라는 이름도 소아마비로 죽은 소녀로부터 도난당한 신분이었고, 마피아 변호사 '딘 에릭슨'(크리스 메시나)은 '제니퍼'를 풀어달라고 '말라'에게 요구하지만, 법정에서 '말라'가 이기자 오히려 '제니퍼'를 보복하려 한다. 결국, '로만 룬요프'는 '말라'에게 접근하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게 된다.

영화 <퍼펙트 케어>는 시작부터 관객에게 말을 거는 '제4의 벽'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강조한다. '말라'는 "좋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라고 관객에게 말한다. 이어 세상 모든 사람은 약탈하는 사람인 '사자'와 약탈당하는 사람 '양'으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퍼펙트 케어>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연출을 맡은 J 블레이크슨 감독이 법망을 피해 고객의 자산을 갈취하는 법적 보호자에 대한 뉴스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구성한 것. 일명 '합법적 한탕'의 과정에서, 빌런이라 할 수 있는 '말라'가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은 '주인공'임에도 관객의 '응원'을 온전히 받기 어려웠다.
이는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로자먼드 파이크의 뛰어난 연기도 한몫을 했다. 로자먼드 파이크의 대표작은 '자타공인' <나를 찾아줘>(2014년)일 것인데, 이 작품에서 나오는 소름 끼치는 캐릭터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말라'를 준비하기 위해 로자먼드 파이크는 전직 헬스 케어 비즈니스 CEO이자 현재는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인 엘리자베스 홈즈의 강연을 참고했다라고 전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극소량의 혈액으로 250여 종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의학 키트를 앞세워, 화려한 언변을 통해 약 1조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다. 하지만 해당 기술이 허구로 밝혀지면서,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강연 영상을 통해 바디 랭귀지나 말투, 심지어 눈을 깜빡이는 타이밍까지 세밀히 연구했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실제 나는 영화 속 '말라'와 성격적인 공통점이 전혀 없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를 기초부터 쌓아 올려 나갈 필요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배우 본인을 잠시 내려놓고, 그렇게 로자먼드 파이크는 '말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말라'는 정확히 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만능주의'가 우선인 캐릭터로 설정됐다. 도덕적 관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가진 자건 그렇지 않은 자건 간에 '재산을 빼앗는 것'이 소중한 가치라 여기는 캐릭터다.

심지어 '깡다구'도 있는 캐릭터인데, 마피아와의 추적을 받고 있음에도 '정공법'을 취한다. '프랜'은 '말라'에게 도망치자고 하지만, '말라'는 그러지 않는다. '말라'는 '로만'에게 잡혔음에도 오히려 역제안할 정도로 오로지 자신의 재산을 걱정한다. 이것은 용기라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행동처럼 보였다.
그 와중에 '말라'를 돕는 것처럼 등장하는 '판사'는 정해진 법체계를 따른다. 이는 미국의 현대 사회에 대한 J 블레이크슨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처럼 보였다. 그는 법이나 의료와 같은 사회 체계가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기보다, 부자나 권력층이 나머지를 잡아먹어도 상관없다는 구조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퍼펙트 케어>는 일반적인 '선과 악'의 의도가 담긴 범죄 스릴러 영화의 구조에서 살짝 비튼 서사로 구성됐다. '사자'와 '양'의 대결이 아닌, '사자'와 '사자'의 대결과 '사자'와 '양'이 공생하는 '환경'의 대결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면서, 궁지에 몰린 '양'이 '사자'로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막을 내린다. 마치 이 세상에 요리조리 법망을 피하는 '법꾸라지'는 존재해서 안된다는 걸 강조하는 느낌의 결말처럼 보였다.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전체적 구성을 생각해보면 깔끔한 결말로 다가왔다.

2021/02/22 메가박스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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