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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 영화의 숨겨진 이야기, 아카데미 받을까?

조회수 2020. 11. 20.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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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맹크> (Mank,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맹크> ⓒ 넷플릭스
영화를 공부하는 이들이거나, 영화 팬들이라면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작품, <시민 케인>(1941년). 미국 영화 연구소(AFI)가 1998년과 2007년에 발표한 '위대한 영화 100' 1위에 이름을 올린 이 영화는 왜 현재까지도 명작으로 남아 있을까?

기승전결의 선형적 구조 대신 비선형적 구조를 본격적으로 도입했고, 지금도 회자하는 '박수짤'을 남긴 그레그 톨런드 촬영감독의 엄청난 연출,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시대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랬을 지도. 물론, 당시 <시민 케인>은 아카데미 시상식 9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각본상 하나만 받는 생각보다 의외의 결과물을 받아야 했다.

<시민 케인>을 연출한 오손 웰즈 감독은 "그게 할리우드"라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지금부터 소개할 <맹크>는 <시민 케인>의 작가, 허먼 J. 맨키비츠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잠시 이 작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을 터. '시카고 트리뷴'의 베를린 통신원이었으며, '뉴욕 타임즈'의 비평가로도 활동했던 그는, 1920년대 후반, 파라마운트 배급사와 계약을 맺고 작가로 전업한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무성 영화' 속 '자막'을 쓰는 일로 시작됐다. 이후, 유성 영화가 '그 시대의 트렌드'로 작용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자막이 아닌 대사의 스크립트를 쓰기 시작했다.
1930년대 그가 쓰던 주요 작품들은 로맨스, 코미디 장르물이었다. 그의 대사엔 창의적이면서, 냉소적이었는데, 여기에 작가 특유의 유머와 풍자를 집어넣기까지 했다.

이런 풍자가 맘에 안 든 인물도 있었다. 나치의 선전을 담당했던 요제프 괴벨스는 "나치 독일에서 맨키비츠(그의 부모는 독일계 유대인 출신이기도 했다)가 쓴 영화는 스크린 크레딧에서 이름이 삭제되지 않는 한 상영될 수 없다"라는 통보를 하기까지 했다.

영화 <맹크>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허먼 J. 맨키비츠'(게리 올드만)가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던 1940년과 1941년, 그리고 1930년대, 그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비선형적으로 담아냈다. <시민 케인>도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는 비선형 구조로 전개되는데, 영화는 이를 오마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영화의 기술적 구성 역시 그런 의도가 엿보였다. 분명 6K 이상의 디지털 화면으로 촬영됐음에도, 의도적으로 흑백을 사용했고, 몇몇 장면에서는 필름 상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크래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음향 역시 '모노'로 믹스되어, 인물의 대사나 음악이 고전 영화처럼 들려왔다.
이런 <맹크>를 연출한 데이빗 핀처 감독은 <세븐>(1995년)과 <파이트 클럽>(1999년)으로 20세기 말 천재 감독으로 떠오른 인물이었다. 스타일리쉬한 비주얼과 반전에 가까운 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한 두 작품을 연출한 그의 차기 프로젝트는 <맹크>였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고민하던 아버지 잭 핀처에게 <시민 케인>의 집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 것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완성된 시나리오는 제작사 등의 반대로 인해 그저 종이로만 남게 됐고, 잭 핀처는 2003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렇게 잊혀진 것 같은 시나리오는 데이빗 핀처가 넷플릭스의 초기 대작 시리즈인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을 맡으면서 수면 위로 떠 오르게 된다. 넷플릭스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이해관계가 상충했을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는 단순한 OTT를 넘어서,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를 만드는 곳으로 성장하길 원했을 것이고, 데이빗 핀처 감독은 제작자의 창의성과 비전을 존중해주는 넷플릭스의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을 터. 특히 데이빗 핀처 감독의 첫 연출 작품인 <에이리언 3>(1992년)을 제작진의 간섭과 마감일 등을 문제 삼으며, 자신의 작품이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라는 걸 떠올려 본다면.
게다가 <맹크>는 넷플릭스가 아무리 '코로나 19'의 여파 속에서 할리우드의 큰 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도, 갖지 못할 '20세기 할리우드 황금기의 역사'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덕분에 고전 영화의 팬들이라면 웃으면서 볼 법한 대사들이 작품엔 무궁무진하게 많다(이와 반대로 그렇지 않은 관객이라면 지루하다는 생각이 더욱 들 것이다).

예를 들어, 1930년대 유니버설이 진행했던 '클래식 몬스터'(<미이라>(2017년)로 리부트를 진행하려 했으나 실패한 그 유니버스다)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MGM의 대작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년)의 제작비가 많이 들고 있다는 이야기 등이 쏟아진다.

당연하게도 이 작품은 '오손 웰스'(톰 버크)는 물론이며, MGM의 공동 창립자인 '루이스 B. 메이어'(알리스 하워드), 배우 '매리언 데이비스'(아만다 사이프리드), 황색 저널리즘의 기수로 평가받으며 <시민 케인>의 풍자 대상이었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찰스 댄스) 등 다양한 실존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노리는 게리 올드만과 아만다 사이프리드 뿐 아니라, 주요 출연진의 명품 연기도 극의 재미를 살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한편, 미국의 주요 연예 전문 매체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찰스 댄스, 톰 펠프레이, 알리스 하워드 등), 각본상, 미술상, 촬영상, 의상상, 편집상, 분장상, 음향상, 음악상 등 주요 부문의 후보로 <맹크>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과연, <맹크>는 내년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작품 최초의 아카데미 작품상을 안겨줄 수 있을까? 아무리 <맹크>가 대중적인 작품과는 거리가 멀지라도(물론, '씨네필'에게는 충분히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다), 영화인들을 기리는 꿈의 영화라는 점에서, 아카데미 회원들의 가산점을 얻을 가능성은 커 보인다.

2020/11/18 메가박스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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