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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주인공의 미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Samjin Company English Clas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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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미르 에디터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했던 1995년은 격변의 시기였다. 그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세계화는 우리 민족이 세계로 뻗어 나가, 세계의 중심에 서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오늘 우리가 이 경쟁에서 한발 뒤떨어지면, 우리 자녀들의 시대에서는 10년, 100년 뒤떨어질지도 모른다"라고 밝혔다.

영화 초반에도 등장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가 본격적으로 결성된 1995년은 '세계화'가 화두였다. 자연스럽게 '영어'는 필수 사항이 됐고, 당시 미취학 아동이었던 에디터는 TV를 돌리면 나오는 AFKN과 각종 영어 교육 비디오를 보면서 성장했다.

게다가 1995년은 영화엔 언급되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가슴 아픈 또 하나의 비극이 있었던 해로 남아 있다. TV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태즈>를 보던 중 갑자기 화면이 끊기고, 속보로 펼쳐졌던 삼풍백화점의 붕괴 현장은 참혹했다.

이 사건으로 실종된 '기업윤리'가 지적됐으며,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아직도 부실한 점이 많지만). 그 시절에 대한 어렴풋한 향수가 2020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이지만, 마냥 추억에만 취해 있기엔 안타까운 것이 현실일 터.

출처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세계화'의 물결에서, 한국 대기업이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는지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고졸 여성 사원 세 명의 이야기를 2020년의 '감수성'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영화의 중심 뼈대는 1991년, 두산전자가 낙동강에 페놀을 유출하면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수백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이 오염됐고, 영화 속 마을 사람들처럼 유사한 피해를 겪어야 했으며, 당시 검찰은 "'범죄와의 전쟁'과 똑같은 상황에서 수사하겠다"라고 언급했다.

'기업의 자유'라는 명분에 무너져 버린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사건이 됐던 것. 이 중심 뼈대에 작품은 당시 세 명의 여성 사원이 처했던 '유리 천장'을 세밀하게 담아낸다. 생산관리3부 사원 '이자영'(고아성)은 상고 출신으로, 하고 싶은 기획과 달리 현실은 각 상사의 취향별로 비율을 맞춰 커피 10잔을 빠른 속도로 타는 실력자가 됐다.

마케팅부 사원 '정유나'(이솜)는 아이디어는 넘쳐나지만 정작 대졸 '조민정'(최수임) 대리에게 빼앗기는 신세다. 끝으로, 회계부 사원 '심보람'(박혜수)은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의 수학 천재이지만, '룸살롱 영수증'을 처리하면서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나날을 보낸다.

입사 8년차 동기인 세 주인공은, 토익 600점을 넘기면 고졸도 대리가 될 수 있다는 기업의 약속을 믿고, 사내에서 진행하는 미국인 강사 '제리'(타일러 라쉬)의 수업을 아침 6시부터 들으며 일과를 시작하게 된다.

세 사람의 영어 이름은 마치 캐릭터의 성격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이자영'의 영어 이름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모든 이들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였던 '도로시'다. '정유나'의 영어 이름도 까칠한 성격에 가감없는 돌직구를 던지는 성격에 알맞는 중성적 이름인 '미쉘'이다. ('심보람'의 영어 이름인 '실비아'는 박혜수가 실제로 초등학교 3학년 때 다녔던 영어학원에서 지어준 이름이라고.)

그러던 중 '이자영'은 자신을 꼬박꼬박 선배라고 부르는 대졸 대리 '최동수'(조현철)와 함께 외근을 하던 중 폐수 무단 방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회사는 이 사건을 덮으려 하고, '이자영'은 친구들과 힘을 합쳐 이 사건을 파헤쳐보기로 마음 먹는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 합이 뛰어난 작품이다. '삼진그룹'의 회장인 박근형, 그의 아들인 '오태영' 상무 역의 백현진, '재벌 가족 세습' 관행을 깨겠다고 미국에서 영입한 CEO '빌리 박' 역의 데이비드 맥기니스 등 임원을 맡은 배우부터, '세 사원', 그들과 함께 일을 진행하는 단역 배우까지 빈 틈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작품의 전개 과정은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 혹여나 유사 사건을 소재로 한 실화 배경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대표작으로는 고졸에 경력도 마땅치 않던 싱글맘이 대기업 'PG&E'의 크롬 유출 진상을 파악하는 이야기를 담은 <에린 브로코비치>(2000년)가 있겠다.

이 작품으로 '불같은 성격'의 '에린 브로코비치'를 연기한 줄리아 로버츠는,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었다. 이 영화는 '실제 기업명'을 사용하는 담대함을 보여줬는데,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적절하게 유머를 가미하면서, 관객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줬다.

최근에도 비슷한 작품으로, 마크 러팔로와 앤 해서웨이 주연의 <다크 워터스>가 소개됐었다. 이 작품은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이 화학기업 '듀폰'의 유출 사실을 폭로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에린 브로코비치>와 비교하면 훨씬 무겁게 작품을 전개한 가운데, 마크 러팔로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뇌에 찬 모습을 진중하게 소화한 바 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두 작품 중 <에린 브로코비치>의 노선을 따라갔다. '에린 브로코비치'처럼, 세 사원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문제에서,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이자영'의 말처럼, 한 사람의 몸짓은 아주 작은(Tiny) 것이겠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든 이들의 움직임은 클 수 있으니. 이 영화는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헌사처럼 느껴졌다. 물론, 몇몇 사건의 빠른 해결을 위해, 작위적으로 짜맞춰진 장면이나, 그로 인해 발생한 클라이막스 장면은 다소 '오글거린다'는 흠은 있다.

그래도 세 주인공이 적어도 '직업 윤리'를 넘어선 '고민'을 펼친 후에야, 행동에 나서는 모습 만큼은, "근래의 트렌드를 반영하겠다"며, '여성 주인공'만을 앞세운 서사물(대표 작품은 <걸캅스>(2019년))에서 볼 수 없는 것이라 인상적이었다.

그나저나, 이 영화는 1995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는 이 생각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저 정도로 부실한 기업 운영을 일삼는 '삼진 그룹'은 2년 후에 IMF 여파로 무너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세 주인공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만약, IMF 여파로 인한 구조조정을 잘 견뎠다고 치더라도, 2020년이 된 이 시점에서 세 주인공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추억의 오락실 게임에서 접할 수 있는 '도트 캐릭터'로 구성된 엔드 크레딧을 보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2020/10/21 CGV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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