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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후면 죽는 할머니에게 거짓말을 한 가족

조회수 2021. 2. 15.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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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페어웰> (The Farewell,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페어웰> ⓒ 오드 AUD
'빌리'(아콰피나)는 어린 시절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한 후,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넘기고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빌리'에게 중국에 있는 할머니는 자주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그립고 애틋한 존재다. 할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국제 전화로 '빌리'의 안부를 묻는다.

할머니는 '빌리' 뿐만 아니라 가족을 꾸리고 미국, 일본에 이민을 떠난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가 늘 그립지만, 언젠가는 모일 날이 있을 거라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빌리'의 이모할머니(홍 루)는 '빌리'의 할머니가 '폐암 4기'로 길어야 3개월을 살 수 있다는 진료 기록을 듣고, 이를 할머니에게 숨기기로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한 친척들 모두 할머니에게 이 사실을 거짓말로 숨긴다는 걸 이해할 수 없던 '빌리'는 혼란에 빠진다. 할머니를 보기 위해 중국에서 사촌 '하오하오'(한첸)와 '아이코'(아오이 미주하라)의 가짜 결혼식이 열리고, '빌리'의 아버지 '하이옌'(티지 마), 어머니 '지안'(다이애나 린)은 슬퍼하는 '빌리'에게 절대 오지 말라고 부탁한다.

이를 무시한 '빌리'는 자비로 중국으로 날아가고, 가족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 깜짝 등장한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속에 '빌리'가 빠져있던 것이 다소 아쉬웠던 할머니는 힘이 나지만, '빌리'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눈물이 나려는 걸 억지로 참느라 힘이 든다.
예식장부터 기념사진, 피로연 음식 등 대충 넘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할머니는 '빌리'와 함께 결혼식 준비에 나서지만, 어쩐지 힘이 없고 슬퍼 보이는 '빌리'가 걱정된다. 그래서 자신의 장수 비결인 아침 기체조를 가르치거나, 각종 인생 조언을 통해, '빌리'의 앞날을 응원한다.

한편, '빌리'는 아버지와 삼촌 '하이빈'(장용보)에게 할머니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물어본다. '빌리'와 '하이옌'은 서구적 가치관에서, 자기 죽음을 알아야 남은 생을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하이빈'은 한 사람의 목숨은 '전체 중 일부'이기 때문에, 가족이 그 부담을 대신 짊어져야 한다고 여긴 것.

영화 <페어웰>은 2013년 룰루 왕 감독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할머니의 시한부 선고를 들은 가족이 이 사실을 숨겼고, 손녀인 감독 역시 그 거짓말에 동참했던 것. 이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룰루 왕 감독은 가족의 소통과 사랑, 그리고 문화권의 차이를 담아내고자 했다.

룰루 왕 감독은 "이 영화가 할머니에게 거짓말을 하기로 한 가족의 결정에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길 바랐다"라면서, "이 가족에 나쁜 사람은 없다. 소통의 기반엔 사랑이 존재하는데, 상대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면서, 사랑의 메시지에 집중했다.
이어 <페어웰>은 중국인 이민 1세대와 2세대의 차이를 담아낸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제 중국에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대화가 나오며,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인 '할머니'는 어떤 경우에도 중국을 모욕하지 말고, 자신이 중국인임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이에 '하이옌'은 자신은 '미국인'이라면서 이런 말들을 모두 되받아친다.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미국에 직접 이민을 선택한 것과 달리, 이민 2세대인 '빌리'는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한다. 이는 '빌리'의 위치를 경험한 룰루 왕 감독, '빌리'를 연기한 아콰피나의 실제 삶과도 일치했다.

노라 럼이라는 '본명'으로 뉴욕 퀸스에서 태어난 아콰피나는 중국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 출신 어머니로부터 태어났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주로 친할머니 손에서 자란 노라 럼은, 16세에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이자, 현재의 활동명인 '아콰피나'를 만들었다.

이는 미국, 한국, 중국이라는 세 국가가 혼재한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아콰피나는 "할머니와 굉장히 특별한 관계를 맺은 동양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나를 위해 만들어진 역할 같았다"라고 밝혔다.
아콰피나는 중국 촬영 당시 실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자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촬영 현장에도 전동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며 손녀의 연기를 지켜봤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아콰피나의 연기도 기존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 작품의 '아시아 배우 쿼터'(<오션스8>(2018년), <쥬만지: 넥스트 레벨>(2019년) 등)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캐스팅된 기존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구부정한 자세나 몸짓, 표정은 '빌리'가 처한 상황과 일치했다. 결국, 아콰피나는 지난해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에는 실패했다)

한편, <페어웰>을 통해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작품상 등 전 세계 33관왕 기록을 세운 룰루 왕 감독은 차기작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품을 연출할 예정이다.

2021/02/06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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