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을 눌렀는데 사과 안 한다고 보복 운전한 남자

조회수 2020. 10. 1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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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언힌지드> (Unhinged,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언힌지드> ⓒ (주)누리픽쳐스, (주)영화특별시SMC
월요일 새벽, 직장에서 해고되고, 아내로부터도 이혼당한 '톰 쿠퍼'(러셀 크로우)는 홧김에 전 부인과 남자친구를 잔인하게 죽인 후 집에 불을 지른다. 그날 아침, 차로 가득 찬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던 '레이첼'(카렌 피스토리우스)은 차 안에서 복잡한 일을 모두 겪는다.

이혼 후 해결하지 못한 일도 있었고, 아들 '카일'(가브리엘 베이트먼)은 학교 지각을 앞두고 있으며, '레이첼' 역시 지각으로 인해 귀중한 손님 한 명을 놓치게 된다. 이런 바쁜 상황에서 '레이첼'은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멈춰 있는 '톰'의 차를 향해 경적을 세게 울린다.

'톰 쿠퍼'는 잠시 후 경적은 부드럽게 울리라면서 사과를 요청했으나, '레이첼'은 그렇지 않았다. 아들 '카일'은 빨리 엄마가 사과한 후, 이 상황을 피하길 원했으나, 분노가 겹쳐진 '레이첼'은 오히려 언성을 높였다.

이에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톰'은 자신의 방식으로 나쁜 하루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려 한다. 그렇게 '레이첼'을 향해 '톰'은 분노의 보복 운전을 선보이고, '레이첼'의 주변 인물(심지어 모르는 인물도 포함된다)까지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언힌지드>의 기획 의도는 오프닝 타이틀에 잘 잡혀 있다. 오프닝에는 각종 보복 운전 사례를 보여주고, 연이어 실업자 증가와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 경찰 및 소방 인력 부족 등의 묘사를 집어넣는다.

미국의 <기생충>(2019년) 성공 요인이 재미도 있겠지만, '빈부 격차'를 조명했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언힌지드>는 '사회적 함의'를 담은 스릴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작품의 주요소인 보복 운전 원인은 환경적 특성(도로 정체, 설계 등), 사회적 또는 심리적 특성, 정신장애 등의 인지적 특성, 운전 습관으로 나눠볼 수 있다.

도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사회적 갈등이 곧 '일상의 분노'를 낳고, 이는 '보복 운전'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 <언힌지드>의 메시지였다. 작품을 연출한 데릭 보트 감독은 "'보복 운전'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동시에, 사람들의 어두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라고 밝혔다.

이런 광기에 찬 모습을 보여준 러셀 크로우는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보인다. 러셀 크로우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는 출연을 주저했다. 잔인한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그는 절대 작품을 맡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시나리오가 '무서웠다'고. 하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러셀 크로우의 악역 연기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글래디에이터>(2000년) 속 전사의 모습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레미제라블>(2012년)의 '자베르'보다 훨씬 덩치가 커진 러셀 크로우의 외모는 작품의 긴장감을 배가해줬다. 외모 속에 감춰진 감정선까지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오히려 일부 관객은 '톰 쿠퍼'를 응원하기(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처럼)까지 했다.

하지만 '톰 쿠퍼'가 그런 흉악한 행위를 하기까지의 당위성이나, '이런 장르물'의 단점인 허술한 경찰의 모습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화라는 틀에서 봐도, 다소 '비현실적'이라 안타까운 면이 있다. 그리고 과도한 설정으로 인해 관객에게 '불쾌감'까지 줄 수도 있다.

사실, <언힌지드>와 비슷한 사례의 영화가 존재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대 중반에 연출한 'TV용 영화' <대결>(1971년)이 바로 그것. 이 작품은 회사원 '데이빗'(데니스 웨버)이 2차선 도로를 달리던 중 트럭 한 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 영화로, 리차드 매디슨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데이빗'은 경적을 울려도 반응하지 않는 트럭을 추월하려다, 오히려 공격을 당한다. 데릭 보트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한 오마주처럼 느껴졌다. 초반부 주인공과 빌런이 주유소에서 마주치는 장면, <대결>의 빌런이 타던 트럭과 유사한 트럭이 경찰차를 덮치는 장면 등이 오마주처럼 보였다.

50년 전의 작품이며, 도시가 아닌 '시골길'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아무도 주인공을 구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언힌지드>의 스릴러 요소에는 시대의 흐름에 다소 뒤처진 흔적이 많다. 아무리 경찰력이 부재한다고 해도, 대놓고 새벽에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를 CCTV 추적 등을 통해서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안타까운 작품으로 평가받은 <뺑반>(2019년) 조차도 어느 정도 해결했던 문제다. 하다못해 시민들이 찍은 '영상 제보'로도 빌런을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덕분에 <언힌지드>는 꽤 좋은 소재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 스릴러로 남을 것 같다.

2020/10/13 메가박스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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