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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더 우먼'은 훈화 말씀하는 교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원더 우먼 1984> (Wonder Woman 198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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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원더 우먼 1984>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더 우먼 1984>는 '코로나19' 시대에 오랜만에 찾아온 '슈퍼 히어로' 액션 영화였고, 더욱이 'DC 확장 유니버스' 세계관에서 그나마 가장 잘 만들었다는 2017년 작품의 후속작이라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관객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의 액션 분량은 1편보다도 비중이 작었고, 그나마 있는 액션도 공개된 예고편을 좀 더 확장한 수준에 불과했다. 액션 시퀀스만 따져 봐도 <출발 드림팀>을 연상케 하는 '아마존'에서의 시합 장면, 쇼핑몰 도둑들을 응징하는 장면, <레이더스>(1981년)를 오마주한 액션 장면, '백악관 싸움'과 이어지는 '치타'와의 대결이 전부였다.

당연히 <배트맨 대 슈퍼맨>(2016년) 속 '둠스데이'와 타격감 넘치게 싸우던 액션 역시 실종됐다. 물론, 작중 상황 때문에 '원더 우먼'(갤 가돗)이 디버프를 받았다 치더라도, '치타'와의 대결은 찢겨나간 날개처럼 어색했다.

출처영화 <원더 우먼 1984>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결국, 150분에 가까운 긴 상영 시간을 '시간 가는 줄 알고 봤을 관객'들이 'DC 확장 유니버스'의 전통처럼 보이는 '가족애로 끝내버리는 결말'에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터.

여담으로, IMAX 카메라로 촬영됐다는 분량마저도 사실상 10여 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 IMAX 팬들의 원망 아닌 원망까지 샀다. 그렇다면 <원더 우먼>은 정녕 팝콘 영화로의 매력이 떨어진 것일까?

돌이켜 보면, '원더 우먼'은 참 희한한 히어로다. 옆 동네 '캡틴 마블'이었음 '타노스'를 잡기 위해 날아다닌 것처럼 적을 쉽게 '제거'했을 텐데, '원더 우먼'은 '비살상'과 '설득'을 하는 데 집중한다. 근래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는 반대된 행보였다.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에서 '원더 우먼'은 핸들을 뽑아낸 후, 운전자에게 브레이크는 작동이 될 거라고 말을 한다. 백악관에서도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 주변의 경호원들은 죽이지 말라고 한다. '치타'로 변신한 '바바라 미네르바'(크리스틴 위그)에게도 돌아올 기회를 주고자 한다. '맥스 로드'에게 아들을 만나게 해준 것 역시 비슷한 이유였다.

우리나라가 그러하듯, 1984년 LA 올림픽이 열렸던 당시 미국은 문화, 경제 모든 면에서 풍요로운 시기를 보냈다. 그 때문에 이 영화의 빌런은 풍요로운 포지션에서 '자신의 욕망'을 더 채우기 위해 움직이는 인물로 설정되어야 했다.

영화의 메인 빌런 '맥스 로드'는 우스꽝스러운 광고로 사람들을 불러 자기에게 돈을 맡기고, 아직 있지도 않은 석유에 투자하라고 설득한다. 끊임없이 "다 가질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덤.(마치 당시 재벌로, 늘 성공에 갈망한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소울 스톤'의 존재를 나름대로 연구한 그는 이 스톤이 있다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으로 향한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는 '바바라 미네르바'가 있었다. 사회적으로 서툴고, 자기비하적인 유머 감각을 지닌 이 인물은 베일에 가려졌지만, 어딜 가든 주목받는 '다이애나'에게 관심을 지닌다. 똑똑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늘 불안해하고,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미네르바'는 '다이애나'가 되길 원한다.

FBI로부터 받은 '소울 스톤'을 통해 '다이애나'의 능력을 달라고 한 '미네르바'는 능력과 동시에 수년간 내면에 축적된 분노와 화로 인해, '희생자'에서 '포식자'로 변한다. '맥스 로드'와 '바바라 미네르바'는 협력하게 되는데, 두 빌런은 자기 삶에서 부족하다 느끼는 걸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다이애나' 역시 '소울 스톤'을 통해 자신의 연인 '스티브 트레버'를 소환한다. 하지만 '맥스 로드'가 점점 건강을 잃는 것처럼, '다이애나'도 자신의 능력을 잃어가고 만다. 이 능력을 다시 찾기 위해선 자신이 '소울 스톤'을 통해 얻어낸 것을 '뱉어야' 했다.

'불멸의 아마존'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몰랐던 '다이애나'는 '스티브'를 만나면서 이를 감당해야 했는데, 다시 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 고통과도 같았을 터. 하지만, '다이애나'는 이 시련을 통해 '진실'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성장한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두 빌런과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이 소중함을 전파한다.

당연하게도 '원더 우먼'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151분의 시간은 마치 학교 조회 시간의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처럼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설파하는 장면을 이런 액션 영화에까지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패티 젠킨스 감독은 이 의문에 '구식'인 방법이겠지만, '권선징악'의 정공법으로 달려가며, '원더 우먼'은 이를 실행한다.

한편, 워너 브러더스의 토비 에머리히 회장은 최근 세 번째 작품의 제작을 확정했다. '코로나 19'의 엄중한 상황 속에서, 'HBO Max'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극장 개봉을 진행하면서 나온 기록이었다.

세 번째 기회가 주어진 만큼,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패티 젠킨스 감독은 관객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하면 '다이애나'의 '선한 영향력'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구식'의 방법은 딱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2020/12/17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2020/12/23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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