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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여자 앞에 훈남이 나타나면 벌어지는 일

조회수 2020. 12. 23.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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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운디네> (Undine,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운디네> ⓒ 엠엔엠인터내셔셜(주)
'운디네'(폴라 비어)는 도시개발 전문 역사학자로, 박물관 관광 가이드를 하면서 베를린의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운디네'는 연인 '요하네스'(제이콥 맛쉔즈)의 이별 통보를 받고 좌절하지만, 곧 산업 잠수부인 '크리스토프'(프란츠 로고스키)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운디네'가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크리스토프'가 눈치채면서, '운디네'는 운명과 대면할 수밖에 없었다. <운디네>는 물의 정령 '운디네' 설화를 현대의 베를린이라는 공간에 재해석해 놓은 영화로, 지난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에디터가 보고 난 후 느낀 감정은 "독일판 <전설의 고향> 시리즈 같다"였다. 우리도 다양한 설화에서 나온 '공포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았겠는가? 다만, <운디네>는 독일의 '운디네 설화'를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 버무린 예술 작품이었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영화는 어렵다. 독일의 사회, 문화, 경제 등 다양한 요소를 이해해야 접근이 용이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그래서 이 글엔 일종의 힌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먼저, 설화부터 살펴봐야 한다. '운디네'는 '물의 정령'으로 인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 영혼을 얻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배신하면 그를 죽이고 다시 물로 돌아가야 하는 비극적 운명을 지녔다. 이 운디네 설화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기에 여러 문학과 예술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 푸케의 중편 소설 <운디네>가 있다.

특히 독일 전후 작가로 유명한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운디네가 간다>는 영화 <운디네>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크리스티안 페촐드 감독은 "바흐만의 소설 속에서 '운디네'의 저주는 남자들이 늘 배신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라면서, "그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만을 사랑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성의 관점에서 이 저주를 끊는 것이 올바른 내러티브 방식이라고 보았다"라면서, "즉, '운디네'는 숲의 호수로 돌아가길 원치 않고 남자를 죽이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설정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크리스티안 페촐드 감독은 "게다가 '크리스토프'라는 남자가 있는데, 그는 처음으로 '운디네' 자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다. '운디네'가 분명 쟁취해야 할 사랑"이라고 전했다.

'운디네'가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죽이고 물로 돌아오라는 운명의 부름을 받지만, 갑자기 '운디네' 앞에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면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영화의 주요 감상 포인트로 등장한다.

두 번째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역사다. 1989년까지 동서로 나뉘었던 베를린의 도시 개발 역사는 영화 속 박물관 투어 가이드로 일하는 '운디네'의 입을 통해 언급된다. 'TMI'에 가까울 정도로 긴 대사를 영화의 상영 시간에 할애한 것은 분명 감독의 의도일 터.
페촐트 감독은 통일 이후, 무분별한 도시 개발을 피한하면서, 베를린을 "자신의 역사를 계속 지워나가는 도시"라 규정했다. 그는 "베를린은 습지 위에 세워진 도시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을 빼내는 등 모든 환경이 바뀌었다. 그래서 그 자체의 신화와 전설이 없는 조립된 현대 도시라 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예전 상업 도시 시절에는 상인들을 통해 신화와 전설이 흘러들어왔다"라면서, "습지의 물이 빠져나가면서 그 모든 신화와 전설들이 진흙 속에 남아있다가 천천히 증발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장벽은 빠르게 뜯겨 나갔고, 그 자리에 거대한 기차역과 번쩍이는 쇼핑몰이 '흉물스럽게' 들어섰다는 것. 베를린의 과거는 신화와 동화가 살아 숨 쉬는 세계였지만, 지금의 베를린은 과거를 무자비하게 지워버리는 공간으로, 쉽게 옛사랑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현대적 욕망과도 오버랩 된다.
따라서 동화의 세계에서 온 '운디네'가 현대의 베를린에서 버림받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감독은 "신화와 설화들, 남성들이 만들어낸 '미신'은 '운디네'를 선택의 자유가 결핍된 불쌍한 존재로 붙잡아 두려 한다"라면서, "영화 속 '운디네'는 너무 일찍 저주에 저항하다가 투쟁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사는 인물이었다"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배신한 연인 '요하네스'를 떠날 때, '운디네'는 자유롭다. 집에 가서, 침대에 누워 비지스의 명곡 'Stayin' Alive'를 듣는다. 이 노래는 '크리스티안'이 인공호흡으로 '운디네'를 살려낼 때 불렀던 곡. 그러나 이런 자유를 만끽하던 순간 저주는 다시 작동한다.

감독은 "가장 자유로울 때, 가장 취약해지는 법"이라면서, "옛 세계의 저주가 자유의 대가로 엄청난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자유의 순간은 그만한 가치가 있고, 그래서 '운디네'는 그 순간을 꽉 붙들게 된다"라고 밝힌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운디네'의 시점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스스로 경험한 것을 현존하게 만들겠다는 감독의 의도였다.
한편, '운디네'를 연기한 폴라 비어는 이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박물관 큐레이터의 이지적인 모습부터, 수중 장면에서 나오는 매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관객의 눈도장을 찍을 만한 연기를 펼쳤다.

이미 폴라 비어는 올해에만 4편의 극장 개봉 영화(<작가미상>, <울프콜>, <트랜짓>)에 출연했다. 특히 <트랜짓>은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과 프란츠 로고스키 배우가 함께 한 전작이었다.

<트랜짓>에서는 약혼자를 잃고 슬픔에 빠진 '안나' 역할로 출연해, 섬세하고 강렬한 내면 연기를 선보였고, 당시에도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상)을 받은 바 있다.

2020/10/25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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