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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우는 남편이 지구 정복하려는 외계인이라면?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Night of the Undead,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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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만세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에는 독특한 세계관이 있다. 지구에서 39광년 떨어진 '물병자리'의 'TRAPPIST-1(트라피스트-1)' 행성엔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 자원 고갈, 환경 오염으로 인해 '언브레이커블'은 그들의 터전을 빠져나와야 했고, 지구는 자신들이 살던 행성과 비슷한 환경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지금 존재하는 인류만으로도 지구라는 공간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언브레이커블'이 공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들은 인간의 DNA를 수집해 분석한 후, 인류를 없애는 바이러스를 만들고자 했다.

'언브레이커블'의 전략은 각 인류의 '여성 DNA'를 수집하는 것. 이들은 전 세계 권력자의 모습으로 변신해 인종별 여성의 DNA 정보를 착취했다. 그런 사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는 한국 여성의 DNA를 빼낸다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었고, 번번이 임무는 실패하고 만다.

출처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 (주)더콘텐츠온

결국, '언브레이커블' 중 제일 뛰어난 기량을 지닌 인물이 한국으로 파견된다. 그의 이름이 '최만길'(김성오)이었고, '최만길'은 생물의 DNA를 합성하고 변형해, 외형을 제한적으로 변화하는 '몰핑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 '언브레이커블'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트라피스트' 행성엔 '전기'가 아닌 유기물에 의한 유기 에너지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전기란 생소하고 유해한 에너지였다는 것. 그리고 음식 섭취 외에 '석유'를 반드시 섭취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내부에도 약점이 존재했다. 임무를 완수해 지구를 정복하려는 자와 인간의 편으로 배신을 한 자로 나뉘어진 것.

각국 정보기관은 '엑스콤'이라는 '언브레이커블 소탕' 작전을 펼칠 TF팀을 만들었다. 한국 여성의 DNA 샘플을 좀 더 보낸다면, 인류를 몰살할 수 있는 약이 완성될 수 있는 그때, '만길'과 결혼한 '소희'(이정현)와 친구들이 힘을 합친다.

이런 세계관이 담긴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잭 피니의 소설인 <바디 스내처>를 원작으로 한 수많은 영화들(<외계의 침입자>(1956년, 1978년), <보디 에일리언>(1993년), <인베이젼>(2007년) 등)이나, <스피시즈> 시리즈, <터미네이터> 시리즈 같은 SF 스릴러 장르를 한 번이라도 접한 관객이라면, 낯설지 않게 다가올 수 있는 영화다.

물론, 제목만 보면, <시실리 2km>(2004년), <차우>(2009년), <점쟁이들>(2012년)을 연출한 신정원 감독의 평소 좋아하는 영화 취향을 알 수 있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들은 모두 자신의 취향이었던 작품들을 오마주한 것이기 때문.

제목 자체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수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년)을 떠오르게 하며, '언브레이커블' 종족명은 대놓고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스릴러 영화 <언브레이커블>(2000년)에서 따온 것이다. '무대 연극'과 같은 분위기에서 나오는 '소동극' 형태의 전개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서스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소희'의 집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그린 스크린 상태에서 운전하는 액션 장면은 고전의 향기가 나기까지 한다. 생각보다 저예산이 사용된 만큼, 스펙터클한 장면은 없지만, 신정원 감독은 자신만의 콘셉트를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신정원 감독은 "장항준 감독의 원작 시나리오에, 나의 상상력과 작금의 시대상을 담아서 재창조한 결과물"이라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그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 기본적으로 여성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이전에도 강인한 여성성을 표현하길 좋아했고, 이번에도 그러고 싶었다"라고 소개했다.

이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 '소희'는 남편 '만길'이 외도를 하는 것으로 생각해, 흥신소를 운영하던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양동근)을 찾게 된다. '닥터 장'은 비정상적인 '만길'의 동선을 통해, '만길'이 '언브레이커블'임을 알게 된다.

동선이 밝혀지는 순간, '만길'은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으로 묘사된다. 학력과 몸도 좋으며, 제약회사도 보유 중인 남성. 하필이면, '언브레이커블'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 'Bad Guy'는 시종일관 영화 내내 울려 퍼진다. 전 세계에서 활약 중인 '언브레이커블'은 'Z세대의 아이콘',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 가사에도 등장하는 '그 남자'들처럼 보인다. 터프한 남자이며, 절대 질리지도 않고, 가슴엔 항상 힘이 들어가 있다. 일종의 부르주아 계급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이와 반대 지점에선 '소희'의 친구들은 어떠한가? '양선'(이미도)는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는 사투리로 인해 촬영장에서 빈번히 혼나는 무명 배우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파병 경험도 있는 '세라'(서영희)는 3번의 이혼 경험이 있고, 현재는 조용히 정육점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사연'으로 얽혀 있지만, '만길'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연대하는 인물로 바뀐다. 흥미로운 점은 세 사람의 '무언가 손발이 맞지 않는' 싸움이 결국은 '언브레이커블'을 잡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 그사이 다른 남성들(여기서 언급하는 남성들은 '부르주아'와는 거리가 멀다)의 모습은 잠시 사라진다.

예를 들어, '닥터 장'은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순간, 자연스러운 '희생양'이 되고, 후에 '비장의 무기'를 전달한 채 퇴장한다. '요원들'과 '언브레이커블'의 맞대결도 어느 정도 '구색 맞추기'로만 보여준 후 퇴장한다. 이 클라이막스 액션은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유치해지는 대목이라 관객의 호불호를 낳을 만하지만, 이것 역시 신 감독의 의도였다.

그래야 영화의 '쿠키 영상'이 지금까지 관객이 느꼈던 감정을 부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작품의 '쿠키 영상'은 단순히 영화의 전개와 연결될 수도 있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쿠키 영상'에서는 '소희'가 '만길'처럼 주유소의 기름을 먹으려고 하는 행동을 보이면서 끝난다. 그때 또다시 'Bad Guy'가 흘러나온다. 이 역시 가사의 후렴구인 "나는 네 어머니를 슬프게 하거나, 네 여자친구를 미친 듯이 화나게 하거나, 네 아버지를 유혹할 수 있는 타입"을 떠올리게 한다.

'쿠키 영상'의 의도가 속편을 암시해서인지, 혹은 '단순한 미러링'으로 재미를 유도한 것인지는 딱히 중요치 않아 보인다. 적어도 이 작품이 주고 싶었던 '메시지' 하나 만큼은 명확했기 때문. '나쁜 남자'나, '언브레이커블'이나,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은 모두 잡아야 제맛이라는 것을.

2020/10/01 메가박스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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