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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를 구하기 위해 대신 감옥으로 들어간 동생 이야기

조회수 2020. 11. 2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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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안티고네> (Antigone,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안티고네> ⓒ 그린나래미디어(주), (주)키다리이엔티
* 영화 <안티고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제리 난민 출신이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살아가는 고등학생 소녀 '안티고네'(나에마 리치)는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착실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비극이 발생한다. 경찰의 총기 사고로 인해 자신을 제일 챙겨주던 큰오빠 '에테오클레스'(하킴 브라히미)는 즉사하고, 작은오빠 '폴리네이케스'(라와드 엘-제인)는 형을 죽인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감옥에 들어간다.

두 오빠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범죄 조직에 들어갔다는 게 알려지면서, 상황은 '안티고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폴리네이케스'의 과거 범죄 기록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면서, 캐나다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것.

이는 '안티고네'의 가족이 캐나다에서 인정하는 영주권은 보유하고 있었으나, '시민권'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안티고네'의 할머니 '메노이케우스'(라치다 오사사다)는 '폴리네이케스'가 알제리로 돌아가면 바로 죽게 될 것이라며 좌절한다.
그런 상황에서 '안티고네'는 오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다. 문신도 하고, 머리도 자르면서, 오빠와 비슷한 차림을 하고 구치소에 들어간 후, 오빠가 도망갈 수 있도록 자신을 바꿔치기한 것. '안티고네'의 이 행동은 SNS상에서 옹호의 발언과 비난의 발언을 동시에 듣게 되고, 재판은 큰 관심사가 된다.

소피 데라스페 감독은 2008년 몬트리올 공원에서 경찰의 부적절한 개입으로 이민자 프레디 빌라누에바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작품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됐다. 현장에 있었던 사망자의 형제가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 형제의 여동생이 오빠를 구하기 위한 인터뷰에 나섰던 것.

그리고 감독은 자신이 읽었던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떠올리게 됐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이 통치했던 고대 그리스 도시 테바이를 배경으로, 빈 왕좌를 두고 싸우다 추방당한 '폴리네이케스'가 외국 군대를 이끌고 반격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전쟁은 형제가 서로를 죽여서야 끝났지만, 형제의 장례를 두고서 '오이디푸스'의 처남이자, 형제의 외삼촌인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에게만 장례를 허용하게 된다. '오이디푸스'의 딸이자, 형제의 동생인 '안티고네'는 죽은 가족의 매장은 신들이 부과한 신성한 의무라면서, 반역자로 규정돼 들판에 버려진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체에 모래를 뿌려 장례의식을 행한다.

'안티고네'는 '크레온'에 의해 산 채로 무덤에 가둬지게 되고, 굶어 죽기 전 목을 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런 '안티고네'의 모습은 저항의 아이콘, 정의의 상징, 최초의 시민 불복종 운동가 등 다양한 해석이 이뤄지고 있다.

<안티고네>는 실화와 신화의 조합을 통해 전 세계적인 이슈인 난민 문제와 더불어서, 인간의 양심과 신념을 접목해 풀어냈다. 이 작품의 내용에 공감하는 관객도, 그렇지 않은 관객도 있겠지만, 적어도 '신화의 현대적 각색'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표준을 보여준 셈.

그렇다면, 이 작품에선 어떤 지점에서 그리스 신화의 요소들을 느낄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코러스'의 개입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코러스'는 디오니소스 신에게 제를 지내는 축제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으로 묘사됐다. 이후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코러스'는 현재의 뮤지컬 배우처럼, 노래와 연기를 모두 아우르는 재능으로 소개됐다.
<안티고네> 속 '코러스'는 테바이에 있던 원로로 구성되면서, 인물의 행동에 관여하지 않으며, 등장인물이 경험하는 상황을 설명하거나, 심정을 표현했다. 영화에서는 SNS에서 나오는 댓글이나 영상, 사진 등을 기반으로 '코러스'를 재구성됐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SNS 영상은 어떤 사실에 대해 논평을 하거나, 왜곡하고, 혹은 댓글을 다는 사람들끼리 신경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 중 '안티고네'의 친구이자, 연인인 '하이몬'(앙투안느 데로쉬에)은 '안티고네'와 가족에 대한 루머를 풀게끔 해주며, 영웅이 되도록 도와주는 '코러스'가 된다. '안티고네'도 이런 '코러스'(붉은색 머리 등)에게 연대의 힘을 받는다.

두 번째가 비슷하면서도 변화를 둔 캐릭터들의 모습이다. '하이몬'의 아버지 '크리스티앙'(폴 듀셋)은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으로, 신화 속 '왕실의 권위'와 비슷하고, '안티고네'와 일종의 협상을 진행하는 인물로 소개된다. 그 밖에도, 경찰, 판사, 교도관 등이 신화 속 '왕실의 권위'를 보여줬다.

여기에 '안티고네'가 맹인 정신과 의사 '테레사'에게 심문을 받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맹인 예언가 '테이레시아스'와 유사점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점쟁이였지만, 현대적으로 각색하면서 정신과 의사로 변경을 했다.
그렇다면, 마지막 장면은 어떤 의미였을까?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서 '안티고네'와 '하이몬'은 사랑을 나누는데, 소피 데라스페 감독은 "'안티고네'는 '크리스티안'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직감하고, 애정 장면을 통해 '안티고네'는 '하이몬'과 자신을 살게 허락해준 나라와 어린 시절에 작별의 인사를 건넨다"라고 밝혔다.

결국, '안티고네'는 캐나다에서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는 언니 '이스메네'(누르 벨키리아)를 제외하고 남은 가족들과 함께 알제리로 돌아간다.

하필이면, '안티고네'는 공항에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또 다른 소녀를 발견한다. 이윽고 영화는 <살인의 추억>(2003년)의 마지막 장면 속 '박두만'(송강호)이 카메라를 또렷하게 쳐다보는 시선처럼, '안티고네'를 잡아내며 마무리된다.
'박두만'이 범인을 잡고 싶었던 것과 달리, '안티고네'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작품이 관객에게 남기는 또 하나의 숙제가 됐다.

물론, 지금까지 <안티고네>를 신화적 소재로 언급하긴 했으나, 소피 데라스페 감독은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이 소포클레스의 작품을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는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 출신으로 필모그래피를 시작한 소피 데라스페 감독의 뚝심 있는 연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감독은 "나는 전면적으로 신화를 드러내고자 하진 않았지만, 그리스 신화와 영화의 연결고리를 잃지 않으려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안티고네'를 맡은 신예 나에마 리치의 놀라운 감정 전달, 대사 소화 등 훌륭한 연기력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2020/11/19 메가박스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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