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착, 딸의 사투가 폭발한 수작 서스펜스 스릴러

조회수 2020. 11. 23.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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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런> (Run,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런>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당뇨, 천식 등 다양한 질환의 소개 자막으로 시작되는 <런>은 <서치>(2017년)를 통해 주목받은 아나쉬 차간티 감독의 신작이다. 미국 최고의 독립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의 2관왕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약 300만 관객을 동원한 <서치>는 전자 기기 화면으로만 구성됐음에도, 딸의 실종 사건을 풀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구현해 찬사를 받았다.

이미 <언프렌디드: 친구삭제>(2014년) 같은 작품들이 있었으나, <서치>는 이런 유사한 장르의 작품 중 가장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다. 덕분에 아나쉬 차간티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물론,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컴퓨터 스크린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영화를 절대 만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 개념 때문에 틀에 박히고 싶지 않다"라고 언급했었다. 그의 차기작 <런>은 <서치>와는 사뭇 달랐다. 주인공 '데이빗 킴'(존 조)이 외부와 연결하는 전자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서치>와 달리, <런>에서 주인공 '클로이'(키에라 앨런)는 그런 외부와 연결되는 전자 기기가 '차단'됐던 것.

어머니 '다이앤'(사라 폴슨)과 일상을 보내던 '클로이'는 대학교 입학 통지서만을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어느 날 식탁에 있었던 약을 보게 되면서, '클로이'는 '다이앤'을 의심하게 된다.
<런>은 어머니의 어긋난 모성애를 소재로 훌륭한 서스펜스를 보여준 스릴러 영화다. 이런 장르의 영화는 생각보다 단순한 서사 구조를 띠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감독의 과욕이 무리수를 불러일으켜, 개연성만 파괴하는 안타까운 결말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나쉬 차간티 감독은 마치 관객과 게임을 하듯이 흥미로운 복선이나, 이스터 에그를 영화 중에 집어넣고, 그것을 풀게끔 하는 재주를 보여줬다. 먼저 색채의 활용이 돋보였다. 장-앙드레 카리에르 미술감독은 아나쉬 차간티 감독과 함께 '보라색'과 '초록색'이라는 색채 대비의 세밀한 요소를 설계해나갔다.

'클로이'가 진학하고 싶은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 주립 대학교는, '보라색' 이미지가 강렬한 곳이다. 보라색은 긍정과 부정의 이미지가 혼합된 색으로, 병약한 '클로이'의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고, 동시에 희망과 치유의 색을 나타내기도 한다. 반대로, '다이앤'의 색상은 '초록색'의 이미지에 가깝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다이앤'은 녹색으로 둘러싸인 병원에서 신생아를 마주한다.

이 밖에도 '다이앤'이 사온 알약, 지하실 벽, '다이앤'이 병원에서 덮어주는 담요는 모두 초록색이다. 감독은 "관객은 아마 촬영장과 의상에 사용된 색깔들이 100%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배치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상 역시 작품의 메시지를 내포했다. 제작자 나탈리 카사비안은 "'클로이'의 의상은 미묘하게 죄수복 같은 줄무늬 옷인데, 이는 '클로이'가 집에 갇힌 죄수 신세라고 암시하는 장치"라고 전했다.

또한, 전작 <서치>에 출연한 배우들의 깜짝 출연도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존 조는 모녀가 관람하는 영화 속 영화, '브레이크 아웃(탈출)'의 포스터에도 출연했고, 심지어 액션 장면의 '목소리'를 맡았다. '데이빗'의 아내 '파멜라 킴'을 연기했던 사라 손도 병원에서 일하는 '캐미'로 출연해 반가움을 줬다.

심지어 '클로이'에게 정보를 제공한 약사 역의 이름은 '캐시 베이츠'(샤론 바저)다. 스티븐 킹의 동명 원작 소설로 만들어진 산장 스릴러 영화, <미져리>(1990년)에서 '애니 윌킨스' 역할로 열연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받은 캐시 베이츠를 오마주한 것.

이처럼 영화 <런>은 관람 중 혹은 관람 후 알고 보면 더욱더 재밌어지는 이스터 에그를 곳곳에 사용했는데, 이런 이스터 에그를 모르더라도 관람에 큰 지장은 받지 않는다. 자칫 이스터 에그를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 경우엔 그 역시 사족이 되어, 장르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 있는데, <런>은 적정선을 지키면서 이야기를 전개했다.
아나쉬 차간티 감독은 "<런>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처럼 모든 장면이 계획적으로 흘러가길 원했고, 그래서 모든 스태프에게 영화에 대한 세부 사항을 모두 알려줬다"라고 언급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주로 자신의 작품에 카메오 출연했던 것처럼, 아나쉬 차간티 감독은 '411 남자'로 목소리 출연했고,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페이크 뉴스'를 극장 간판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줬다.

한편, 이 작품에서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면 실례인 것이 있는데, 바로 사라 폴슨과 키에라 앨런의 호흡이었다. 사라 폴슨이야 다양한 스릴러 장르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으니 말할 것이 없겠지만,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인 키에라 앨런을 주목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겠다.

'클로이'처럼, 장애 때문에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키에라 앨런의 모습은, "장애인 캐릭터 연기를 직접 장애인이 연기해야 한다"라는 최근 할리우드의 '정치적 올바름' 여론 속에서 더욱 빛날 것 같다.

2020/11/22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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